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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밖 Dec 06. 2022

모두 거짓말을 한다

구글 트렌드로 밝혀낸 충격적인 인간의 욕망 

어느 목요일 오후를 무료하게 보내고 있는 한 여성이 있다. 그녀는 '외설적이지 않고 재미있는 농담'을 검색한다. 이메일을 확인한다. 트위터에 로그인한다. 구글에 '깜둥이 농담'을 검색한다. 우울한 한 남성이 있다. 그는 '우울증 증상'과 '우울증에 관한 이야기'를 검색한다. 그리고는 솔리테어(혼자서 하는 카드놀이 - 옮긴이)를 한다. 한 여성은 페이스북에서 친구가 약혼한다는 소식을 듣는다. 미혼인 이 여성은 그 친구를 차단한다. ... 


한 여성이 '내 아들은 천재일까죠?'라고 검색한다. 한 남성은 '딸아이가 살을 빼게 하려면?'이라고 검색한다. 한 여성이 친한 여자친구 여섯 명과 휴가를 보내고 있다. 친구들은 하나같이 얼마나 즐거운지 이야기한다. 그녀는 몰래 빠져나가 '남편과 떨어져서 느끼는 외로움'을 검색한다. 이 여성의 남편은 친한 남자친구 여섯 명과 휴가를 보내고 있다. 그는 자리를 몰래 빠져나가 '아내가 바람을 피운다는 신호'를 검색한다. (31-32쪽) 




크롬이나 익스플로러 같은 브라우저는 방문기록(익스플로러에서는 검색기록)을 저장한다. 지정해 놓은 기간마다 자동삭제가 되긴 하지만 만약 내가 검색한 내용을 타인이 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수동으로 삭제를 해야 한다. 왜 없겠나. 모니터 앞에 홀로 앉은 당신은 구글 검색창에 찾고자 하는 모든 어휘를 넣어 검색할 수 있다. 만약 이것을 타인이 본다고 생각해보자. 설명할 필요 없이 끔찍한 일이다. 내 검색 행위는 '사적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헌법을 살펴보는 게 도움이 된다. 헌법 제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제18조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적고 있다.  그러니 당신이 PC로 무엇을 검색하든, 행위로 실행하여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생활로 보아 처벌하지 않는다. 

'구글 트렌드'라는 구글의 하위 영역 서비스가 있다. 여기서는 특정 키워드에 대해 국가별, 지역별로 그 상대적 빈도수를 분석하여 보여준다. 이 책 '모두 거짓말을 한다 Everybody Lies'의 저자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는 구글 트렌드로 밝혀낸 인간의 욕망에 집중한다. 이 책은 데이터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하면 네트워크 안에서 수집되는 데이터의 흐름을 분석한다. '숨겨진 세상을 읽는 아주 뜻밖의 방법'이라고 하면 뭔가 은밀하고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듯 여겨진다. 



모두 거짓말을 한다


이제 수십 쪽 정도 읽어본 입장이라 이 책에 대해서 더 논평할 것은 없다. 다만, 이 '모두 거짓말을 한다'라는 제목은 충분히 흥미롭지 않은가. 인간의 위선은 정도의 문제일 뿐 누구에게나 있다. 사회적 얼굴과 내면의 얼굴이 같다고 우기는 것만큼 순진한 일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인간이 가진 '내면의 얼굴'을 들여다 보고자 한다. 물론 구글 트렌드나 애드워즈를 통해서 본 인간의 내면은 부분적이다. 정확히 말하면 내면의 얼굴이라기보다 검색에서 밝혀낼 수 있는 인간의 본능이라고나 할까. 


읽기 시작했으니 어떤 내용이 있는지, 어떤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지 더 보겠다. 한 가지 언급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미국인들이 책을 쓰는 방식이다. 유럽 쪽 학자들이 사변적 글을 쓴다고 하면 미국인들은 실증적 글을 많이 쓴다. 동원하는 데이터가 많고, 몇 년에 걸친 인터뷰를 한다. 책 뒤 참고문헌을 모두 밝히는 데 어떤 것은 책 분량의 20%에 육박하는 것도 있다.

그만큼 자신의 논거에 힘을 보태기 위한 증거를 많이 수집한다. 같은 이야기를 다른 언어로 길게 반복하는 글을 읽는 것에 싫증이 났다면 하나의 구체적 자료로 여러 이야기를 구성해내는 방식에 눈을 돌려보는 것도 좋겠다. 이런 글을 읽을 때마다 성실한 증거수집에 대해서 감탄한다. 책 뒤표지에 나와 있는 홍보 문구가 눈길을 끈다. 

"우리가 우리 인간에 대해 생각했던 많은 것들은 완전히 틀렸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친구, 연인, 의사, 설문조사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다." 

 



모두 거짓말을 한다,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지음, 이영래 옮김, 더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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