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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수 Nov 01. 2020

일상의 중독을 경계하기

- 데이비드 T. 코트라이트 저 <중독의 시대>에 대한 서평




데이비드 T. 코트라이트 저 <중독의 시대>는 광범위한 중독의 내용을 계보학적인 관점에서 설명한다. 계보학이라는 것은 쉽게 말하면 뿌리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는 방법론인 만큼 역사와 매우 관련이 깊다. 저자는 여러 챕터에서 알콜 중독, 음식 중독, 약물 중독, 게임 중독, 인터넷 중독 등 시대별, 소재별로 다양한 중독의 내용을 설명한다. 근데 이러한 중독을 설명할 때마다 고대문명부터 근대 산업혁명, 현대의 정보화학명 등 역사적 배경과 맥락을 아울러 고찰하니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가 풍부했다. 저자가 페르낭 브로델(프랑스의 유명한 역사학자.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지중해> 등으로 유명)을 비롯한 여러 역사학자들의 문헌을 검토하고 연구한 것은 이 책의 참고문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여러 소재 중 약물 중독이나 알콜 중독, 태닝 중독 같이 나와 큰 상관이 없어 보이는 것들도 있었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야’라며 넘어가기 어려운 것들도 있었다. 나의 생활에서 가장 밀접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인데, 바로 스마트폰과 인터넷이다. 이것은 쾌락을 즐기기 위해 특정 장소에 가서 대가를 지불하는 등의 과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술을 마시고, 약을 하고, 게임을 하는 등의 행위는 약한 정도의 중독이라면 하루나 이틀 정도 하지 않아도 일상 생활에 지장이 없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조금 다르다. 나의 경우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하루만 이용하지 않아도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생긴다. 일단 구글, 네이버, 클라우드 서비스가 없다면 일을 하기가 매우 어렵고, 스마트폰이 없다면 업무 관련 연락을 주고 받기가 어렵다. 물론 인터넷과 스마트폰에는 삶을 윤택하게 해준다거나,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신속히 습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거나, 업무의 효율성을 높여준다거나 하는 긍정적인 부분 또한 존재한다. 그런데 술도 조금만 마시면 건강에 유익하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레드와인은 WHO가 선정한 세계 10대 건강식품 중 하나이다.      


디지털의 연결성과 이동성은 전혀 새로운 패턴의 중독 행동을 불러일으켰다. 그 범주와 원인에 대한 학술적 논쟁은 차치하더라도, 사회적으로 그런 행동이 나타난 것인 엄연한 사실이다. 내가 사람들에게 업데이트 된 중독의 역사를 쓰고 있다고 하자, 대부분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아이들 이야기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늘어난 왕따, 불안, 학업 실패에 대한 보도는 말할 것도 없고, 산만해진 운전자들이 저지르는 교통사고가 증가하는 것을 보면, 한때는 성가시고 지엽적이던 사안이 이제는 정말 심각하게 우려할 문제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 <중독의 시대>, 333면           


결국 핵심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어떻게’ 이용할 것이냐로 귀결될 것이다. 아예 이용하지 않고 살아가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나 서비스가 우리 삶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점도 많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현명하게 이용하려면 우선 변연계 자본주의 하에서의 ‘조작된 탐닉으로 인한 유해성’에 대해 인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는 노력을 의식적으로 해나갈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 그 자체는 잘못이 없다. 스마트폰에 어떤 어플을 설치하고 그것을 얼마나 이용하는지는 이용자의 선택이 매우 큰 몫을 차지한다.      


최악의 경우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자신의 중독생활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 하는 케이스가 아닐까? 가령 마약중독자가 스마트폰을 이용해 더 위험한 약물을 더 쉽게 구입한다든가, 성중독자가 스마트폰 텔레그램을 어플을 이용해서 N번방에 들어가 성착취물을 즐긴다든가 하는 케이스를 떠올려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최악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스마트폰의 잘못된 이용은 우리의 일상에 충분히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스마트폰의 주된 위험은 개인적 대화, 수면, 운전, 공부, 사색, 운동, 일로부터 끊임없이 주의가 분산되는 것이다. 이래서는 친밀감, 건강, 안전, 지식, 창의성, 전문성, 사회적으로 구성된 몰입 사태를 달성하거나 유지하기가 어렵다.
- <증독의 시대>, 346면.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오용, 즉 디지털 중독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중독의 시대>에서는 중독을 피하는 법이나 중독의 해결책 등을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아쉬움을 느끼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스마트폰 중독의 예방이나 해결책에 관한 글은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보아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스마트폰 중독을 피하는 9가지 방법, 혹은 13가지 방법 등등 여러 글이 나왔지만, “정신의학신문”에서 권하는 3가지 방법을 간단하게 소개하고 싶다.      


http://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18575    


<핵심 요약>

1. 출퇴근 시간에 스마트폰을 보지 말 것     

2. 자기 전에 유튜브를 보지 말 것    

3.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집중해서 수행할 것   

       

이 중에 가장 인상깊은 내용은 1번이었다. 잠에서 덜 깬 뇌가 이른 아침부터 시각, 청각, 감각통합처리에다 인지능력까지 동시에 사용하면 무리가 온다는 내용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위 신문기사 중

 

생각해보니 약 2년 전에 매일 지하철로 1시간씩 출퇴근을 하면서 NHK뉴스를 들을 때에는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은 출퇴근 시간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고 핸드폰을 볼 일이 많지 않지만, 핵심은 '뇌가 멀티플하게 소모되는 상태를 피하는 것' 이 아닐까 생각한다. 업무와 관련해서도 여러 일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면서 다양한 부분을 체크하고 챙기다보니 가끔 정신이 없다고 생각될 때가 있는데, 그때그때 꼼꼼하게 메모하고 기록하면서 조금은 마음을 놓고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82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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