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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밖 Feb 25. 2021

두려움 없이 새 학년을 맞이하기

긴장과 설렘은 교사를 성장하게 하는 에너지

새 학년을 맞을 때마다 경험하는 긴장과 설렘이 있다. 교사에게 새 학년을 잘 맞이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해마다 2월이 되면 새 학년을 여는데 필요한 각종 자료들을 구하는 교사들의 모습을 본다. 요령 있게 자리를 배치하는 방법에서부터 각종 학년초 양식, 아이들과 상담하는 방법, 이름 외우는 방법, 자기소개 자료 등등 그 종류도 많다.

실제로 학년초 학급 살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을 제때 파악하지 않거나, 제출지 않으면 그다음 일이 난감해지는 경우가 있다. 교사가 새 학년을 철저하게 준비한다는 것은 한편으로 아이들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하는 마음에서 비롯하고, 다른 한편으로 교사의 책임을 면하는 방도이기도 하다.

요즘 학사일정을 보면 '자치와 공존의 학급 생태계'를 꾸리기에 여유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과거에 비하여 학기초에 많은 양식이 필요하다는 것은 여유가 없는 가운데에서도 학급살이의 의미를 살려보자는 생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으로 양식많아질수록 질적 소통의 기회가 적어지면서 '형식화'의 위험도 커진다. 이것저것 갖추어 두어야 할 것에 집중하다 보면 질보다 양, 내용보다 형식에 치중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새 학년 학급운영 필수 팁 열 가지'라는 말을 들으면 솔깃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일정 자격 연수 강의를 해보니 초임 시기에 선배교사들에게서 이런 내용을 전수받았더라면 좀 더 수월하게 교직에 적응했을 것이라 말하는 교사가 있었다. 이럴 때 나는 '좋은 사례'가 가진 함정에 대하여 말한다.

'성공적 사례'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지만, 교실의 개별적 사태에 모두 들어맞지 않는다. 성공적 사례나 그에 준하는 매뉴얼을 우리 아이들에게 무리 없이 적용하여 비슷한 성공을 이끌어내는 것에서 교사의 능력이 신장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좋은 사례도 의심과 회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그러자면 상황을 교육적으로 해석하는 힘이 필요하다.

개학을 앞두고 좋은 자료를 많이 찾아 준비해 두면 그만큼 학년초 혼란과 실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비판적으로 말하자면 학급살이는 혼란과 실수를 줄이는 것에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매끄러운 학급운영이 아이들의 교육적 성장을 동시에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자치와 공존'을 생각한다면 그것에 다가서는 방법 역시 자치와 공존에 의한 것이면 좋겠다. 학급자치 매뉴얼이 따로 있을 수 없고, 공존을 위한 비법이 있을 리 만무하다. 혹자는 교육이란 지식의 형식에 입문하는 것이고, 실제보다는 선배들이 이룩해 놓은 문화와 전통을 전수하는 것이라 말하지만, 이는 교육은 삶의 세계를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비판받다.

삶은 정교하게 빚어놓은 형식적 세계가 아니다. 타인의 성공적 사례가 내 아이들에게도 성공적이란 보장은 없다. 타인의 성공적 사례는 간명한 양식으로 제공되고, 매뉴얼로 만들어지거나 종종 학급운영의 성공을 위한 몇 가지의 비법으로 포장된다. 아울러 교사의 시간을 대폭 줄여주므로 교사들을 빠져들게 만든다.

교사의 능력은 교육적 상황과 맥락을 해석하고 이에 맞는 개입 방식을 아이들과 더불어 찾아내는 것에서 자라난다. 우리는 표준화된 방식, 획일적으로 주어지는 방식을 늘 비판한다. 그렇지만 어느 결에 아이들을 다루는 데 있어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갈망한다.

가장 효율적인 방식에 대한 선망이 바로 표준화와 획일화를 부른 주범이었다. 교육의 효과는 더디게 나타날 수 있다는 믿음, 나의 가르침이 내가 이 아이들과 함께하는 동안에 결과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담대한 마음이 오히려 교육의 연속성, 지속가능성을 보장한다.

그러므로 두려움 없이 새 학년을 맞는다는 것은 성공적 사례를 찾아 우리 아이들에게 잘 적용할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교육적 상황을 이해하고 이를 해석하는 힘, 무엇이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삶의 과정에서 축적된다는 것을 믿는 데서 나온다. 이럴 때 새 학년을 맞을 때마다 경험하는 긴장과 설렘은 교사를 성장하게 하는 에너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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