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출판사 편집장께서 작년에 생일 선물로 주신 만년필이다. 오랜만에 꺼냈더니 잉크가 다 말랐다. 만년필로 글씨를 써보고 싶은 욕구가 갑자기 밀고 올라왔다.
문구점에 가서 잉크를 사다가 카트리지에 주입을 하고 글씨를 써본다. 소싯적에 글씨 좋단 이야기도 들어 보았지만 워낙 자판에 익숙해진 손가락인지라 글 쓰는데 필요한 미세 근육들의 협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문득 슬퍼졌다. 한편으로 백지 위에 무엇이든 쓰려고 노력하는 내가 기특해졌다.
펜으로 글을 쓰려면 그 행위 앞뒤로 여유가 있어야 한다. 그게 곧 일상의 여유고 삶의 여백이다. 여백은 시간의 흐름 사이에 놓인다. 이 사이에 쉼과 충전이 있다. 그리하여 오늘의 다짐은 내 삶은 내가 통제하자는 것. 아침 출장길에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