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윤수 Nov 29. 2020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의 원동력. 종교적 민족성.

- 인발 아리엘리 저, <후츠파>에 대한 서평




1. 낯설지 않은 나라 이스라엘, 낯설지 않은 민족 유대인


지정학적으로 거의 최악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나라. 그러나 전 세계에서 인구 대비 스타트업 기업이 가장 많으며, 세계경제포럼 혁신국가 138개 중 3위를 차지한 나라. 바로 이스라엘의 이야기이다. 


이스라엘은 중동에 위치한 조그마한 나라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낯설지만은 않은 국가이다. 왜냐하면 성경을 경전으로 따르는 기독교인들은이스라엘의 역사와 민족성에 대해 매우 친숙하기 때문이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아브라함, 요셉, 다윗, 바울, 요한과 같은 이스라엘 성경인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왔고, 실제로 자녀들의 이름을 성경인물들의 이름으로 지은 부모들도 많다. 


종교적인 부분을 차치하고서라도, 과거부터 이스라엘 또는 유대인에 대한 관심은 적지 않게 있어왔다. '미국 사회를 지배하는 유대인', '전 세계 금융을 좌지우지하는 유대인', '노벨수상자 중 상당수가 유대인' 등등... 어떻게 보면 전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유대인이라는 집단에 대해 우리는 약간의 선망을 품어왔을지도 모른다. 한때 유대인의 지혜를 본받자며 <탈무드>읽기 붐이 불기도 했고 말이다. 최근에도 유대인의 학습법으로 유명한 <하브루타>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지 않았는가?


 <후츠파>에서는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의 청소년기 교육과정과 기업가 정신을 연결지어 '창조와 혁신이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논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엄밀히 말하면 <후츠파>는 - 비록 주된 소재가 이스라엘의 청소년 교육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보다는 이스라엘을 구성하는 유대인이라는 민족의 민족성에 더 초점을 맞춘 책이라고 보여진다. 서평에서는 편의상 이스라엘과 유대인이라는 용어를 혼용하려고 한다. 


2. 이스라엘, 그리고 한국


<후츠파>를 통해 살펴본 이스라엘 사람들의 인상깊은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다양한 위험을 마주하고 극복한 경험(적국에 둘러쌓여 있으며 매일 미사일이 날라오는 환경...), 이를 통해 스트레스에 강한 모습을 보임

2) 빠른 행동과 실천력을 보이며 실수에 관대한 분위기

3) 혼돈과 질서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환경과 사고방식

4) 개인주의(자유)와 공동체주의의 바람직한 조화

5) 낙관주의(이히예 베세데)


이런 특징은 역사와 문화에서 유래하는데, 유대민족과 한반도의 역사, 그리고 현재의 이스라엘과 한국이 처한 상황과 사회문화적 분위기 등을 비교해보니 흥미로운 점이 많았다.


유대민족의 역사, 그리고 삼국시대 이후 한반도의 역사를 보면 잦은 외세의 침략에 시달린 점이 매우 비슷하다. 현재의 상황을 보아도 이스라엘은 적국에 둘러쌓여있고, 우리나라도 북한의 위협을 바로 앞에서 마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비슷하다. 이러한 부분에서 이스라엘과 한국은 같은 민족끼리 동질감이 크다는 것, 그리고 스트레스에 어느 정도 강하다는 특징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반면 차이점도 있다. 한반도의 경우 왜구, 몽골의 침략, 여진족의 침략, 임진왜란, 병자호란, 그리고 개화기 시절의 신미양요, 병인양요 등 숱한 외세의 침략에 시달려왔음에도 완전히 멸망한 적은 없었다. 유대인의 경우는 어떨까. 전 민족이 이집트에서 노예생활을 한 적이 있었고(그래서 이스라엘 민족을 이집트에서 해방시킨 모세가 이스라엘의 거의 원탑 영웅으로 칭송받고 있다), 북 이스라엘 왕국은 앗수르에, 남 유다 왕국은 바벨론에 멸망당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AD 70년경 로마의 티투스의 의해 이스라엘이 멸망하여 유대인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일도 있었고, 마사다 요새에서 3년 동안 치열하게 항전하다가 로마군의 포위를 버티지 못하고 모두가 자결한 사건도 있었다. 유대민족은 전세계에서(특히 중세시대에) 멸시를 당했고, 기독교 국가들이 천시했던 고리대금업 등에 종사할 수밖에 없었다.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 이후에도 1차~4차 중동전쟁, 수많은 중동 국가들의 위협, 테러의 위협 등 이스라엘의 겪고 있는 극한의 상황은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나라도 희대의 민폐 국가인 북한과 1950년 6. 25. 전쟁을 치른 적이 있고, 천안함 사태, 연평도 도발, 핵실험 등 매우 위협적이고 불안한 상황에 노출될 때가 많았지만, 이런 북한의 예기치 못한 도발이 지나가면 우리 국민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곤 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매일 같이 미사일과 폭탄테러의 위협 속에서 매일 같이 사이렌이 울리고 방공호로 피신하는 것이 일상적이니, 우리나라와는 사뭇 그 스트레스와 위협의 정도가 다르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여러 번 멸망도 당하고 세계 각지로 흩어지고, 1948년 건국 후에도 주변의 적대국가들과 끊임없이 분쟁 속에 있는 이스라엘의 극한 환경이 이스라엘 사람들을 임기응변에 능한 자들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임기응변에 능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단어가 바로 '발라간'인데, 이는 미리 정해진 질서가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스라엘에서는 사람들은 물론 사회 체제까지 즉흥적이다. 


아이들뿐 아니라 이라엘 사람 모두가 발라간의 태도로 삶을 살아간다. 무질서는 혼란을 초래한다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이스라엘의 발라간은 유연성을 발휘해 주변 상황을 수용하도록 돕는다.
- 후츠파, 44면.


무질서한 상황을 컨트롤하지 못하면 혼란으로 치닫기 쉽다. 그러나 이스라엘에서는 '유연성'과 '창의적인 문제해결능력'을 통해 무질서한 상황에 빠르게 대처한다. 이러한 점을 통해 이스라엘이 고신뢰사회에 속한다는 점도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아직 고신뢰사회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많기 때문에, 사회의 여러 제도나 시스템을 통해 확고한 질서가 유지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에서는 매일같이 생존과 직결된 문제가 발생하므로, 확고한 질서를 세우고 유지하는 데에 사회적 비용을 투입하기 보다는 유연하고 즉흥적인 대처에 더 비중을 둔 것이 아닐까.


3. 유대교와 시온주의


<후츠파>에서는 제대로 다루고 있지 않지만 이스라엘과 유대인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유대교'를 빼놓을 수 없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규모가 큰 청소년 운동인 '조핌'에 대해 살펴보아도 이를 알 수 있는데, '조핌'이란 시온주의를 따르는 국가적 청소년 운동으로서 모든 이스라엘 시민이 만족하는 사회 건설을 목적으로 청소년에게 유대교의 가치와 시온주의(유대교에 기반한 민족주의 운동)를 가르친다.


 <후츠파>의 주된 소재가 이스라엘의 청소년 프로그램과 이를 통해 청소년들이 함양하는 여러 문화적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유대교' 또는 '시온주의'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었던 것은 조금 아쉽다. 결론적으로, 시온주의 국가 건설이 이스라엘 국민 그리고 이스라엘 밖의 여러 타국에 있는 유대인들의 소명이며 이것이 불확실성과 스트레스를 버티게 하는 가장 큰 힘으로 작용한 것이 아닐까한다. 애국심이 아니라 애족(族)심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후츠파>에서는 이에 대한 내용을 책 가장 마지막 부분에서 잠깐 언급하고 있다(291~295면).


가령 유대인의 선민의식, '티쿤 올람'(종교적 책임감), 이히예 베세데(낙관주의) 등은 유대교와 관련된 배경지식이 없으면 조금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며, 이에 대해 저자가 조금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충분한 설명을 해주었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쉽게 말해 이스라엘 사람들, 그리고 유대인들은 신이 자신들을 선택하였다고 굳게 믿고 있으며, 이러한 종교적 백그라운드를 정신적 지주로 삼아 계속 도전하고,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숱한 위협에도 낙관적인 마인드를 유지하고 있다. 아마 이런 종교적인 민족성이 우리나라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닐까.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7302984





작가의 이전글 재미와 지식,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소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