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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수 Oct 18. 2020

2020년,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

와카스 아메드 저, <폴리매스>에 대한 서평




1. 총평


로크미디어가 출간 도서 중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 이후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고 싶은 책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폴리매스의 정의가 모호하지 않다. 그리고 폴리매스가 될어야 할 필요성에 관하여 매우 설득력있게 서술되어 있다. 가령 현대사회의 복잡도, 인공지능의 발전, 기술적 실업 등      


둘째,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가 매우 탄탄하다. 저자는 폴리매스에 관한 당위성 부분에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는데, 역사적 사례, 현대의 사례, 다양한 인물과의 인터뷰, 다양한 참고문헌 등으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저자의 말에 반박하거나 반대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가령 처음에 읽는 독자는, ‘폴리매스 그래 다 좋다 이거야. 그런데 현실적으로 주 업무를 하기에도 바쁜데 어떻게 3개 이상의 분야에서 지식을 쌓고 성과를 올릴 수 있을까? 너무 비현실적이지 않나?’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책을 읽다보면, 시간관리와 방법론에 대한 저자의 설명을 통해 위와 같은 의문이 해소게되게 된다.    

 

셋째, 매우 실용적이다. 전문직, 사무직, 일용직 노동자 등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양각색으로 일을 하며 살아간다. <폴리매스>는 그 누가 어떤 위치에 있더라도 현재의 삶에서 조금이라도 도전하고 시도해볼 수 있는 가능성, 긍정적인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더 나은 삶, 내가 더 나다워질 수 있는 삶에 대한 희망을 준다. 


2.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폴리매스>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가. 기존의 시스템을 철썩같이 믿고 안정적인 직업이나 일만 추구하면 매우 fragile해진다.      


현대 대한민국 사회에서 사람들이 최우선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개인적으로 ‘안정성’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전문직을 정말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전문직 자격증을 한 번 취득하면 평생 안정적으로 그 직업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무원과 공기업도 마찬가지이다. 한 번 입사하면 대체로 정년퇴직할 때까지 신분이 보장되며, 이것이 해당 직업을 선택하고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많은 사람들이 대기업 취직을 선호하는 것도 '안정성'과 무관하지 않다.      


예전에 고등학교를 같이 나온 친한 친구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 친구는 명문대를 나와서 행정고시를 준비했었는데, 그 친구가 행정고시를 합격하고 5급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안정적이다. 정년까지 다닐 수 있다. 만약 차관이나 실장까지 승진하지 못하더라도 웬만하면 국장자리까지는 갈 수 있다. 둘째, 승진이 막히더라도 퇴직 후 재취업이 용이하다(재경부나 공정위, 금융위 등 기관에서 퇴직할 경우 더 높은 연봉을 받으며 사기업으로 스카웃될 가능성이 높다).      


이 친구의 선택은 모두 ‘안정성’(재직 중 웬만한 사고를 치지 않는 이상 짤리지 않는다는 안정성, 그리고 퇴사 후의 진로에 대한 안정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앞으로도 몇몇 직업들은 ‘안정성’의 장점을 오랜 기간 유지할 것이다. 가령 공무원이나 공기업 등은 법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신분보장에 있어서 여전히 강한 메리트를 가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안정적인 직업’이라고 믿고 있는 많은 직업들은 ‘안정성’이라는 장점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그동안 인간이 영위했던 많은 일자리가 기계로 대체되고 있다. 대표적인 전문직인 변호사도 인공지능의 발달에 따라 직업의 안정성이 상당 부분 흔들리게 될 것이다. 물론 변호사 직종은 기술 발전 외에도 변호사 수의 확대, 법률시장의 정체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발달하게 되면 변호사의 조력 없이 여러 법적행위(계약서 작성, 계약서 검토, 자문, 소송, 국가기관에 대한 신청 등)를 일반인이 직접하기 용이해지기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시장 상황 속에서 변호사의 업무영역이 더욱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현대사회의 복잡도가 증가됨에 따라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면서 전문직뿐만 아니라 여러 다양한 업종들도 언제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 모르는 상태에 놓여있다. 일례로 현재의 코로나19 사태를 들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사, 항공사의 많은 직원들이 무급휴직 등으로 고통을 겪게 되었고, 여러 자영업자들이 예기치 못한 피해를 입게 되었다.      


한 가지 분야에만 집중하는 것, 내가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이 삶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매우 프래질한 태도일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매우 전형적인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현재의 우리나라 사회와 같이 청년층의 실업난이 심한 경우 한 가지 분야를 열심히 준비해서 취업하기도 어려운 마당에, 언제 어떻게 시간을 내서 3가지 이상의 분야의 지식을 쌓고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이 의문에 대해서는 이후의 항목에서 언급하는 것들로 답변이 가능할 것 같다.         

  

나. 누구나 폴리매스가 되기 위해 시간을 낼 수 있다.      


우리는 대부분 바쁘게 살아간다. 시간과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아닌 이상 바쁘게 살아가고 있을 확률이 높다. 폴리매스가 되기 위해서는 돈보다도 시간이 더 중요한 문제가 된다. 사회가 발전하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고 경험을 쌓는 것에 그리 큰 돈이 들지 않게 되었다. 특정 분야의 대가의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는 기회도 널려있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이다.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이에 투여되는 시간이 상당하기 때문에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갖거나 집중하기가 어렵다.     


나도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 다른 분야의 지식이나, 다른 취미활동 등에 쉽게 관심을 가지지 못할 만큼 시간에 쫓기고 살아가고 있다. 사실 예술, 신학, 사회학 등 여러 분야에 관심도 많았고 드럼이나 기타연주, 재즈감상 등 취미도 많았는데, 매일 주 업무에만 집중하다보니 이런 것들이 점점 우선순위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폴리매스>를 읽기 전에도 스스로 조금 아쉽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폴리매스>의 다양한 사례를 보던 중 한 명의 사례가 눈에 확 들어오게 되었다.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의 CTO였던 네이선 미어볼드이다.      


“네이선 미어볼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CTO로 근무하면서도 꾸준히 야생동물 사진을 찍었고, 저녁에는 요리사로 일했으며, 시간을 내서 요리학교를 다녔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떠난 뒤에는 다시 전공을 살려 과학 연구로 돌아갔다. 그리고 두 번째 벤처기업을 설립해 신기술 개발과 발명에 힘을 쏟았다.”
- <폴리매스>, 196면     


특히 <폴리매스> 422면 이하에서는 무려 5면에 걸쳐서 네이선 미어볼드에 관한 프로필이 나오는데, 이게 정말 한 사람이 이루어낼 수 있는 성과인지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네이선 미어볼드는 응용수학과 이론물리학을 공부하며 스티븐 호킹 교수 밑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했고, 그 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수석전략가 겸 최고기술책임자를 지냈다. 그 후 마이크로소프트를 나와 인텔렉추얼 벤처라는 특허관리 전문회사를 설립했다. 미어볼드는 ‘월드 바비큐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팀의 일원이고, 총 2,500페이지에 달하는 6권짜리 요리책 <모더니스트 퀴진>의 저자이다. 또한 미어볼드는 수상 경력이 있는 야생동물 사진작가로서 전 세계 화산 지대와 고대 유적지를 탐사했으며, 천문학과 고생물학에 관한 논문을 다수 발표하였다.      


<폴리매스>의 장점은 이런 넘사벽 인물들에 대한 소개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폴리매스>에서는 말콤 글래들웰, 팀 페리스 등의 이론을 통해 시간관리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론도 소개해주며, 현재 폴리매스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떠한 경험과 방법을 통해 폴리매스로 살아가게 되었는지에 대해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준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팀 페리스가 한 말이었다. 팀 페리스는 ‘올바른 접근법을 따른다면’ 누구든지 1년 안에 어느 분야에서나 세계 정상급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면서, 관건은 ‘기술을 해체하여 개인의 필요에 맞게 재구성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언뜻 보기엔 약간 허무맹랑한 소리같지만, 팀 페리스의 명성과 실력을 생각하면 헛소리는 아닐 것이다.           


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을 쌓을 때 원래 집중했던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도 더욱 깊어진다.

   

<폴리매스>는 특정 분야의 지식에만 능통한 것보다도 일반지능과 상식에 입각해서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장점으로 한다. 그런데 이런 사고력은 기존에 내가 집중하고 있었던 분야에 대한 지식도 더욱 깊어지게 돕는다. 또한 서로 다른 분야를 연결하며 습득하게 되는 ‘창의성’은 그 사람을 대체불가능한 인재로 만들어준다.      


내가 주로 시간을 투자했던 분야인 법도 마찬가지이다. A라는 법에 대한 이해도가 99%인 사람보다 A, B, C 여러 법에 대한 이해도가 85%인 사람이 훨씬 탁월하며, 때로는 단순히 A라는 법에 대한 이해도를 비교해보아도 후자가 탁월할 때가 많다. B, C에 대한 지식이 A에 대한 이해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학문의 세분화, 직업의 전문화와 같은 기존 시스템의 시각에서는 다양한 분야를 연결하기가 쉽지 않아보인다. 그러나 대가들에 따르면 고립된 것처럼 보이는 매우 다양한 분야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이것은 평생 한 우물만 판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그림일 것이다.           


3. <폴리매스>를 읽고 바로 한 행동, 그리고 변화된 것     


<폴리매스>를 읽고 그동안 잠시 잊고 있었던 관심분야에 대한 호기심이 되살아났다, 그래서 바로 파나요티스 A. 미헬리 저 <건축 미학>이라는 책을 샀고, 집에 덩그러니 방치해두었던 기타로 예전에 즐겨쳤던 ‘Shape of my heart’ 등 여러 곡을 연주하면서 기분 좋은 하루를 보냈다. 가장 큰 소득은 스스로의 가능성을 믿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세워두었던 장벽과 한계를 걷어내는 의식적 노력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나만 혜택을 얻는 것이 아까워서 친한 지인들에게도 <폴리매스>를 추천해주기 시작했다. 이 책은 정말 잃지 않는 것이 손해가 될 정도로 유익한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2020년에 읽은 책 중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으로 뽑고 싶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745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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