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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질시스터즈 Dec 26. 2020

아도르노의 문화산업론으로 본 웹툰 산업과 수용자 -1

아도르노, 호르크하이머의 『계몽의 변증법』을 중심으로


지난 글, "웹툰 공감의 장, 베스트댓글 문화는 순기능만 있을까?"에서도 언급했듯이 2000년도 전후를 기점으로 탄생한 웹툰은 이제 대중문화 중 하나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이번 글에서는 대중문화가 싹트기 시작할 무렵 대중문화에 대해 논한 대표적인 사상가 테오도어 아도르노발터 벤야민의 관점으로 웹툰 산업과 수용자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이들은 각각 대중문화의 기만과 해방의 속성에 대한 의견 대립을 보여주었는데, 이를 통해 현재에도 유효한 의견은 무엇이며 또 현재의 시점에서 어떠한 한계점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발터 벤야민(1892~1940·왼쪽)과 테오도어 아도르노(1903~1969·오른쪽)

아도르노의 문화산업론: 대중 기만으로서의 계몽

아도르노는 문화가 대중에 의해 생산된 것이 아니라 산업적 구조에 의해 상품으로써 생산된 것임을 확실히 하기 위해 '대중문화(Popular culture)'라는 용어 대신 '문화산업(Culture industry)'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아도르노는 문화산업을 일컬으며 '대중 기만으로서의 계몽'을 주장했는데, 이는 문화산업이 철저히 자본과 권력에 종속된 하수인이며, 독점에 의해 만들어지는 문화산업이 모든 것을 동질화하고 획일화한다고 주장했다. 아도르노에 따르면 문화산업이 생산해내는 오락물들의 내용은 겉보기에 변화하는 것 같지만 사실 변화 없는 반복이며 대량 복제의 개선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며, 작품은 작품 자체보다 눈에 띄는 효과나 성과만이 높게 평가될 뿐이다.


여러 유형의 인기 가요나 인기 배우, 멜로물들이 돌고 돌지만 실제로는 전혀 변화가 없는 것처럼, 오락물들의 내용들도 겉보기에는 변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전혀 변화 없는 반복일 뿐이며, 세부 사항들만이 대체 가능하다. … 문화산업이 오직 ‘효과’에만 매달리게 됨으로 말미암아, 마음대로 주물러지지 않는 것이라는 ‘효과’의 고유한 특성이 무시되고 ‘작품’이라는 관념을 대체해버린 상투화된 형식에 효과는 종속된다.

-『계몽의 변증법』, 문학과지성사(2001), p190-191


이러한 문화산업은 대중이 원한 적 없는 오락물들을 끊임없이 주입함으로써 대중들을 학습시키고, 더 나아가 대중을 저항 의식으로부터 도피하게 만든다. 이를 통해 문화산업은 대중 속의 혁명과 야만적 본능을 길들이게 되는데, 이러한 점을 두고 아도르노는 문화산업의 위험성을 경고하였다. 이때, 아도르노의 관점에서 대중은 문화산업이 제시하는 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수동적이고 무비판적인 존재이다.


문화 산업의 위치가 확고 해지면 확고해질수록 문화 산업은 소비자의 욕구를 더욱더 능란하게 다룰 수 있게 된다. 문화산업은 소비자의 욕구를 만들어내고 조종하고 교육시키며 심지어는 재미를 몰수할 수도 있다. … 즐김의 근저에 있는 것은 무력감이다. 즐김은 사실 도피다. 그러나 그 도피는 일반적으로 얘기되듯 잘못된 현실에서의 도피가 아니라 마지막 남아 있는 저항 의식으로부터 도피하는 것이다. 오락이 약속하는 해방이란 ‘부정성’을 의미하는 사유로부터의 해방이다. 

-『계몽의 변증법』, 문학과지성사(2001), p218-219


현재에도 유효한 의견

아도르노가 주장한 문화산업의 기만과 위험성에 대한 논의는 자본의 논리를 따라 몰개성화로 인한 콘텐츠의 질적 저하나 문화산업의 독점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측면에서 현재 웹툰 산업에도 유효한 논의들이 많다.


① 문화산업의 독점: 대중의 소비 욕구 장악


아도르노에 따르면 문화산업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수요와 공급이 조절된다는 전통적인 시장 법칙에 만족하지 않고, 인위적인 소비욕구의 생산체계로 대중의 소비욕구를 만들어내고 이를 조종한다. 대중의 소비 욕구는 내면적 필요성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산업의 손아귀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대중은 문화산업으로부터 촉발된 허위 욕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리디(RIDI)의 배기식 대표는 "콘텐츠를 판다는 건 결국 '습관'과 '시간'을 포획하는 싸움"이라고 일컬었는데, 수많은 콘텐츠 플랫폼들이 사용자 점유율과 사용 시간 점유율을 어떻게 더 늘릴 수 있을지 골몰하는 전쟁은 아도르노가 논의한 인위적인 소비욕구와 연관되는 지점으로 읽어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플랫폼들의 점유율 경쟁은 아도르노가 주장한 자본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2020년 11월 웹툰 앱 사용자 동향


아도르노는 문화산업의 독점과 독점의 강화로 인한 힘의 행사가 노골화되는 측면에 있어 경각심을 가졌다. 마찬가지로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규모의 시장을 두고 플랫폼들이 각축을 벌이는 양상 속에서 문화산업의 독점화는 문화 산물의 독점화를 초래할 수 있으며, 문화의 다양성을 억압하거나 대중의 문화적 삶을 협소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웹툰 역시 대중문화의 일종으로서 많은 이용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가 된 만큼 그 미디어의 힘과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켜준다는 측면에서 아도르노의 시각은 곱씹어볼 만하다.



이어 "아도르노의 문화산업론으로 본 웹툰 산업과 수용자 -2"에서 내용이 이어집니다.


참고 문헌

TH.W.아도르노·M.호르크하이머. (2001). 계몽의 변증법 (김유동 옮김). 문학과지성사. 

손은하 (2017). 한중 만화·애니메이션산업과 전문인력 양성체계의 정책비교 및 전문가인식 연구, 중앙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한겨례 (2009.02.20). "두 미학자의 생각 가른 ‘대중문화 양면성’". URL: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340112.html

매일경제 (2020.02.23.). ”독서 데이터 10년치 쌓으니 뭘 읽고 싶어하는지 보였다”. URL: https://www.mk.co.kr/news/culture/view/2020/02/186544/?fbclid=IwAR02iWZU04Dy_tsA-IK4yvzL3k1bNp0uXv6TfBfFmFZiCEhEDoC95C2gQLE

 platum (2020.12.24). "[와이즈앱 비교하기 #230] 2020년 11월 웹툰 앱 사용자 동향". URL: https://platum.kr/archives/155134


 


글. 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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