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폭주는 결국 인간의 욕망이 폭주하는 것
우리는 AI를 사용하면서 '데이터'를 지성으로 상상하는 경향이 있다. AI는 인간의 신경망과 최대한 유사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AI는 전력과 물이라는 지구의 가장 원초적인 자원을 한계까지 빨아들이는 거대한 기계 장치일 뿐이다. 2026년은 AI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지구의 물리적 골격을 뒤흔드는 '자원 전쟁'의 원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UC 리버사이드와 워싱턴 포스트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AI에게 던지는 질문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GPT-4와 같은 거대 언어 모델을 통해 약 100단어 분량의 이메일 한 통을 작성할 때, 서버의 열을 식히기 위해 소비되는 물은 약 519ml에 달한다. 이는 우리가 흔히 마시는 생수 한 병을 질문 한 번에 증발시키는 것과 같다.
텍스트 답변보다 훨씬 복잡한 연산을 요구하는 이미지 생성은 일반 텍스트 질문보다 최대 60배 이상의 전력을 소모하며, 최근 등장한 고해상도 영상 생성 AI의 경우 그 수치는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한다. 전 세계적으로 하루 수십억 건의 프롬프트가 처리되는 상황에서, AI는 이제 하천의 물을 말라버리게 하고 발전소의 용량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
AI의 팽창을 지탱하기 위한 전 세계 데이터 센터의 전력 수요는 2026년 1,000TWh(테라와트시)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일본이나 러시아 같은 거대 국가의 연간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 막대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송전망 확충과 발전소 건설을 강행하지만, 이는 필연적으로 탄소 배출 증가와 생태계 파괴를 수반한다.
물은 더욱 국지적이고 치명적인 갈등을 낳는다. 데이터 센터 한 곳이 하루에 사용하는 냉각수는 인구 1만~5만 명 규모의 소도시 전체가 쓰는 물의 양과 비슷하다. AI 클러스터가 들어선 지역에서는 농업용수와 생활용수가 부족해지는 현상이 실재하는 위협이 되고 있다.
현재의 방식으로는 AI의 발전 속도를 인프라가 감당할 수 없다는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대안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인공지능이 답할 때 교육은 무엇을 묻는가>의 마지막 꼭지에서 AI 진화와 관련하여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잠시라도 발달을 멈추거나 점진적 발달 상태로 조절하기 위해 국제기구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강대국의 상황이나 빅테크의 움직으로 볼 때 그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에 따라 차선책으로 다시 제안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하드웨어를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물을 증발시켜 열을 식히는 방식에서 벗어나, 냉각수를 외부로 배출하지 않는 '폐쇄형 냉각 시스템(Closed-loop)'과 전력 효율을 극대화한 저전력 AI 전용 칩으로의 완전한 전환이 필수적이다.
2) 가벼운 AI(SLM)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모든 작업에 거대 모델(LLM)을 쓸 필요는 없다. 특정 목적에 특화된 소규모 언어 모델(SLM)을 활용해 불필요한 연산 낭비를 줄이는 ‘에너지 효율적 AI 설계’가 표준이 되어야 한다.
3) 자원 실명제를 제도화하고 사용자가 알게 해야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AI 서비스가 실시간으로 얼마 만큼의 탄소를 배출하고 물을 소비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디지털 탄소·수자원 발자국’ 표기제를 도입해야 한다.
AI가 분명 인류의 가능성을 대폭 확장하지만, 그 대가가 지구의 생존을 담보로 한다면 그것을 진보라 부를 수 없다. 글을 맺으면서 밀려드는 회의감은, 결국 나 역시 인간의 '윤리적 결단'과 '절제'에 호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AI의 폭주는 결국 인간의 욕망이 폭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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