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작가가 되고 나서, 그다음은? (2)

허투루 봤다가는 영혼까지 털리는 직종, '웹소설 작가'

by 글좋아

흔히 업계 작가들 사이에서는 그런 말이 종종 돈다.


책은 N질 이상 내야 안정적인 수익이 나온다, 전업 작가 전환이 가능한 수익의 기준은 연간 소득 기준으로 대략적 NNNN만원이다, 지금은 시국이 좋지 않으니 작가는 부업으로 생각하고 겸업을 하는 게 낫다(규칙적인 소득을 무시하지 말아라) 같은 어드바이스.


어떤 충고는 정말 소중하게 귀담아듣게 되기도 하고, 어떤 충고는 또 의심을 가지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여러분이 신인 웹소설 작가 거나, 웹소설을 부업으로 쓰고 있거나, 혹은 적어도 웹소설 작가라는 직업을 고려하고 있다면 한 가지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절대적인 Bible은 없다."


말 그대로다. 어떤 경험자도 절대적으로 옳을 수는 없다. 설령 그 경험자가 수백 개의 에이전시 및 직계로 계약해 보고 장르를 망라해서 오천 개의 작품을 출간한 웹소설 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애초에 그런 사람들은 평범한 대다수의 작가들과 더욱 다르지 않을까?)


궁금한 게 있다면 인터넷 카페나 커뮤니티, 혹은 지인 등을 통해서 조언을 구하는 행동 자체는 좋다. 하지만 거기서 답을 찾으려고는 하지 않는 게 낫다. 왜냐하면 조언을 주는 사람들마다 사정과 형편과 조건이 다르며, 어느 누구도 여러분의 사정 및 형편과 똑같을 수 없다. 나와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조건을 고민해 본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이 그 고민을 했던 시기와 현재가 다르고, 둘러싼 인간관계도, 개인의 역량과 성격도 전부 다른데 어떻게 타인에게서 나만의 답을 구할 수 있단 말인가.


여기까지 오면 오히려 반발 심리가 작용해서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기분이 들 수도 있다. 그럼 타인의 조언을 구하지도 말고 듣지도 말아야 하나? 어떻게 사람이 혼자서만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나? 그럼 이 글을 쓴 글좋아 작가님도 그렇게 남의 조언을 안 듣고 혼자서 잘 해오셨나?


물론 당연히 그런 뜻이 아니다. 조언은 얼마든지 들어도 좋다. 나도 업계 선배와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한 적이 있다. 내가 경험이 없으면 다른 사람의 경험이라도 빌려야 하지 않겠나. 다만 거기에 지나치게 휘둘리지 말라는 의미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 보면 '나 00 상황인데 어떡하냐', '저 00하는 고민이 있는데...' 같은 상담글을 많이 볼 수 있다. 단순 작품 관련 고민이 아니라면, 상담글을 올리는 대부분은 이미 마음을 정하고 글을 올리는 거다. 그들은 이미 마음속에 정해둔 바가 있다. 스스로도 본인의 선택이 좋다고 은연중에 생각한다. 다만 확신이 없어서 그냥 남에게 동의해 달라고, 내 선택이 옳은 것 같은데 정말 그러하냐고 확인차 호소하는 것에 가깝다.

실상은 아무도 진심으로 남에게 판단을 맡기고 싶어 하지 않는다. 여러분도 그렇다. 본인의 선택은 본인의 책임이고, 그렇기 때문에 여러 가지 변수를 생각하고 고려할 수 있는 것도 오직 자신뿐이다. 그러니 누군가의 조언을 듣기보다는 본인의 현명한 판단을 돕기 위해 여러 데이터를 수집하고 업계 소식과 근황을 알아보기 위해 질문하는 방향으로 변경하는 것을 추천한다. 본인을 가장 잘 아는 것은 친구도, 부모도, 지인도 아니다. 바로 나다. 지금 여기에서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는 자신이다. 그러니 누군가가 진정으로 걱정되어서 충고해 주는 것이 아닌, 그저 경험자라는 이유만으로 여러분의 삶에 훈수를 놓기 위해 조언을 하는 척한다면 먼저 귀를 닫는 게 낫다.

심지어 내 글까지 그렇다. 내 글은 여러분의 작가인생을 유지하는 데에 도움을 주려는 목적이지, 여러분을 뒤흔드려는 게 아니다. 그러니 언제까지나 모든 것은 그저 단순한 조언 정도로 여겨주면 된다. 여러분의 귀가 수제비 반죽처럼 얇은 게 아니라면 분명 가능할 것이다.



작가의 삶을 시작하기 좋은 때다.

지금 어떤 독자는 이미 작품 전송권 계약서에 서명을 한 후 신인으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 검색하고 있을 수도 있고, 또 어떤 독자는 그냥 브런치에 어떤 놈이 입을 이렇게 털어대나 궁금해서 들어왔을 수도 있다. 아니면 현재 제법 수익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전업 작가의 삶을 꿈꾸는 사람일 수도 있고. 보다 젊었을 때의 꿈을 늦게나마 이룬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느 때이든,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여러분은 각자의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기에 작가가 되었노라고.


웹소설 작가의 성별과 나이와 국적과 인종은 정말 다양하다. 하지만 밤늦게까지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며 나오지 않는 스토리와 아이디어에 괴로워하고, 밤샘은 절대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커피를 타고, 에이전시 및 매니지먼트에게 아슬아슬하게 원고를 전달하거나 기어코 펑크를 내는 바람에 눈물바람으로 읍소하고(이러면 절대 안 된다.), 누구도 규제하지 않는 루틴에 낮밤이 바뀌고, 더 이상은 돈이 안 되는 글을 쓰지 않겠다며 플랫폼의 톱랭킹을 찍은 작품들을 공부하며 눈을 번득이고 있는 것만큼은 동일하다. 우리는 전부 창작 노동자 동지고, 눈물겹게 타이핑을 두드리는 마감 전우인 동시에 수익과 프로모션, 노출을 두고 다투는 경쟁자다. 그런 관계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는 글을 쓰고 싶은 충동과 키보드를 반쪽으로 부수고 차라리 산속 암자에 은거하고 싶은 마음 사이를 하루에도 수백 번씩 오간다. 우리는 촉박한 작업 시간과, 쏟아지는 경쟁 스낵컬처와, 주 5-7회 마감과, 편당 공백포함 5500 자라는 혹독한 조건 속에서 계속해서 창작을 해내고 있다. 여기에 여러 작품을 동시에 한다면 하루하루가 고됨의 연속이다. 그래도 우리는 글을 쓴다. 모든 웹소설 작가들은 글을 쓴다. 설령 어딘가에서는 웹소설이 제대로 된 문학이 아니라며 얕잡아보기도 하고, 이것만으로는 먹고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매출액에 한숨이 푹푹 나와도 결국은 다시 책상 앞, 카페의 구석에서 자판을 두들기게 된다. 이게 웹소설의 축복이자 저주다.


웹소설은 쓰고 싶은 것을 쓰는 게 아니라, 팔리는 것을 쓰기 위한 직업이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잘 팔리는 웹소설의 트렌드나 플랫폼 분석 같은 내용을 작성하지 않을 예정이다. 그런 것들은 조금만 뒤져봐도 바로 얻을 수 있는 정보고, 나도 굳이 시간을 들여가면서 브런치에 남이 했던 이야기를 또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대신 위에 언급했듯 다양한 상황에 처한 여러분들에게 할 말은 따로 있다.


그리고 내가 할 첫 번째 말은 이거다.

웹소설, 어설프게 할 바에야 시도하지 않는 게 좋다.

마음이 떨어졌다면 빠른 시일 내로 조속히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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