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책이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실밖 Jan 10. 2023

다시, 어떻게 읽을 것인가

디지털 전환 시대의 새로운 읽기 전략

나는 최근 온라인에서 읽고 쓰는 문제를 두고 '페이스북'과 '브런치'를 자주 비교하곤 했다. 페이스북이 소란스럽고 역동적인 관계 기반 글쓰기 플랫폼이라고 한다면 브런치는 시끌벅적한 온라인 공간에서 방 하나를 따로 내어 조용하게 읽고 쓰는 곳과 같은 느낌이다. 브런치는 마치 온라인에서 종이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대체재라고나 할까. 양쪽을 다 써 보았더니 페이스북과 브런치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가진 모종의 특성이 있었고, 흥미롭게 관찰할 수 있었다. 


디지털이 대중화하면서 생긴 논쟁은 텍스트를 읽을 때 온라인이 좋은가, 종이책이 좋은가 하는 것이다. 온라인 매체의 대중화는 긴 글을 읽기 싫어하는 사람들을 끌어들였고, 사람들은 쉽게 갈아탔다.  심지어 글보다는 영상, 긴 영상보다는 짧은 영상이 대세이다. 


쇼츠, 릴스, 틱톡 같은 서비스가 대중의 호응을 받고 있는 것에는 종이책-온라인 문서-영상-짧은 영상으로 이어지는 읽기의 '진화' 과정이 있다. 앞으로도 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매체는 퇴화하고 몇 초짜리 짧은 영상은 계속 선택을 받을 것인가. 아니면 한 때 유행일 뿐, 인간의 근원적 읽기 욕망은 죽지 않을 것인가.  


온라인은 필요한 정보를 빨리 얻게 해주는 대신, '깊이 읽기'에는 한계가 따른다. 종이책은 특유의 물성과 몰입감을 선사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점점 종이책을 읽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온라인에서 정보를 취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종이책을 읽던 시절의 향수나 출판시장이 죽어가고 있다는 따위의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 아니다. 


나오미 배런은 종이에서 스크린, 오디오까지 디지털 전환 시대의 새로운 읽기 전략을 제안한다. <다시, 어떻게 읽을 것인가>는 종이책과 디지털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라고 말하는 대신 각각의 환경과 조건을 활용하여 효과적으로 읽으라고 조언한다. 


이 책에 추천사를 쓴 사람은 <다시, 책으로>를 썼던 매리언 울프이다. 본문보다 추천사에 끌리는 경우가 많은 데 이 책이 그렇다. 메리언 울프는 웬델 베리의 말을 빌려 추천사의 첫 단락을 썼다.


"지금까지 우리는 '접속'할 수 있는 방대한 규모의 '정보' 모음을 축적해 왔다. 하지만 접속할 수 있다고 해서 정보가 지식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메리언 울프의 기본적 관점, 깊이 읽기 과정과 발달을 실행을 좌우하는 열쇠가 '시간'이라는 것에 적극 공감한다. 온라인 매체 읽기가 일상화한 현실에서, 여러 정보를 빠르게 취득한다고 해서 시간을 절약하는 것인가 하는 것엔 의문이 있다. 다시 말해 하루의 거의 모든 읽기를 온라인을 통한다고 해서 목표한 지식을 취했다고 볼 수 있으며 그만큼의 시간을 절약했다고 볼 수 있을까. 


"주로 사용하는 매체가 디지털 매체와 같이 속도가 빠르고 멀티태스킹 위주인 데다 대량의 정보를 처리하는 데 적합한 것이라면, 좀 더 느리고 시간이 필요한 인지와 성찰적 기능에는 우리의 주의와 시간이 더 적게 할당되고, 그러다 보면 결국 깊이 읽기의 과정은 약해질 것이다." 


나오미 배런은 메리언 울프의 이런 관점을 받아들이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읽기 관점을 선보인다. 그는 온라인이냐 종이책이냐를 선택하는 단순한 문제를 넘어 양 매체가 가진 구조적, 사회적 특성을 살핀 후 대안적 읽기 전략을 제안한다.


저자는 텍스트를 얼마나 잘 읽느냐는 우리가 깊이 읽기 과정에 '시간'을 얼마나 할애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우리가 온라인에 몰입하는 것 역시 시간을 절약하고 싶은 마음을 반영하지만, 자칫 겉핥기 방식으로 정보를 탐색하는 것으로는 시간 절약도 바람직한 지식의 습득도 기대하기 힘들다. 


다시, 어떻게 읽을 것인가/나오미 배런/전병근 옮김/어크로스


두꺼운 종이책을 읽은 시간에 그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온라인에서 취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일종의 신화에 불과하다. 시간 투자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며, 설사 원하는 것을 온라인 검색을 통해 얻었다 할지라도 시간을 두고 정독하지 않으면 그 지식을 자기 것으로 체화할 수 없다. 지식은 검색으로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읽는' 과정을 통해야만 이해의 길에 들어설 수 있다.


저자는 현재 우리가 너무 많은 정보에 둘러싸여 있다고 진단한다. 미국인 한 명이 하루 동안 읽는 단어 수가 웬만한 소설에 나오는 단어 수와 같을 정도라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이런 식의 읽기는 대개 연속적이거나 지속적이거나 집중적이지 않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종이책으로 읽은 학생들은 스크린으로 읽은 학생들보다 줄거리를 시간 순으로 재구성하는 능력에서 더 뛰어났다. 디지털 화면으로 읽은 학생들은 소설에서 간과하기 쉬운 세부적인 사건의 순서를 놓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세부적인 내용을 건너뛴다면 그 소설을 읽을 것이라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걱정한다. 아이들이 처리해야 할 정보는 점점 늘어나는 반면 그것을 처리할 시간은 줄어들면서 아이의 주의와 기억의 발달에 최대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아는 것이 진짜 아는 것이 아니요, 이해는 피상적 수준에 머문다. 


그러나 이미 디지털 매체가 대세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들을 교육할 때 매체를 불문하고 비판적이고 현명하게 정보를 처리하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아이들에게 온라인 말고, 영상 말고, 종이책을 읽으라고 주문하는 것은 의미도 없을뿐더러, 현실에서 가능하지도 않다. 차라리 풍요로운 읽기의 시대를 만들기 위해 디지털 세상에서 효과적 읽기 전략을 짜는 편이 좋다. 



책 정보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6576069



매거진의 이전글 모두 거짓말을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