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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밖 Jul 16. 2019

SNS 권력

권력: 타인을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힘

권력(power, authority, influence)은 '타인을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힘'이다. 여기에는 법률을 기초로 하는 제도 권력, 군대나 경찰 등 물리적 권력, 종교나 초월적 힘에 의지하는 정신적 권력, 지식 권위를 기초로 하는 지적 권력 같은 것들이 있다. 

SNS 권력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 권력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지식정보 시대의 새로운 형태의 권력으로 그 양태에 따라 개인적, 혹은 조직적으로 나타난다. SNS 권위라 하지 않고 굳이 권력이라 표현한 것은 위에서 언급했듯 '타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 권력의 행사 방식은 아주 새로운 양상을 보인다. 우선, 누구에게나 가능성의 상태로 개방돼 있다. SNS의 특성상 타인으로부터 쉽게 인정되고, 쉽게 허물어지기도 하며, 매우 짧기도 혹은 길게 가기도 한다. 당연히 SNS의 특장점을 잘 활용하는 사람이 보다 쉽게 영향력을 행사하며 유지 내지는 지속적인 성장을 기할 수 있다. 
SNS 영향력 지수를 따지는 방법은 다양한데, 포스팅 수, 팔로워의 수, 단위 글에 대한 반응 정도, 댓글의 양 등은 확인 가능한 지표들이다. 거의 이 지표를 중심으로 권력이 형성된다.


그런데, 이렇게 가시적 지표들로만 권한을 확대할 수 있을까? 예들 들어 인위적으로 친구 수를 늘리고, 자주 글을 포스팅한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권한이 확보될까? 그건 아니다. 요즘에는 좀더 진화된 방식인 키워드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어떤 단어를 많이 쓰고, 어떤 주제로 소통하는지를 분석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어떤 주제나 키워드로 구성된 글을 선호하는지, 어떨 때 반응을 보이는지 까지도 분석이 가능하다.


한편, SNS 권력은 인정 욕구와 닿아 있다. 이 부분은 다소 심리적인 것과 얽혀 있는데 대중들이 원하는 것, 내가 드러내고 싶은 부분, 기피하거나 선호하는 부분들이 서로 얽혀서 나타난다. 쉽게 말하여 '옳은 글'을 쓴다고 대중이 반응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도취에 흠뻑 빠져 자극적인 방식으로 유인한다고 해서 대중이 반응하는 것도 아니다.


내 경우 인터넷 1세대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1990년대초 쉘 방식(텍스트 기반에서 명령어로 메뉴를 이동하는 방식)의 케텔,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등을 거쳐 교사로서는 최초로 교육용 홈페이지(교실밖선생님), 교사 커뮤니티(교컴)를 개설 운영해 본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트위터(거의 잘 안 쓰지만)와 페이스북도 우리 나라에 들어왔을 때부터 사용했다. 그래서 네트워크 상의 여론 흐름과 전개방식을 이해하고 있는 편이다.


어쩌면 나 자신 부지불식 간에 인위적 확산 방식을 적용해 왔는지도 모른다. 글을 올리고 반응을 보고, 좋은 반응이 오면 그런 주제를 좀더 키워서 글을 쓰고... 별로 신통치 않은 반응이 오는 글들은 줄이고, 또 그 안에서 나름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크고 작은 방법 등을 '구사'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도 타인을 의도적으로 대상화하거나, 비난하기 위한 목적으로 글을 쓰지는 않았다. 비판도 꽤 했지만 이럴 때는 적어도 팩트에 근거하여 글을 쓰려고 노력했고 편견과 주관을 배제하고자 했다. 어쩌면 그것이 좀더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순기능적 영향력이 작동한다는 것은 시간적으로는 좀 더 긴 호흡 속에서 서로 인정하고 성장해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때로 시원하게 글을 써보고 싶은 욕구가 밀고 올라온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당장 시원하진 않지만 두고 두고 지속되는 관계를 지향하면서 글을 쓰는 것이 훨씬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매번 절제한다. 내 손을 떠난 글은 대중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노출되고 유통된다. 그래서 온라인 글쓰기는 인쇄물로 나가는 것보다 책임을 지는 것이 쉽지 않다.


늘 생각한다.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것도, 자랑할만한 것도 없지만 세상을 향하여 하고 싶은 말은 있다. 내가 가진 언어를 통하여 그 말을 하긴 해야 겠는데 타고난 성정 탓인지 글로 남에게 상처를 주고 싶진 않다. (물론 30년 동안 교육운동을 해 오면서 교사를 압박하는 권력에 대하여는 나름의 비판을 해 왔다고 자부한다.) 어쨌든 이런 모순 덩어리 마음 속에서 갈피를 잡아가며 글을 쓰다보니 점점 어렵고 조심스러워진다.


스스로 권력화 되지 않는 것, 그러기 위해 절제하고, 독자들에게 정중하려고 노력한다. 20년 동안 교육 분야에 관해 쏟아 놓은 말이 500편을 넘어 섰다. 가끔 이 말은 정말 하고 싶다라고 느끼는 경우에도 절제한 적이 꽤 많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미 세상을 향해 쏟아 낸 수많은 글들은 온전히 내가 책임질 수 밖에 없다.


*커버 이미지 출처 https://cloudcomputingbuzz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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