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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질시스터즈 Dec 19. 2020

웹툰 공감의 장, 베스트댓글 문화는 순기능만 있을까?

더욱 성숙한 웹툰 창작과 문화를 위해 고민해야 할 때.

 10년간 웹툰은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대중문화로 자리 잡았다. 인기 있는 웹툰이나 작품성 있는 웹툰은 드라마화 혹은 영화화되면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고, 그에 따라 웹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는 추세이다. 이러한 대중들의 관심에 따라 웹툰 플랫폼의 수가 대거 늘어났고, 사이트들은 소비자의 성향과 편리에 따라 빠르게 시스템을 개편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 개편 중 웹툰 플랫폼 초창기와 비교하여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댓글 시스템의 변화이다. 초창기의 댓글 시스템이 올린 시간에 따라 순차적으로 나열되는 방식이었다면, 현재는 추천 수에 따라 순위권으로 올라오는 베스트 댓글 시스템으로 변화하여 일명 “베댓”이 생기게 되었다.  베댓으로 인해 댓글 창을 도배하던 광고성 댓글은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독자가 다수의 집약된 의견을 알게 되면서 작가-독자뿐 아니라 독자-독자들 간의 소통이 형성되었으며, 모두가 공감할 만한 내용의 베댓은 웹툰을 읽을 때의 또 다른 새로운 재미가 되기도 한다. 내가 즐겨보던 웹툰에서 레전드 화가 탄생했다면, 웹툰을 읽는 도중, 혹은 읽은 직후에 댓글창을 확인하여 자신이 느낀 감정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베댓들을 통해 다른 이들과 공감하는 재미는 상당하다. 그 외에도 베댓을 통해 웹툰 내용의 이해를 돕기도 하는 등의 순기능이 있다.


네이버웹툰(왼), 다음웹툰(오)

 

그러나 베스트 댓글 시스템이 순기능만 있을까? 베스트 댓글 시스템은 작가, 독자, 작품에 복합적으로 악영향을 끼치는 또 다른 문제들을 파생했다. 베스트 댓글 시스템으로 인한 문제점은 대형 웹툰 플랫폼인 네이버 웹툰 사이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어떻게 보면 반드시 웹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댓글"서비스 자체의 구조적 문제일 수도 있을 것이다.


 첫 번째로, 베댓은 여론몰이를 형성한다. 댓글은 극 초반의 추천 수가 높으면 상위권에 노출되며, 이후에는 계속해서 추천을 받으며 순위를 유지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즉 수많은 댓글 중에서 적절한 시기에 올린 댓글이 적당한 추천수를 받게 되면 상위권으로 올라가는 시스템인 것이다. 이로 인해 “베댓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에서 상위권의 댓글에 사람들의 의견이 따라가는 현상이 발생한다. 베댓이 반드시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베댓의 내용이 절대다수의 여론인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그동안 언급되지 않았던 문제점이 한 번 베댓에 올라오면 그 후로는 한동안 비슷한 내용의 베댓이 줄을 이루는 것에서 그러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노블레스> 383화에 그 직전 화까지는 없었던 스토리 전개에 대한 지적 글이 베댓이 되자, 그 화의 베댓 창은 갑자기 스토리 전개에 대한 같은 내용의 비판으로 도배되었다. 그러한 양상이 다음 주까지 이어지다, 385화에 전개에 대한 일리 있는 옹호 글이 올라오자 비판이 눈에 띄게 사라졌다. 그리고 그 다음 주부터 옹호성 배댓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그동안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던 웹툰의 내용을 지적하는 베댓이 생기면 군중심리로 인해 댓글 창에 비판이나 비난이 성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여론몰이는 독자가 작품을 있는 그대로 감상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작가가 의도한 작품의 내용을 왜곡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두 번째로, 베댓은 허위 정보나 추측성 정보가 올라오는 경우가 빈번하다. 비판적이지 않은 다수의 독자는 추천 수가 높은 정보를 수동적으로 수용한다. 웹툰에서는 작가의 인성 논란 등이 발생하였을 때, 작가가 개인 블로그나 트위터 등 SNS에 해명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독자들은 작가의 개인 공간에 방문하지 않으므로 이러한 사건의 전말을 알지 못한 채 베댓의 비판, 즉 파편적인 정보나 허위 정보만을 기억하게 된다. 이는 일명 별점테러로 이어지며 작가나 작품이 낙인찍히는 계기가 된다. 별점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그 화에 대한 독자의 반응이다. 따라서 극심한 별점테러는 웹툰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한다. 2016년 7월에 불거진 “메갈 논란” 때 여러 웹툰 작품의 댓글창에 작가 메갈 논란 베댓이 도배되었던 현상에서 이러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불어 베댓이 된 섣부른 추측성 글이 정설로 굳어지기도 한다. <소녀의 세계> 95화에는 향후 전개에 관련된 추측 글이 베댓이 되었고, 이를 믿은 이용자들에 의해 베댓 창이 같은 추측으로 도배되며 이것이 정설처럼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그 추측은 실제와 전혀 관계가 없음이 드러났다. 이런 경우는 매우 비일비재한데, 독자가 이처럼 무의미한 정보에 노출되는 것은 웹툰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세 번째로, 베댓은 작가의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방해한다. 웹툰을 오래 소비한 독자로서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적게는 몇천 명, 많게는 몇만 명의 독자가 추천을 누른 베댓은 작가에게 큰 압박감을 줄 수 있다. 작가는 베댓의 의견을 참고하여 자신이 원래 계획했던 이야기의 흐름을 바꾸기도 한다. 실제로 <윈터우즈>의 작가는 전개가 지루하다는 독자의 평으로 인해 전개를 수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인기 만화가 오다 에이치로의 경우, 팬들이 보내는 팬레터에 포함된 의견을 일절 반영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이 구상하는 소년만화의 이미지에 독자의 의견을 참고하여 함부로 노선을 바꾸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또 다른 웹툰 플랫폼인 ‘레진코믹스’의 경우 아예 댓글 창을 없애면서 작가의 개인 SNS를 제외하고는 독자의 반응을 확인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작가가 오로지 작품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고, 독자는 내용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물론 독자와의 소통은 분명 필요하다. 댓글의 적절한 지적으로 인해 스토리 전개의 명백한 문제점이 개선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의 선택적 수용이 불가능한 베댓을 통한 독자의 지나친 개입이 우려된다. 작가는 매번 베댓을 통한 독자의 반응을 걱정하며 전전긍긍할 수도 있고, 큰 문제가 없을 때도 여론몰이로 형성된 비판에 의해 자신의 계획을 바꾸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처럼 독자와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운 환경은 작품의 전반적 질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하며 결과적으로 독자에게도 악영향을 끼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모로 봤을 때, 웹툰을 소비하는 입장에서 베스트 댓글이라는 기능은 웹툰 감상의 재미를 더해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레진코믹스를 비롯한 타 플랫폼은 웹툰 감상 후, 댓글 창이 없어서 느끼는 허전함이나 아쉬움이 반드시 존재했다. 해당 회차의 내용이 흥미로울수록 공감할 수 없는 아쉬움은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 매번 트위터나 웹툰 관련 커뮤니티를 사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다만 호흡이 긴 웹툰을 감상할 때에는 부정적인 댓글에 영향을 받아 작가가 원래 의도했던 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전개가 흔들리면 어떡하나하고 염려스러운 적도 있었다. 웹툰 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고민이 필요한 부분임은 명백해 보인다.



 그렇다면 베스트 댓글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물론 식상하지만 첫 번째 방법은 독자가 성숙하고 능동적인 태도를 갖는 것이다. 베댓에 올라오는 추측에 의지하는 수동적 태도를 지양하며, 베댓이 반드시 여론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비판적으로 정보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자기 나름의 의견을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관철하는 태도를 통해 여론몰이 현상을 경계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웹툰의 회차별 별점 제도를 없애고 총 별점 제도만을 만드는 것이다. 별점제도는 댓글반응과 쌍방향 관계를 갖는다. 따라서 회차별 별점 제도가 사라진다면, 댓글반응이 별점에 따라 매번 크게 동요하는 일도 줄어들고 작가가 자신의 웹툰이 매번 평가받는다는 인식을 줄여 부담을 덜어 주는 데에 일조할 것이다. 또한 총 별점만 존재하는 것은 지나치게 높은 네이버웹툰 평점의 하향 평준화를 유도하며 웹툰 사이트 내에서 좀 더 느슨한 분위기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겠다.


세 번째 방법은 연재 웹툰 웹/앱 페이지 내에서 작가별 공지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작가의 블로그나 트위터 주소는 일반적으로 회차의 맨 하단에 공개된다. 그러나 클릭해서 바로 접속되는 구조가 아니므로 접근성과 편리성이 떨어진다. 또한 독자들은 하나의 웹툰에 무게를 둬서 보는 것이 아닌, 다양한 웹툰을 가볍게 읽기도 한다. 이런 독자들은 매번 모든 작가의 개인 공간에 일일이 가볼 일이 많지 않다. 따라서 네이버 웹툰 사이트 내에서 작품과 분리된 작가의 개인 공간을 구축한다면 독자는 작가의 중요 공지, 논란 해명 등의 내용을 더욱 쉽게 접하며 이는 독자 간 정보 불균형, 허위 정보 확산 등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이처럼 소통 공간의 문제점을 최대한 개선한다면, 앞으로 더욱 커져 가는 웹툰 시장에 더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  



글. 강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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