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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밖 Mar 14. 2024

누구에게나 계획은 있다

어느 순간 쳐 맞더라도 무언가를 계획해야 하는 것은 인간의 숙명

주 중 오전 시간에 걷기에 나선 것은 거의 몇 년만의 일인 것 같다. 어제는 오랜만에 지인들과 즐거운 저녁 시간을 가졌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는 일, 이런저런 검사를 하고 결과를 듣는 일을 빼면 더할 수 없이 한가하다. 모든 시간을 내 통제 안에 둔 것도 거의 30년 만이다. 


남는 것이 시간인지라 오늘 아침에는 평소 걷던 한계를 넘어 안양천 구간의 한강 합수부까지 갔다 왔다. 새들은 도시의 키 큰 나무에 둥지를 틀고 생명 활동을 이어갔고, 두어 군데 새로 조성한 강 둔치 습지는 오늘따라 물이 맑았다. 


키 큰 나무가 새 둥지를 품었다

새로 만든 쉼 의자에 누워 하늘을 보니 시리게 파랗다. 아침에 영상 5도였던 기온은 빠르게 올라 돌아올 때쯤 이미 10도를 넘어가고 있었다. 패딩에 얇은 스카프를 두르고 나갔는데, 땀이  배어 나왔다. 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는 재즈가 나른해질 무렵 집으로 돌아와 단팥죽을 한 그릇 먹고 세라젬 에너지 모드에 몸을 맡기니 바로 잠에 빠져 들었다.

조금 더 걸어가면 한강 합수부

읽고 쓰고 걷고, 그리고 5월 이후 빼앗길 근육을 만들기 위해 홈트 몇 가지를 따라 한다. 3면이 책으로 둘러싸인 서재에는 세종에서 가져온 것과 휴직하며 가져온 책을 합해 놓으니 책장이 넘쳐 이중으로 꽂아 놓았다. 종이 냄새를 맡으며 책을 정리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지금은 딱 "All is well."이다. 


All is well


안양천 둔치에 새로 조성한 습지. 물이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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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one has a plan 'till they get punched in the mouth."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쳐 맞기 전까지는.


마이크 타이슨의 말이란다. 어느 순간 쳐 맞더라도 무언가를 계획해야 하는 것은 인간의 숙명이 아니던가. 지금부터 느긋하게 커피를 한 잔 내려 홀짝이면서 영화를 한편 볼 것이고, 하루키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읽다가 저녁에는 마을 산책을 나갈 것이다. 휴직 후 첫 목표가 일상을 담담하게 유지하는 것이 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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