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Q 77 : 아이큐77 제1화 01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01
그는 또 말을 이었다.
“학창시절 아이큐가 반에서 꼴찌에서 두 번째입니다. 마음이 아팠고, 기가 찼죠. 내가 병신인가 싶었어요. 이 세상을 어떻게 살지 고민부터 앞섰습니다.”
“아이큐는 수치에 불과해요. 열심히 살면 충분히 극복돼요.”
나도 모르게 판에 박힌 말들을 하고 말았다.
그는 내 말을 들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말을 이어가는데 정신 없어보였다.
“어느 날 저의 아이큐를 안 선생님이 저에게 쌀을 한줌 싸주시더니, 부모님께 갖다 드리라고 하시더군요. 다른 사람들에게 보인 내 모습은 영락없는 ‘불쌍함’ 자체였던 겁니다. 한마디로 전 다른 사람에겐 관찰의 대상이고, 결국 못난 존재였어요.”
그는 이 말만 남기고, 갑자기 실어증 환자가 된 것처럼 더 이상의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고칠씨가 아이큐가 몇인지가 너무 궁금해졌다. 그는 내 머릿속을 이미 꿰뚫어 보았는지, 굳게 닫은 입을 열었다.
“제 아이큐가 궁금하시죠?”
“네, 정말 궁금합니다.”
그는 내 대답을 듣더니, 한참을 우두커니 연구소의 먼 창가를 응시했다. 나는 가만히 그의 입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저……그래도, 나름 작은 행복은 있어요.”
동문서답하는 그가 답답했지만, 나는 그가 자신의 아이큐가 몇 인지만이라도 말해주길 바랐다. 너무 궁금해져서다.
“아이큐가 몇 인가요?”
나는 참을성이 없었다.
“아이큐가……77입니다.”
아이큐가 77? 나는 내 귀를 믿지 못했다. 아이큐 전문가인 내 머리가 멍해졌기 때문이다. 막말로 그의 아이큐는 원숭이 아이큐와 엇비슷할 것이라는 판단이 들어서다.
“장난 좀 치지 마시고요. 제대로 얘기해주세요!”
나는 이 말로 그를 다그쳤다.
“칠…십…칠입니다.”
그는 진지하게 진심을 다해 한 글자 씩 또박또박 대답해줬다.
그러고는 먼 추억이라기보다, 그의 과거 현실로 차분히 날 인도했다. 고칠씨의 작은 행복은, 사회적 성공과는 왠지 거리가 멀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