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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밖 Feb 09. 2020

당신 곁의 소수자

"여기서 멈추지만, 다른 분들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을 것"


최근 사회적 논쟁에 불을 붙인 두 가지의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성전환 부사관에 대한 이야기, 다른 하나는 성별을 바꾼 뒤 숙대에 합격한 분에 대한 이야기다. 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육군 부사관 변희수 하사는 군의 강제 전역 결정에 "성 정체성을 떠나 훌륭한 군인이 되고 싶다"라고 밝혔다. 만약 수술 후 전역 의사를 밝혔다면 '군 복무 기피 목적'이라 비난받았을지도 모른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을 바꾼 숙대 합격생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입학 포기 소식 알렸다. 그 합격생은 '몇 안 되는 희망조차 허락 않는 그들의 언행을 보며 두려웠으며', '여기서 멈추지만, 다른 분들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대체로 성소수자를 받아들이는 문화는 시민성의 성숙과 그 정도를 같이 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우리 사회 역시 더디지만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읽힌다. 하지만 숙대 합격생의 입학 포기를 대하는 마음은 안타깝다. 바로 재학생들의 적극적 반대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재학생들의 성감수성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나무라고 싶지는 않다. 최근 내가 아는 20대 젊은이도 '인정할 수 없다'는 말을 전했다.


언젠가 세계시민교육연수 중에 질문을 받았던 적이 있다. 소수자 인권 대목에 관한 부분에서다. '강사님은 동성애를 옹호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옹호 혹은 적대의 문제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고 답했다. 성 소수자를 옹호하거나 지지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성 소수자가 곧 혐오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특히 그것을 이유로 차별하거나 배제한다면 이는 또 다른 문제다. 옹호나 적대는 개인이 느끼는 감정적 문제이지만, 차별이나 배제는 구체적 불이익을 주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서적으로 지금 모든 성 소수자를 이해하고 지지할 수 없는 심정이라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그것을 이유로 한 집단적 혐오와 배제가 정당화될 수 있을까.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진지하게 토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래는 2007년 1월에 성 소수자를 다룬 영화를 보고 적어본 단상이다.



2007년 1월 18일, 가슴 아린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


혼혈, 사생아, 한부모 자녀, 동성애자, 극빈자, 노숙자, 미혼모, 장애인... 대체로 이 사람들은 우리가 공유하는 문화의 산물이자 엄연한 실체이다.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의지로 그리되었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천하장사 마돈나'라는 영화를 보고 콧등이 시큰해졌다. 너무 가슴이 아려서 말이다.


그 어린 친구가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 때문에 겪는 괴로움은 정말로 당사자가 아니면 모를 일이다. 아무도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을 때 그가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인생 험로가 너무 고단해 보여 모든 그런 분들에게 어떻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 보았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트랜스젠더나 뭐 이런 사람들은 방송을 통하여 상업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우리 소시민들의 눈에 비친 소수자는 다소간 낭만성도 있고 잘만하면 그 자체를 상품화하여 돈도 벌 수 있는 그런 존재로 비친다. 그 몇수백 배에 달하는 소수자들이 음지에서 호르몬 주사를 맞아가며 고통스러워하는지는 관심 밖이다.


그 모든 것보다도 이 사람들에게 고통스러운 것은 세상과의 대화 방법이 없다는 것 아닐까?


관련기사 https://www.nocutnews.co.kr/news/5285877



* 커버 이미지 http://blogs.edweek.org/teachers/teaching_now/2019/08/four_states_now_require_schools_to_teach_lgbt_history.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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