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 상하가 대칭이고 앞으로 뻗은 모든 선이 모인다. 평행한 복도 끝에 소실점 있다. 이건 균형도 아니고 일종의 균제다. 비 오는 날 밖에 나갈 수 없으나 걸어야 해서 숙소의 복도를 걷기로 한 시간. 하나의 코너를 돌 때마다 숨 막힐 듯 한 풍경을 만났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필연적으로 현대인은 어떤 형태로든 일정한 공간 안에 갇혀 살지 않나. 공간을 만들 때 총효용만을 따지다보면 나오는 풍경일테다.
우리의 각박한 삶은 결국 소실점을 향해 질주하다가 사라지는 것일까. 그걸 알면서도 불에 뛰어드는 불나방이 되려 하나. 한 때 떠돌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라는 말이 생각나서 허무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