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Q77 제9화 01 가족 개념에 동성애 가족까지요?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by 이윤영

제9화


01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눈한 번 지그시 감았다가 떴다. 시간은 흘렀고 벌써 흰 눈이 내리는 12월이 오고 있었다. 날씨는 조금씩 추워 왔고, 옷도 두꺼운 오리털 잠바로 바뀌고 있었다.


이런 것들이 이젠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암시로 보였다. 낮 예배시간을 알리는 교회 종소리를 애써 외면하고 말았다. 고칠이는 자신도 모르게 먼 우울한 하늘만 쳐다봤다.


지난해에도 크리스마스이브부터 이벤트가 많아 눈 코 뜰 새 없이 분주한데, 고칠이만은 집에 누워 있기 일쑤였다. 올해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카드 보낼 곳도 마땅치 않았다. 믿고 따랐던 사회의 멘토도 없는 것 같고, 그렇다고 단짝 같은 친구도 없었다.

더욱이 이 나이 되도록 여자 친구마저 변변치 않으니, 홀로 인생을 사는 격이다. 크리스마스이브에는 밖에 나가는 게 고통으로 여겨질 정도다.


고칠이는 어딜 가더라도 위로를 받을지 알 수 없으니, 원치 않는 졸음만 밀려왔다.


“고칠씨, 정보와 사회가 되면서 가족제도에도 영향을 미치겠죠. 고칠씨처럼 부모님은 계셔도 독신생활을 할 수 있겠고요. 가전기술의 발달과 정보화가 기존의 핵가족까지 해체하고 1인 독신생활을 증대시킬 거로 점쳐져요. 현대사회는 이러한 가족제도가 있어요. 자녀양육 등의 활동을 공동체 차원에서 처리하는 공동체 가족이 있고 공식적으로 결혼하지 않은 남녀 한 쌍이 함께 사는 동거가족이 있을 습니다. 법적으로는 사실혼이라는 이 같은 가족개념은 서구사회에서는 보편적이라고 하네요. 또한 동성애 가족, 미혼모 가족 등이 있어요.


“동성애 가족까지요?”

“다양성을 인정하자는 거죠.”

"교회나 갔다 올까? 아니야. 그냥 창피하네. 모든 게."

이렇게 고칠이는 자신도 모를 정도로 긴장도 풀린 소극적인 유형의 사람이 되어 가고 있었다.


엄마는 교회에 가시고 없고 아빠는 젊으셨을 때, 사업같이 했던 동료 분들과 친목회에 가셨다. 그 혼자 졸리는 눈꺼풀을 붙이고 우두커니 빈 방에 눕다시피 하여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동생은 뭐하지, 고놈도 요즘 잘 나간다는 소문이 있는 걸 보면, 바쁘다고 하겠지. 친구나 부를까, 아니다. 아니야.' 그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어디로 가야할지 갈 곳이 없어진 것이다.

그는 책장 위에 선물로 받은 석고로 된 천사 인형 2개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어렵게 들어갔던 대학의 동기 여자 친구가 준 생일 선물인데 당시에는 3개였었다. 천사 인형 한 개를 일 년 전에 안고 자다가 그만 인형 목이 부러지는 바람에 애석하게도 휴지통에 버리고 말았다.

이 여자 친구는 대학 재학 시절 고칠이를 무척 쫓아 다녔는데, 정작 그 자신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황할 때라서 괜히 부담만 느꼈다는 거다. 여자 친구가 싫은 건 아니었다.

친구를 통해 알게 됐는데, 지금 이 여자 친구는 아주 멋진 남자 만나 호강한다고 한다.


'잘 됐어. 괜히 나랑 친해졌으면 지금쯤 고생만 바가지였을 거야. 잘 됐어 정말 잘 됐어.'

고칠이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계속 흘러 내렸다.

하얀 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 날. 잠시나마 스쳐간 여자 친구에게 이 말을 하고 싶다.

‘내 마음 알지, 내가 널 싫어한 게 아니고 내 자신이 싫어서인 거. 건강하고, 안녕.’

고칠이는 석고 천사인형 2개와 자신의 팔을 슬그머니 잡고 사진 찍은 그 여자 친구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혼인은 배우자 수에 따라 일부일처제, 일부다처제 등으로 나뉩니다. 일반적으로 일부일처제가 옳죠 특히 우리사회는 일부일처제입니다. 그러나 문화를 상대적인 입장에서 보면, 일부일처 혼인을 제도화한 나라도 있는 걸 보면, ‘틀리다, 그르다.’라는 정답은 있지 않을 겁니다. 특정 사회의 관습과 문화를 그 사회의 특수한 환경과 상황 및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하는 태도를 문화상대주의라고 합니다.”

“그래요, 문화 상대주의요.”

“그런데 고칠씨는 여자 친구가 다른 남자랑 결혼했기 때문에 잊으려고 한 거겠죠. 이유는 우리 사회는 일부일처 혼인이 뿌리 깊게 제도화 되어 있기 때문일 거예요, 자문화중심주의로 생각한 거겠죠.”


“그렇긴 해요.”

“고칠씨, 일부다처제는 어떤 가요? 당황스럽죠?”

“엉뚱한 얘기 좀 하지 마세요!”

“고칠씨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문화를 우수하다고 믿고 다른 문화를 자신의 문화를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는 겁니다.”

“절 테스트 하는 느낌을 받네요.”

“거꾸로……아주 소수이겠지만, 우리 사회 구성원 중에도 일부다처제를 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막말로 문화사대주의적인 태도일 겁니다. 또한 극단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모두 유용하다.'고 하여, 일부일처제 일부다처제에 대한 보편적 판단 기준 자체를 거부하거나, 가치의 존재를 부인하는 극단적 문화상대주의도 있을 거예요.”


“복잡하군요. 머리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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