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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밖 Oct 25. 2023

문득 감사

아직은 두 다리가 멀쩡하여 어디든 걸을 수 있고 안구건조가 심하지만 좋은 풍경을 볼 수 있는 눈이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 이른 아침에 김영하의 소설 '작별인사' 중 수용소를 탈출한 휴머노이드들의 대화 부분을 읽고 문득 살아 숨쉬고 있는 지금 여기, 현존재에 대해 감사다.


뭐라 뭐라 앓는 소리를 해도, 노화하고 있는 내 몸이 원망스러워도, 아직은 아름답다고 느낄만한 풍경이 많고 그것을 보고 느낄 수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 생명 있는 모든 것과 내 손 때가 묻은 모든 사물에 대하여 감사하다.


닳도록 걸어 길이 된 과 누군가는 지친 몸 쉬어갈 자리와 병충해를 맞아 거칠어진 소나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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