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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룸 투자소설 '사람이 두려워요' 연습4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ㆍ저널 투자가

by 이윤영

학교 구내 식당은 한끼 3천원 정도 한다. 저렴한 편이다. 지난 번에는 세명 학생과 함께 밥을 먹었다.
이들은 부모님이 아프셔서 자신이 학비를 벌며, 생활을 꾸려 나가는 학생들이었다.

뜻하지 않게 모든 게 뒤틀려 갔다는 말들을 자주 늘어 놓곤 했다.


이번엔 여학생 두 명이 더 따라 나섰다.
그 중에 한 학생 집안은 부유했다. 귀고리가 길게 늘어진 채 잔뜩 명품 브랜드로 치장한 여학생. 우리 공짜밥 모임과 어울려 보이지 않았다. 깊은 한숨과 짜증내는 목소리로 그저 세상 살이를 두려워했다.
그 여학생의 친구가 이미 저 세상으로 떠나서라는데.


고등학교 3학년 때란다. 국어를 가르치는 총각 선생님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다, 거절 당해 화장실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친구가 기억난다 했다. 머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아 괴롭다 했다.


부유한 여학생에겐 그윽한 밤, 새벽마다 그 친구의 서글픈 울음 소리가 혼이 되어 들려오나 보다.

국어 선생님은 그 충격으로 학교를 더 이상 오기 힘들어, 그만 뒀다나.

이러한 걸 겪은 여학생은 돈이 없어 배고파 우리와 같이 밥을 먹는 게 아니었다.
사람관계, 사회 생활이 두려워 투자로 자신의 길을 가려하는 거다.


투자 마인드와 방식을 더 묻고자, 수업을 마치고 같이 밥 먹으러 오게 된 거라며, 그녀는 속을 털어 놓았다.

그 여학생은 김치 덮밥을 가져왔다. 숟가락으로 밥을 떠 입에 가져 가며 말문을 열었다.


"저는 사람이 무섭고 두려워요."
"...그렇군요."
우리는 이렇게 한 목소리로 짤막한 답변만 남기고 밥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는 다음 강의를 준비해야만 했고, 다른 학생들은 또 다른 수업 강의실로 급히 옮겨 가야만 했던 것이다.


"그런데요, 교수님. 피보나치 수열로 항상 계산해서 투자하려면 복잡하지 않나요? 다른 방법은 없나요?"
부유하지만 사람이 두려운 그 여학생은 바쁜 와중에도 오로지 투자만이 머리에 가득찬 모양이다.


난 즉시 목에 힘을 주어 그 절박한 질문에 응했다.
"피보나치 수열을 단순화 시키면, 2의 거듭제곱 꼴과 유사하답니다! 1, 2, 4, 8,16 ..."



* 허구로 이뤄진 투자 판타지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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