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일자리와 돈이 없어도 고칠이에겐 견딜 수 있는 무사적인 내공이 있잖니. 마음만이라도 편했으면 소원이 없겠다. 고칠이로 인해 별탈 없던 가족이 힘들어 하겠지만 말이다.
"조금만 참아줘요. 저도 어쩔 수 없네요. 타고난 나의 능력과 성격이 왜 이리 돈과 거리가 먼지.”
“사회계층 현상에 대한 관점 중에 기능론적 관점이 있어요. 사회계층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은 개인의 능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능력 차이요?”
“능력이 있으면 정신적인 노동자인 의사나 판검사를 하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육체적인 노동자인 환경미화원 등을 한다는 겁니다. 이 같은 관점은 일에도 중요도의 차이가 있어 사회유지를 위해 불가피한 현상이고, 개인의 기여도에 따라 합리적인 보상을 줘야한다는 생각에서 나온 거예요.”
“하지만, 또 다른 관점인 갈등론적 관점이 있어요. 사회계층은 개인의 능력과 자질에 따라 나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지배집단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에 불과하다는 거죠.”
“상식적으로도 집에 돈 많고 하면 뭔 걱정이 있겠어요. 기득권…….”
“남보다 먼저 기득권을 차지하고 미국유학 등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지배계층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회적 자원에 가치를 부여한 거죠. 지배계층은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좋은 직업을 얻게 된다는 이상한 논리를 퍼뜨린 겁니다.”
“이상한 논리? 정신적인 노동이 돈을 많이 벌어요. 노가다 해봤자 몇 푼 된다고. 몸만 이리저리 쑤신다니까요. 약값이 더 들어요!”
“일반적으로 '정신노동이 육체노동보다 높은 보수를 받아야 한다.'는 것에 대한 합리적 근거는 전혀 없어요. 순전히 지배계층의 의도에 따라 결정된 겁니다. 지배계층이 만든 기존의 지배질서에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는 겁니다. 우리나라 법률제도도 대기업을 위해서 만들어진 게 참 많습니다. 그런데 과연 대기업 고위층 자녀들이 정말로 똑똑하고 능력도 있고 노력도 많이 하나요? 의문을 제기하고 싶네요.”
“그건 좀 아니지 않나요? 지금은 법으로도 민생을 챙기고 있진 않나요? 대기업 자녀들, 어느 누구 보다 엄청 똑똑하고 노력하던데요? 이들 중에 아이큐 77이 있겠어요?”
“고칠씨의 중용의 관점? 기능론적 관점, 갈등론적 관점을 좀 더 이해하기 쉽고 극단적으로 표현하려고 하다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