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저녁을 먹고 퇴근하는데, 그날은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다. 무거운 몸으로 숙소에 돌아오니 갑자기 배가 고팠다. 배는 고팠지만 음식이 당기지 않는 묘한 상태. 이럴 때 무엇인가를 먹으면 탈이 나고, 그냥 잠을 청하면 밤새도록 허전할 거다.
라면을 끓인다. 계란은 없다. 라면에 습관적으로 계란을 넣는 것은 맛을 위해서가 아니라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하려는 무의식의 발로라고 생각한다. 라면은 둘 이상이 먹을 때 맛이 더 좋다. 모든 음식이 그렇긴 하다. 먹는 행위에 대화가 끼어들지 않으면 그냥 생존을 위해 영양을 공급하는 일일 뿐이다.
혼자 먹는 라면에는 얼마간의 비애감이 있다. 훅 들이키다 뜨거운 김이 목에 걸려 기침을 두어 번 하는 그 사이에 끼어드는 허무함 같은 것 말이다. 생명의 연장은 먹는 일의 고유한 목적인데도 혼자 무얼 먹는 일은 썩 즐거운 일이 아니다. 라면은 맛이 강하다. 먹으면서 잡생각 하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