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 소장인 나는 어떨 결에 이렇게 말하고 잠시 주춤하다가, 그를 모서리가 약간 닳아버린 모난 손님용 테이블에 않게 했다.
그도 머뭇거리더니, 자신의 이름을 ‘고칠’이라고 불러주길 바랐다.
그는 이리저리 서류들이 정리 정돈도 되지 않고, 연구소의 명성과 달리 15평 크기밖에 되지 않아 실망한 눈치였다. 그래도 연구소 간판마저 깨져있는 이곳이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 자신이 주눅 들지 않아 비교적 마음 놓고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라고 생각했는지, 그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는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얼굴 표정을 바꿨다.
그러고 나서 호흡을 가다듬고는, 나를 자신의 먼 추억으로 인도했다. 그는 술이 얼큰히 오른 노인처럼, 사회적 성공이나 실패 같은 말들은 입에 담지 않으려 했다. 호기심에 이끌린 나는, 그에게서 편안함을 즐기고 있다고나 할까.
그의 첫마디다.
“이 세상의 가치 기준은 머리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든 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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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아이큐 77의 작은행복>으로 발간된 책을 새롭게 수정해 글을 올립니다. 이 글은 새롭게 다른 제목 <IQ 77>로 전자책이나 브런치 등으로 출간할 예정입니다. 프롤로그부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