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인간의 존엄은 어디에 있나
어제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대규모 합동 군사 공습을 개시했다. 미국 국방부가 붙인 작전명은 '장대한 분노(Operation Mighty Rage)'라고 한다. 수도 테헤란을 비롯해 핵시설과 미사일 기지가 있는 곳까지 이란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인 폭발이 확인됐다.
2개의 항공모함 전단과 스텔스 폭격기를 동원했다고 한다. 이란은 즉각 반격에 나서 카타르·바레인·UAE·쿠웨이트에 있는 미군기지에 미사일과 드론을 쏘았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이란으로부터 터져 나오고 있다. 또 전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핵 협상이 결렬되자 전격적인 공격에 나서면서, 이란의 핵전력을 무력화하고 이란 정권을 붕괴시키겠다고 선언했다. 공습 이틀 전인 2월 26일, 제네바 협상에서 미국은 이란에 핵 능력의 완전한 포기를 요구했고, 이란이 이를 주권 침해로 거부하자 트럼프는 군사 행동을 명령했다.
미국은 이란의 핵무장 저지, 이스라엘의 안보 보장, 그리고 이란 국민의 자유를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걸었다. 트럼프는 “테러 정권이 결코 핵무기를 보유해서는 안 된다”라며 자국민 보호와 이란 정권 교체를 공격의 이유로 댔다. 심지어 이란 국민들에게 “공격이 끝나면 정부를 접수하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공격의 이면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트럼프는 상호관세에 대한 위법 판결로 정치적 위기에 처해 있었고, 이란 주변에 이미 군 자산을 전개해 둔 상황이었다. 외부의 적을 만들어 내부의 균열을 봉합하는 오래된 정치 공학이 이번에도 작동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편 하메네이 체제가 이 결말을 향해 스스로 걸어온 길은 길고도 완강했다. 작년 말부터 이란에서는 경제 위기, 리알화 가치 폭락, 물가 상승으로 인해 대규모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폭발했다. 이 시위는 1979년 혁명 이후 최대 규모였으며, 전국 100개 이상의 도시로 확산되었다.
이란 정권은 시위대 학살을 포함한 폭력적인 탄압으로 대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최소한 32,000명의 시위자를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자국민의 외침을 총으로 틀어막는 정권은 결국 외부의 개입을 불러들이는 빌미를 스스로 만든다.
핵 협상에서도 이란은 버텼다. 완전한 포기를 요구하는 미국의 요구가 터무니없다 해도, 수십 년간 제재를 감수하면서 핵 능력을 키워온 이란의 전략적 선택이 결국 이 지점으로 귀착됐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하메네이 체제는 핵을 정권 생존의 보험으로 여겼지만, 그 보험증서가 오히려 정권 소멸의 명분서가 되어 돌아왔다
‘장대한 분노’라니. 전쟁의 이름이 비장할수록 드러나지 않는 비극은 크다. 이름 없는 테헤란의 골목, 폭발 소리에 잠을 깬 아이들, 인터넷이 끊긴 채 바깥세상과 단절된 사람들에 대한 소식이 들려온다. 이 전쟁의 어디에도 이란의 민중은 없다. 그들은 하메네이의 총구 앞에서 자유를 외쳤고, 이제 트럼프의 폭격 아래 또 다른 공포를 맞이했다.
더 깊은 안타까움은 이 사태가 지금 이 순간에도 반복되는 인간의 오래된 실패를 보여준다는 데 있다. 누군가의 고통을 외면하는 권력, 그 권력을 끌어내리는 데 또 다른 폭력을 동원하는 또 다른 권력. 도대체 인간의 존엄은 어디에 있나. 지구촌 공동체와 세계시민은 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