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일기 9월 회고
출근길 지하철에서 이것저것 쓰자니 괜히 보람찬 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아무래도 각 잡힌 존댓말은 자유로운 이야기가 안 나오는 것 같아서 기록장 용도로 주절주절 쓰려 한다. 나답게 쓰는 데 의미를 두자.
언젠가 어느 책에서 사람이 습관을 형성하는 데는 60일 이상 시간이 든다는 얘길 봤다. 그만큼 습관 형성에는 노력뿐 아니라 절대적인 시간도 필요하다는 얘기가 아니었을까?
왕복 3시간 통근이 내게는 습관이라면 습관이었다.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데 지레 긴장해서 회사에서도 내내 어깨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옆자리 리더님이 부르시면 펄떡 뛸 것처럼 놀라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리더님은 얼마나 당황하셨을까!
7월의 긴장 풀기, 8월은 일상 루틴 무난하게 소화하기(근데 한 번 고꾸라졌음), 9월은 출근 자체에 적응 완료하기가 목표였는데, 그럭저럭 이룬 듯해 뿌듯하다.
이제는 6시 기상과 3시간 통근이 제법 익숙하다. 숨쉬듯 자연스럽고 쉬운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얼추 적응했다. 60일 법칙 같은 게 있긴 있나 보다. 어쩌면 60일 뒤의 나는 달라져 있을 거라는 믿음을 계속 지키려고 애쓴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첫 장은 ‘○○○○ 추천’을 검색했을 때의 네이버 블로그 탭 웹 환경이다. 일시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2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선 안 썼지만, 기업 명인 ‘○○’을 검색해도 마찬가지다. 원래 축구나 원예 용어가 가장 먼저 노출됐는데, 지금은 그래도 10위권에 안정적으로 보이는 중이다.
물론 노출 순위 자체가 계약률 등 실제 성과로 곧장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가시적인 상승세는 늘 마음이 꽉 차는 느낌으로 보람찬 법이다. 적어도 인지도 상승으로 장기적인 성과에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다.
두 번째 이미지는 9월 한 달간 쓴 업무일지인데,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세세하게 기록하다 보니 분량이 너무 늘어난 것 같다. 다른 분들은 프로젝트 단위로 기록하시던데, 아직 모든 걸 다 써야만 기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아무래도 내 기억력에 불신이 깊다.
그래서인지 내 모니터는 포스트잇 잔뜩이다. 이게 자기 자신을 믿고 말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자기객관화라고 하면 딱 맞을 듯!
그래도 7월이나 8월 중순까지는 완전 무형식으로 줄줄 썼는데 지금은 프로젝트, 기간, 회고, 내용 등등으로 칸을 나누었다. 멘토님이 있어서 다행이다!
8월에 컨디션 난조로 한 번 고꾸라진 적이 있는데, 그때 ○○○ 리더님께서 근무 시간 중에 얼른 병원 다녀와도 된다고 해 주셔서 정말 좋았다. 몸살로 아파서 의사 선생님 앞에서 찔찔 울었는데 역시 약 먹으니까 멀쩡해지더라. 현대 의약학 최고.
내가 내 컨디션을 살피지 못했다는 데서 오는 자괴감이 컸지만, 이미 벌어진 일인 걸 어떡하겠는가. 반차 내고 그대로 12시간 딥슬립하니까 꼭 리스폰된 몬스터마냥 캬하하하 웃으며 깨어나지더라.
상냥한 동기 분이 왜 그렇게 죽을 상이냐고 얘기해주지 않으셨다면 그대로 계속 일하다가 큰 실수 하나 하지 않았을까? 그날 흔쾌히 반차를 허락해 주신 부대표님의 아량에도 치얼스!
업무적인 걸 떠나더라도, 언젠가 나 역시 인간 대 인간으로서 다른 사람을 챙길 수 있는 인간이 되고 싶다. 소소한 친절일수록 마음에 잘 와 닿는다. 마치 고분자 콜라겐보다는 저분자 콜라겐이 흡수가 잘 된다는 것처럼.
최근 완독한 소설의 표현을 빌리자면, 손을 내밀어 누구를 붙잡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게 잠깐 고꾸라진 사람이든 절벽에 매달린 사람이든 그냥 심심해서 손 잡아달라는 사람이든.
어쨌거나 지금은 나 이후 들어오신 인턴 분들과 일하고 있다. 늘 성실하시고 100%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이 막 입사했을 때의 나를 보는 것 같다. 지금도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는 있지만, 내 여력을 좀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중이다. 강약 조절이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비록 2개월 선배지만, 그간 내가 헤딩에서 배우고 받은 만큼 인턴님도 얻어 가셨음 좋겠다. 따지자면 내리사랑이다. 인턴과 인턴이라 어떤 위계관계는 없지만, 내리사랑이라는 게 꼭 위에서 아래로 가는 건 아니라고 본다.
애정과 존중이 있는 수평적인 관계라면 선후배 사이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게 내리사랑이라는 말 아닌가.
이제 인턴 기간이 워킹데이 기준 스무 날도 채 남지 않았다. 이 과정을 마쳤을 때 내가 더 괜찮은 사람으로 발전해 있었으면 좋겠다. 겸사겸사 자신감도 있음 좋고. 적어도 피그마 하나는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되긴 할 것 같다:D
아니 근데 진짜 내가 뭘 썼다고 공미포 2300자나 썼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