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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질시스터즈 Dec 26. 2020

아도르노의 문화산업론으로 본 웹툰 산업과 수용자 -2

아도르노, 호르크하이머의 『계몽의 변증법』을 중심으로

본 글은 "아도르노의 문화산업론으로 본 웹툰 산업과 수용자 -1"의 내용에서 이어집니다.

현재에도 유효한 시각

② 자본에 종속된 하수인으로만 기능하는 문화산업


아도르노에 따르면 문화 산업은 철저하게 자본에 논리에 근거해 취급되는데, 이로 인해 작품은 작품 내적인 그 자체의 가치보다 시장에서 얼마나 인기를 끌었고 수익을 얼마나 올렸는지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 마찬가지로 웹툰 플랫폼 상에서도 인기를 측정하는 도구인 조회수를 기점으로 작품이 일렬로 줄지어지고, 인기 웹툰은 글로벌 서비스나 영화화를 통해 얼마만큼의 수익을 올렸는지가 주로 논의되기 일쑤이다. 


지난 9월, 디지털 뉴딜 문화콘텐츠산업 전략보고회에서도 철저하게 자본의 논리에 근거해 기록적인 수익을 올린 웹툰 작품과 플랫폼만을 중점적으로 논의되었다. 손은하의 연구에서 한국과 중국의 만화 및 애니메이션 산업 관계자들이 지나친 수익성 추구로 인해 우수한 콘텐츠를 제작하기 어렵다는 점, 예술의 향유보다 맹목적인 산업 성장을 추구하는 측면을 부정적으로 인식한 점이 아도르노의 견해와 연관된다.


카카오페이지 주요 성과 및 디지털 뉴딜 문화콘텐츠산업 전략보고회


③ 작품의 획일화 및 질적 저하


아도르노는 진정한 예술이란 진리의 계기를 포함하고 있는 예술이어야 한다고 논하며, 예술은 기꺼이 사회에서 눈엣가시와 같은 역할로 사회를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초창기의 만화는 사회적, 정치적으로 이러한 저항과 비판 의식을 담고 있었다.  BC1360년경 이집트 투탕카멘왕의 아버지를 비판하는 그림부터, 미국 최초의 정치만평 역시 위정자와 부르주아 계급을 극단적으로 회화하여 비판하였다. 


비판 의식을 내포하고 있던 만화는 점차 시장이 확장되며 비슷한 내용과 구조를 갖추게 되었다. 아도르노는 문화산업의 중요한 특징으로 모방에서 비롯된 동일성을 제시하며, 천편일률적인 하나의 양식만을 갖는다고 논했는데, 현재의 웹툰 시장도 이와 유사하게 비슷한 내용과 구조의 작품들이 범람하며 오로지 색다른 소재나 효과가 더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도 빙의물, 일진물, 환생물, 먼치킨물과 같은 유사한 장르가 우후죽순 범람하고 있으며, 플랫폼이 인기있는 소재들의 작품들을 끌어오면서 각 플랫폼들의 작품 성향이 닮아간다는 평가와 작품 사이 표절적 논란들이 이를 반증한다.


카카오페이지 내 웹소설 작품 표절 논란 대응


이순기의 연구에서는 웹툰 시장의 확장은 기획 작품의 증가와 함께 독자 유입에 효과적인 작품에 유리한 구조를 형성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스토리텔링의 정형성과 효율성에 의한 자본의 논리가 작용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웹툰 스토리 상의 정형화된 요소들은 창작을 효율적으로 해주는 긍정적인 역할과 비정형적 요소로 이루어진 창작의 축소 현상을 드러냈으며, 저명한 만화 산업 관련 관계자들 역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사람은 없다며 남다른 소재의 선택을 강조하며 아도르노의 견해와 일치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비판적 기능이 우세했던 만화는 웹툰 시장으로 넘어오며 성인 웹툰과 같이 말초를 자극하는 작품들이 양적으로 증가했다. 이와 같은 문제를 두고 아도르노는 문화산업은 욕망의 대상을 끊임없이 노출시키지만, 성적 충동의 현실적 충족 불능 역시 습관화시킴으로써 대중을 불구화한다고 지적했다. 성인 웹툰은 현실적으로 충족 불가능한 현실을 대리 체험하게 한다는 데 있어 대중에게 일시적인 만족감을 제공할 수는 있으나, 이를 습관화시킴으로써 욕구를 도리어 억압하고 불구화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 산업은 충동을 승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억압한다. 문화 산업은 착 달라붙은 스웨터 속의 가슴이나 스포츠 영웅의 벌거벗은 상반신과 같은 욕망의 대상을 끊임없이 노출시킴으로써 승화되지 않은 전희를 자극하지만, 실제로는 성적 충동의 현실적 충족 불능을 습관화시킴으로써 결국에는 그러한 전희를 마조히스트적인 것으로 불구화한다.

-『계몽의 변증법』, 문학과지성사(2001), p214


한계점


2014~2015년도의 선행 연구에 따르면 만화 영역 중 웹툰의 이용 동기 요인은 정보획득 및 주관적 규범 동기, 접근 용이성 및 오락적 동기, 긴장 해소 및 현실 도피 동기가 주를 이루었다. 통계에 따르면 많은 이용자들이 오락적 동기와 현실 도피 차원에서 웹툰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아도르노의 관점에서 볼 때, 웹툰은 순간적인 고통을 잊게 해주는 마취제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판이 대상이 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수용자들은 문화산업이 자본에 종속되어있음을 인식하고, 작품의 그릇된 내용에는 비판을 하는 등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측면은 부정할 수 없다.


① 수용자의 능동적인 측면 배제


“댓글과 SNS를 활용하는 현대의 수용자는 아도르노의 비판에서 일부 벗어난다. 현대의 독자는 받아들이기만 하는 순응의 단계에 다다르지 않는다. 문화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그것을 평가하고 의견을 나누며 추천하는 과정을 통해 적극적인 문화 향유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이순기, 2019)” 아래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이용자는 웹툰 PPL로 들어간 광고 상품에 대해 문화산업과 자본의 연관성을 이해하며, 능동적으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웹툰 속 PPL에 대한 이용자 반응


② 자본주의라는 주어진 환경에 적응할 수밖에 없는 문화산업


문화산업이 지배계급의 논리를 재생산하며 대중을 조작한다는 아도르노의 논의는 일정 부분 동의하기 힘들다. 과거의 미디어와 달리 현대의 미디어는 개인이 생산해내는 콘텐츠를 비롯해 수많은 콘텐츠들이 생산되며 지배계급의 논리를 재생산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을뿐더러, 문화산업 역시 그러한 의도를 노골화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기보다는 주어진 환경에 맞추어 자본과 지배계급의 논리를 자연스럽게 내재화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아도르노는 문화산업이 상품적 가치를 쫓는 것을 강하게 비판하는데, 이 역시 현재의 관점으로는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 여타 다른 노동이 노동의 대가를 받는 것처럼 문화산업도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노동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부여받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아도르노의 시각은 과거 예술인에게 예술은 결핍에서 나온다며 헝그리 정신을 강요하던 것과 다름이 없다. 마찬가지로 대규모의 투자와 장기간의 수익 회수 기간이 필요한 작품의 경우, 경제적인 보장 없이 자본의 논리를 따르지 않는 것은 보편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도리어 퀄리티가 높은 규모의 작품이 탄생하기 위해서, 문화산업이 더 꽃 피우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의 환경에 맞추어 자본의 지지는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참고 문헌

TH.W.아도르노·M.호르크하이머. (2001). 계몽의 변증법 (김유동 옮김). 문학과지성사. 

손은하 (2017). 한중 만화·애니메이션산업과 전문인력 양성체계의 정책비교 및 전문가인식 연구, 중앙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이순기 (2019). 스토리텔링 정형화 연구 - 출판만화와 웹툰의 사례를 중심으로 -, 세종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KTV국민방송 (2020.09.23.). “[풀영상] 디지털 뉴딜 문화콘텐츠산업 전략 보고회|문재인 대통령 기념사 "세계 선도할 디지털콘텐츠 국가 될 것" (20.9.24.)” URL: https://www.youtube.com/watch?v=p1Yt1Zc0acQ

뉴데일리경제 (2020.09.25). "카카오페이지, 디지털 뉴딜 문화콘텐츠 선도 기업 선정" URL: http://biz.newdaily.co.kr/site/data/html/2020/09/25/2020092500058.html

한경비즈니스 (2019.10.15). "마블 넘보는 ‘한국 웹툰’, 4가지 성공 포인트" URL: https://n.news.naver.com/article/050/0000051603?lfrom=facebook

Careet (2020.04.22.). “라떼만 모르는 의외의 광고 맛집, 10대 최애 웹툰 7”. URL:  https://www.careet.net/76

theqoo (2019.07.19). "여주 아빠가 잘생긴 웹툰 근황". URL: https://theqoo.net/square/1150232199



글. 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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