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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밖 Jan 06. 2022

지독한 알고리즘

페이스북은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는가

이스북이라는 SNS를 처음으로 접한 것은 2010년이었다. 그 후 10년 정도 페이스북을 사용했다. 2년 전부터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페이스북에 글을 쓰지 못했다. 지금은 가끔 브런치에 사진과 글을 올린다. 브런치에 쓰는 글은 페이스북에 비하여 이슈 민감도가 훨씬 덜하다. 유명인이 페이스북에 쓰는 글 한 줄은 바로 뉴스가 되지만 브런치는 그렇지 않다. 글쓰기 플랫폼과 접근 동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알고리즘(algorithm)은 어떤 일을 수행하기 위해 도입하는 일련의 절차를 말한다. 어떤 플랫폼이든 특유의 알고리즘을 갖는다. 예컨대 브런치는 진입장벽이 높다. 아무나 글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의 글쓰기 능력을 인정받아야 작가로서 활동을 허한다. 일단 작가로 인정을 받으면 제한 없이 글을 쓸 수 있다. 브런치 편집진에 의하여 분야별 추천 작가가 선정되고, 선택된 글은 브런치 홈 혹은 다음 초기화면에 노출한다. 그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브런치 나우, 브런치 책방, 글 읽는 서재 등의 메뉴에 '잘 읽힐 것으로 예상되는 글'을 노출한다. 그렇게 한 번 노출된 글은 일시적으로 조회수가 올라간다. 편집진의 인위적 개입이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뿐이다.  

브런치 편집진의 임무는 좋은 글을 찾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이 '공감할 만한 글'을 찾아 소개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편집진은 예비작가들에게 출간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 외에는 모두 작가의 노력에 맡겨진다. 성실하게 자주 글을 쓰고 구독자를 늘리며, 그 자신 독자로서 타인의 글을 읽고 공감을 표하는 행위가 브런치에서 이뤄진다. 딱 거기까지가 브런치 생태계다.


페이스북에 대하여 말해보자. 10년 동안 페이스북을 사용하면서 나름대로는 인플루언서라는 이야기도 들었고 우여곡절을 겪어 보았다. 페이스북은 그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하버드대 학생들이 앨범에서 스캔한 여학생들의 사진을 올려놓고 놀이 삼아 선택하던 간단한 프로그램이었다. 이것이 인근 대학에까지 알려졌고 SNS 붐에 따라 지구촌 전체로 퍼져나갔다. 업그레이드를 거듭하면서 지금 이 플랫폼은 글로벌 기반의 사회적 관계망으로 많은 사용자를 거느리고 있다. 이곳은 자신의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절차만 거치면 바로 활동이 가능하다. 오늘 페이스북은 가장 강력한 여론 형성의 도구처럼 보인다. 누구도 여길 무시하고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페이스북이 가진 특유의 알고리즘으로 인해 여기에 참여하는 사용자들의 의식 형성에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에 있다. 페이스북의 활동 요소의 핵심은 글쓰기와 친구 맺기, 좋아요와 친구 끊기 및 차단 등이다. 이는 곧 나의 관심사 중심으로 페이지가 펼쳐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에서 말한 친구 맺기와 끊기, 차단(아예 사라지게 만드는 것) 등은 오로지 사용자의 몫이다. 이것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내가 글을 올리고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들 중심으로 친구를 맺고 비판적인 사람들은 친구를 끊거나 차단함으로써 화면 관리를 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모든 사용자들에게 각기 다른 화면을 제공한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화면은 누구나 공통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꾸준히 좋아요를 누른 친구들의 글을 중심으로 채운 것이다. 여기에 사용자의 활동에 따른 맞춤형 광고가 결합한다.


이러한 활동을 반복하면 이른바 '나만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 열성적으로 페이스북 활동을 하는 사람일수록 착시 현상을 경험할 것이다. 당신이 보고 있는 세계는 사실상 당신의 관심사 중심으로 구축한 세계일 뿐, 세상의 여론과는 다르다. 바로 이것이 페이스북이 가진 '지독한 알고리즘' 탓이다. 알고리즘은 사용자들에게 친구를 맺게 해 주고, 인정 욕구를 채우는 대신 그 대가로 광고를 노출하고 수익을 올린다. 사용자들은 아낌없이 글을 올리지만 그 글을 활용하는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페이스북 플랫폼인 것이다. 무한한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 같으면서도 개인은 좁게 가두는 곳이기도 하다. 좋게 말하면 작가들이 무료로 글을 올려주는 공동 실험실 같은 곳이면서도 점점 더 좁은 세계에 나를 가두는 지독한 알고리즘의 세계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다방면에 관심을 가지고 친구 맺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체로 SNS에서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은 공감과 인정이기 때문에 같은 직업군, 유사한 지향 혹은 취향의 친구들로 채운다. 결과적으로 이 친구들이 쓴 글을 중심으로 본인의 화면이 구성되고 친구 맺기 혹은 끊기가 일정 시간 반복되면서 만들어지는 타임라인을 페이스북 생태계라고 착각하는 경우까지 발전한다. 판단 기준의 근거를 페이스북에서 흔히 접하는 정보 중심으로 하게 되는 경우까지 생겨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자신이 믿는 것에 대한 과잉 신뢰로 선택인지와 확증편향을 경험한다. 이런 사람이 많아질수록 건강한 시민사회는 퇴행한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을 수 있다.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적 관계망 서비스는 시민들의 정보 접근권을 평등하게 보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울러 누구든 간단한 개인정보만 제공하면 제한 없이 글을 쓸 수 있으니 모든 사람에게 균등한 기회가 주어진다는 논리도 성립한다. 바로 이것이 페이스북 창업자의 논리다. 문제는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이고 사용자의 활동을 원천으로 하여 누가 어떤 방식으로 이익을 취하느냐 하는 것이다. 열성적 사용자의 경우 시야가 좁아져서 결국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에 갇히게 만드는 문제는 페이스북의 긍정 측면이 아닌 수익을 창출하는 알고리즘에 기반한다.

내 관심사에 따라 인위적으로 구축한 SNS 세계와 실세계는 다르다. 물론 일치도가 클수록 좋겠지만(그런 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역시 지독한 페이스북 알고리즘 때문이다), 대개는 차이가 크다. 그 세상에서 본인의 관심사 위주로 활동 반경을 가둔 탓임에도 불구하고 왜 내가 보는 여론과 세상의 여론에 차이가 날까라고 의심할 것이다. 그것의 극단적 형태는 페이스북 안에서는 소통이 활발한데 실세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당신이 만약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면 한 분야의 글을 자주 쓰라. 그 글에 찬사를 보내는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친구 맺기를 하고 비판적인 사람과는 친구를 끊거나 아예 접근도 못하게 차단하라. 얼마 안 가 당신의 타임라인은 당신의 의견을 따르는 사람들만 남을 것이다. 수동적 추종자들은 이것이 여론인양 착각한다. 어떤 의견이 과잉 대표되고 있는지 반대로 과소 대표되고 있는지 판단이 흐려질 것이다.   

어떤 문제에 대하여 내가 어떤 판단을 가질까 하는 것은 전적으로 당신이 몫이다. 어느 정도의 넓이와 깊이로 세상을 볼 것인가 하는 것도 오로지 당신의 몫이다. 페이스북이 가진 알고리즘을 이해한다면 내가 특정 논리에 갇혀 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시민으로서 건강한 생활을 하는데 득이 될지 해가 될지를 판단하는 것도 역시 당신의 몫이다.

 

타임라인에 올라오는 무수한 글들이 있다. 페이스북 알고리즘은 이 글들 중 많은 선택을 받는 글들을 빈번하게 페이지의 상단에 배치하고 사용자가 반복 클릭한 상품광고를 곁들인다. 무수한 글의 가치 판단은 사용자들의 몫이기 때문에 그 글의 적절함이나 해악과는 관계없이 '좋아요'를 많이 받는 글들도 여론이 형성되는 것을 페이스북은 방치 내지는 조장한다.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많은 활동은 결과적으로 광고의 단가를 높여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많은 활동이 어떻게 이루어지든 상관없이 말이다. 지난해에 프랜시스 하우겐이라는 전 페이스북 매니저는 CBS의 60 Minutes 프로그램에 페이스북 경영진의 문제를 고발하였다.


“나는 페이스북이 아이들에게 해를 끼치고, 분열을 조장하며, 민주주의를 약화한다는 생각으로 오늘 이 자리에 섰다. 이러한 문제는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 페이스북도 방침을 바꾼다면 더 안전하고,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며, 더 즐거운 소셜 미디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스스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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