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교사가 알아야 할 자기주도학습 이야기
놀즈(Knowles)는 자기주도학습이란 ‘개인이 스스로 자신의 학습욕구를 진단하고, 학습목표를 정하며, 학습에 필요한 인적·물적자원을 탐색하고 적절한 학습전략을 선택하여 실행하고, 학습결과를 평가하는 과정’이라 말한다. 자기주도학습에서 학습자는 학급 욕구의 진단, 목표 설정, 자원탐색, 학습전략의 실행과 결과의 평가와 같은 다소 어려운 과제들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므로 자기주도학습이 스스로 학습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되는 성인교육에서 출발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학교교육에서는 교육과정 및 수업·평가 등의 형식적 절차로 인해 처음에는 자기주도학습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자기주도학습이 갖는 교육적 효과에 주목하여 활발하게 적용되기 시작하였다. 한국에서는 7차 교육과정 도입과 함께 학습자 중심 교육을 이루는 하나의 방편으로 자기주도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자기주도학습이 정말 학습자의 지식을 형성하는 데 효과적인지, 미성숙한 학생들에게 진정한 의미의 자기주도학습이 일어날 수 있는지에 대하여는 논의의 여지가 많다. 특히 학습결과를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성취로 판단하는 우리나라의 사정에서 보면 자기주도학습이 본래의 의미를 유지하고 있는지 의심이 될 정도이다.
하나의 개념은 실천과 만나 의미를 형성한다. 정교하게 수립된 자기주도 학습전략으로 고득점을 얻게 해 준다는 사교육의 광고 문구는 개념과 실제가 별개로 작동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학교교육이라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자율학습’이 진짜 자율에 의한 학습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자기주도학습 역시 학습의 전 과정에서 학습자의 주도성과 책무성이 발휘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자기주도학습의 본래 취지가 학습자의 높은 헌신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우리의 교육구조가 학습자가 주도성을 발휘하기에 근본적으로 제약이 있는 것일까? 의문은 이어진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자기주도학습과 관련하여 늘 아이들을 만나는 교사와 부모들의 입장에서 가져야 원칙은 있다.
우선 자기주도학습을 성취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사고하지 말아야 한다. 이 경우 아이의 주도성이나 책무성이 강화되기보다 성적에 대한 압박감이 더 커서 자기주도라는 본래의 취지가 무색해진다. 아울러 효과에 지나치게 매달릴 경우 객관적 지식을 기억하고 상기하는 일에 집중하게 됨으로써 나는 물론,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 지식을 구성해간다는 자기주도 학습의 의미에서 멀어진다.
둘째, 진정한 자기주도학습은 학습자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교육 경험을 축적해 가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모든 사물을 자유의지에 따라 관찰하고 분석하며 이해와 해석의 힘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셋째, 교사와 부모의 역할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지나친 개입이나 무책임한 방치 모두 자기주도학습을 촉진하는 방식이 아니다. 스스로 공부를 하라고 다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를 조성해주고 격려하는 것, 호기심을 자극하는 도전적인 과제를 제시하여 공부로부터 멀어지지 않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자기주도학습은 학습자의 전면적 발달을 지향하는 것이어야 한다. 자기주도학습은 아이가 흥미를 가지는 특정 분야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자신의 인지적, 정서적, 신체적 발달을 도모하고 사회 현상에 책임감 있게 참여하는 역량을 기르면서 당장의 학습효과가 아닌 성숙한 시민성을 향해야 한다.
* 커버 이미지 출처 http://abc-tillmann.de/blog/2015/11/5/the-6-key-abilities-of-the-self-directed-lear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