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고통을 생중계로 보는 마음

생명의 가치를 회복하고 공존을 모색하는 일이 사치가 된 혼돈의 세계

by 교실밖

미디어는 연일 미국/이스라엘-이란의 전쟁 소식을 전한다. 화면은 폭격으로 무너지는 건물과 치솟는 화염으로 가득 찬다. 그로 인해 숱한 인명 살상이 일어나고 있음은 불문가지다. 전쟁 당사자뿐만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관람자들 사이에서도 '생명'에 대한 둔감성이 증폭한다. 타인의 고통과 참상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장면을 우린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


전쟁 발발 전, 이란의 상황은 이미 비극적이었다. 하메네이의 폭정에 맞서 대규모 군중 시위가 일어났고 수많은 시민이 학살 당했다. 당시 지구촌 전체가 그 참상에 분노하며 규탄했다. 그러나 그것을 감안한다 해도, 지금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침공하여 남은 것은 과연 무엇인가. 폐허 위에 정의가 세워지기는커녕 무의미한 파괴의 악순환만 반복될 뿐이다.


전쟁의 여파는 국경을 넘어 전 세계인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유가는 걷잡을 수 없이 치솟고,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이 명분 없는 전쟁에 참전을 강요 당하고 있다. 긴장과 불안의 시간이 기약 없이 흐르는 중이다. 트럼프는 이 사태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끌고 갈지, 그리고 어떤 결말을 예상하는지 본인 스스로도 명확히 모르는 듯하다. 마땅한 출구 전략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이를 바라보는 세계인의 긴장과 불안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세계화 이후 국제 사회는 고도로 상호의존적인 연결망 위에 서 있었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무시한 채 극단적인 자국 이기주의에 빠져 무리수를 둔 대가는 결국 모두의 몫으로 돌아온다. 21세기 현대 문명 속에서 너나 없이 폭력에 의존하는 시대를 살게 될 줄은 몰랐다. 생명의 가치를 회복하고 공존을 모색하는 일이 사치가 되어 버린 혼돈과 불확실성의 세계.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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