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담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실밖 May 01. 2022

라면

보통 저녁을 먹고 퇴근하는데, 그날은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다. 무거운 몸으로 숙소에 돌아오니 갑자기 배가 고팠다. 배는 고팠지만 음식이 당기지 않는 묘한 상태. 이럴 때 무엇인가를 먹으면 탈이 나고, 그냥 잠을 청하면 밤새도록 허전할 거다.


라면을 끓인다. 계란은 없다. 라면에 습관적으로 계란을 넣는 것은 맛을 위해서가 아니라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하려는 무의식의 발로라고 생각한다.  라면은 둘 이상이 먹을 때 맛이 더 좋다. 모든 음식이 그렇긴 하다. 먹는 행위에 대화가 끼어들지 않으면 그냥 생존을 위해 영양을 공급하는 일일 뿐이다.


혼자 먹는 라면에는 얼마간의 비애감이 있다. 훅 들이키다 뜨거운 김이 목에 걸려 기침을 두어 번 하는 그 사이에 끼어드는 허무함 같은 것 말이다. 생명의 연장은 먹는 일의 고유한 목적인데도 혼자 무얼 먹는 일은 썩 즐거운 일이 아니다. 라면은 맛이 강하다. 먹으면서 잡생각 하지 말라고.

매거진의 이전글 이파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