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교원교육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실밖 Sep 12. 2020

교육혁신의 시대
배움의 공간을 상상하다

꿈과 성장, 배움과 쉼이 있는 서울 교육공간 혁신 이야기  

학교혁신의 경로는 대체로 수업혁신, 교육과정 혁신, 평가혁신 순으로 일어난다. 학생들에게 질 높은 배움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암기 위주의 지식교육에서 삶과 연계한 활동 중심의 교육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수업을 먼저 바꾸고자 하였다. 교사들은 수업에 변화를 주기 위해 교육과정을 재구성했고, 성장을 돕는 과정 중심 평가를 적용하였다. 전국적인 학교혁신 움직임은 학교 업무의 정상화를 통한 민주적 공동체의 구축을 중심 줄기로 하여 교육과정, 수업, 그리고 평가의 혁신을 결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혁신의 초기에는 교육을 개선하고자 하는 헌신적인 활동가 교사들의 노력으로 이러한 실천이 도처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학습을 지원하는 환경은 그대로 두고 진행하는 수업과 교육과정, 평가의 혁신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으며 교사들의 헌신에 과잉 의존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여기서 학교 및 교실 환경 등 학생들의 학습을 효과적으로 촉진하는 장인 '배움의 공간'을 개선함으로써 학교혁신을 가속화시키고 나아가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서울에서는 '꿈을 담은 교실', 광주에서는 '교육과정 속 공간혁신', 전국적으로는 '민주학교'의 운영 과정에서 배움의 공간 혁신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6년 미래교육준비협의체 활동을 통하여 미래역량, 미래교육체제, 미래교육의제를 정리하였다. 인지역량, 사회/정서역량, 자율적 행동역량 등 서울학생의 미래역량을 함양하기 위한 인적, 물적 체제 안에 교육청과 학교 그리고 마을의 변화를 상상하였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때부터 배움의 공간 혁신을 주요 전략과제로 선정하고 학교를 학습, 일, 놀이, 쉼의 장소로 개념화하기에 이른다. 공간 자문관 및 MP(Master Planner) 제도의 도입, 유니버셜 디자인과 사용자 참여 기반 공간 혁신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꿈을 담은 교실'은 교육청과 현장의 교사들, 디자인 동행에 참여한 학생들, 그리고 건축가들의 협업으로 탄생한 대표적 공간혁신 정책이다. 학습의 장소인 교실을 미래지향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노동)을 위한 학교 텃밭과 수공노작을 촉진하는 실습실, 디지털 창작공방으로써 메이커 스페이스가 탄생하였다. 놀이를 위한 장소로는 '꿈을 담은 놀이터'를 비롯하여 쉼의 공간으로 '학습나눔 카페', '홈베이스', '스트레스 프리존' 등이 생겨났다. 영역별 공간 개선 활동이 낱낱으로 분절되지 않도록 대상 학교마다 공간혁신에 대한 비전과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공간 자문관을 배치하여 통합적 접근을 시도하였다.   


교육혁신의 시대 배움의 공간을 상상하다


이 책은 서울에서 진행했던 공간혁신의 기록이다. 조직 체계 안에 공식적으로 자리 잡은 교육공간 기획단의 활동을 중심으로 서울교육공간 플랜(2017) 등 공간 혁신의 종합 계획을 수립하여 진행한 과정을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1장에서는 공간혁신이 왜 중요한지 여러 근거를 통해 알아보는 한편, 무엇이 바람직한 공간혁신을 가로막고 있는지를 밝히고 미래를 위한 일곱 가지의 실천 전략을 제안한다. 이어서 정책 측면에서 서울형 학교 공간 혁신 과정을 정리하고 건축 전문가의 학교 공간 혁신 제안을 들어본다. 2장에서는 배움과 쉼, 일과 놀이가 어우러지는 열린 학교 공간에 대한 실천적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다. 학생들과 함께 공간혁신을 계획하고 실천했던 기록을 생생하게 마주함으로써 학교를 재구조화하거나 교실을 개선하고자 하는 교육자들에게 구체적인 아이디어와 영감을 주게 될 것이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여백을 만들어내는 시간의 창조자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선 교사들 스스로 교육활동의 여백을 통해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 '소통과 나눔 방'을 만들고 운영하며 다시금 교육활동의 에너지를 생성해 가는 학교의 사례는 독자들의 공간을 보는 눈을 새롭게 할 것이다. 본관 입구에 민주적 소통의 광장인 '아고라'를 둔 사례는 공간혁신이 철저하게 학생의 시선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밝히고 있다. 교무실 옆에 설치한 '마마방'은 교사와 학부모들의 커뮤니티 장소이다. 3장에서는 학교 공간 혁신이 학생 성장의 디딤돌이 됨을 실천 사례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여러 과목의 융합수업을 통한 화장실의 개선 과정은 학생들이 공간혁신의 주인이 되어 아이디어를 내고 설계하는 과정을 담는다. 사용자 참여 디자인에 대한 설명과 방법론, 그리고 공간의 진화를 교육철학으로 풀어보는 '창의적인 교육환경 생각해보기', '희망을 노래하는 배움의 공간'은 미래형 교육공간의 방향을 통해 교수학습방법의 개선에 희망을 주고 있다. 


신설학교 건축이든, 기존 학교의 재구조화이든 공간혁신을 꿈꾸는 전국의 교사들과, 이를 조력하는 건축가들에게 작은 영감이라도 주기를 소망한다. 공간을 위한 투자는 미래 세대를 위한 디딤돌을 놓는 작업이다. 공간을 어떻게 유지하는가 하는 것은 곧 시민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와 맥락을 같이 한다. 공간을 어떻게 꾸미고 배치하느냐에 따라 학생들은 공간의 주인이 되기도 하고, 그저 손님에 머물기도 한다. 우정과 환대의 공간은 학생들을 성숙한 시민으로 기르는 환경적 조건이다. 책을 만드는 과정에 적극 참여해주신 필자들, 사진을 제공해준 교육청의 관련 부서, 각기 다른 영역의 글들을 한 줄에 꿰어 주신 살림터 출판사에 감사드린다.      


2020년 여름 

저자들을 대신하여 함영기 


http://www.yes24.com/Product/Goods/92423340







매거진의 이전글 교육은 기다림으로 희망을 만드는 여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