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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밖 Oct 16. 2019

386 세대와 헬조선의 책임

 세대 담론 추적하기

봇물 터진 세대 담론


'헬조선은 386 세대가 만들었다'는 말이 돌고 있다. 김정훈, 심나리, 김향기는 <386 세대유감>이라는 책을 통해 '386 세대에게 헬조선의 미필적 고의를 묻는다'라고 했다. 사회학자 이철승은 <불평등의 세대>를 통하여 '누가 한국 사회를 불평등하게 만들었는가'를 조목조목 따졌다. 물론 그 '누구'는 386 세대이다. 또 다른 사회학자 전상진은 <세대 게임>에서 '세대 프레임'을 넘자고 제안한다. 지금 내 책상에는 몇 개의 386 세대를 다룬 기사 자료가 있다. 기사들은 다음과 같은 제목을 가지고 있다.

  - 헬조선은 386 세대가 만들었다는 논쟁적 주장(2019.7.18 한겨레)
  - 2030 세대 좌절 쫓다 보니 그곳에 386 세대 있더라(2019.8.27 고발뉴스 인터뷰)

  - 386은 어떻게 아래 세대의 사다리를 걷어찼나(2019.7.17 MK뉴스)

  - 386 세대 운동권, 그만하면 충분히 권력 누렸다(2019.9.2 조선 칼럼)

  - 우석훈·박용진 "경제로 평생 간 박정희 봐라" "586 경제 젬병" (2019.10.5 중앙일보)

  - 대한민국 부와 일자리 거머쥔 '586'(2019.10.13 한국경제)

  - OECD 주요국 중 한국만 청년실업률 치솟아(2019.10.13 한국경제)

  - 친노동정책 최대 수혜자도 586(2019.10.13 한국경제)

  - 현대차 노조원 절반이 50대 ... 청년세대 기회 박탈한 '일자리 캐슬'(2019.10.13 한국경제)

  - 추천서에 이름 쓰면 취업, 집 샀더니 몇 배 뛰어... 천운을 타고난 586(2019.10.13 한국경제)
  -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 "586과 박정희 세대 간 갈등..."(2018.3.25 한국경제)

  - 꼰대가 된 386(2019.8.14 문화일보 오피니언)

  - 386 세대는 어쩌다 '밉상'이 됐을까(2017.4.20 한국경제 오형규 칼럼)

  - 임원 72%, 의원 44%... 대한민국의 386의 나라(2019.9.23 중앙일보 창간기획)

  - 단군 이래 가장 축복받은 386 세대에게 헬조선의 책임을 묻다(2019.7.19 한국일보)

 

기사 중 몇 개를 제외하면 대체로 2019년 7월~10월 사이에 집중돼 있다. 그럴만한 이유를 무엇이라 봐야 할까. 이 시기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한 가지 이유는 <386 세대유감>이란 책이 올 7월에 나왔다는 것이다. 이 책이 나온 이후 담론화가 특별히 확대되었다 점은 명백하다. 또 하나의 이유는 이른바 '조국 사태'를 경과하면서 386 세대에 대한 세간의 반감이 확산되었다는 것이다. 즉 세대 담론으로서 38 6세대에 대한 조명과 조국 사태에 따른 386 책임론이 동시에 맞물린 시기를 경과했다.

이 담론은 주로 보수 쪽에서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유용하게 활용했다. 한편 조국을 법무장관에 임명하는 것을 반대했던 진보의 일부도 386 세대를 비판적으로 바라보았다. 이 글에서는 그동안 제출되었던 세대 담론들을 살피면서 주로 어떤 근거와 주장들을 펼치고 있는지 알아볼 것이다. 이 글을 통해 또 다른 내 주장을 펼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이 글은 세대 담론에 대한 내 공부 여정의 일부이고, 그것을 나누어 서로의 이해를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했다.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이후 자기 전망을 갖는데 조금 더 풍부한 근거를 갖게 될 것이다.

지난 9월 함께 모여 공부하고 있는 분들이 선택했던 주제는 '2030 세대, 어떻게 볼 것인가'였다. 공부 구성원은 모두 4050 세대로 현재 교육전문직이다. 그러니 그들의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젊은 세대를 활동으로 끌어들여 저변을 넓힐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고, 그러자면 먼저 2030 세대를 이해하자는 욕구들이 컸다. 공부 말미에 나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교육 개선의 저변을 확장하기 위해 2030 세대를 이해하려는 것, 그들과 함께 무엇인가를 해보려는 것은 중요하다. 그들도 현실을 개선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우리가 젊은 세대와 함께 해보고 싶다는 의향을 밝힐 때, 그들 자신은 '우리도 현실을 개선하고 싶은 욕구가 있지만 당신들(이른바 386)과는 하고 싶지 않다'라고 말할 것이다. 이런 현실을 인식하는 것이 세대 담론 공부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공부 구성원들은 이 말을 듣고 웃었다. 그리고는 읽을거리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아마 지금쯤은 "생각보다 상황은 심각하구나", "단순히 2030 세대를 활동 속에 끌어들이자는 것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복잡한 맥락이 있구나"라는 점들에 공감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386이라는 호명


1987년 6월 항쟁은 반독재 전선이었던 '민주헌법 쟁취 국민운동본부'를 주축으로 대학생들과 직장인들이 대거 참여하여 독재타도 및 호헌철폐를 구호로 내걸고 싸웠던 국민저항운동이었다. 이때 참여했던 대학생들은 80년대 학번이었고, 60년대생이었으며, 당시에는 20대였다. 90년대 들어 김영삼, 김대중 정부는 87년 6월 항쟁 당시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리더 그룹을 대거 발탁한다. 이때 이들의 나이는 30대 중후반에 이르러 있었다. '386 세대'라는 말은 이렇게 그들이 정치권으로 발탁된 시기를 기준으로 '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을 줄여 부르는 어휘로 탄생했다. 지금 이 사람들은 대부분 50대 중후반이 돼 있지만 386이란 호명이 바뀌지 않는다. (현재 50이라는 점을 들어 586으로 부르기도 한다.)


위에서 열거한 기사의 동기가 된 것 중 가장 비중이 큰 것은 <386 세대유감>이다. 이 책의 공저자 김정훈, 심나리, 김향기는 지나간 역사를 '우리가' 만들었다는 세대적 동질감이 유독 386 세대에게서 진하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현재의 대한민국은 386에 의한, 386의 나라이며 도무지 늙지 않는 불로세대의 최장기 집권이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 이 책의 부제는 '386 세대에게 헬조선의 미필적 고의를 묻다'이다. <88만원 세대> 이야기로 세간의 주목을 끌었던 우석훈이 해제를 썼다.


 

<386 세대유감> 김정훈, 심나리, 김향기 지음


- 386 세대가 오롯이 자신들의 희생만으로 독재를 물리치고 민주화를 쟁취했다고 믿는 것은 오만한 채권자적 태도다.... 20대가 사회적 모순과 부조리에 눈감는다고 손가락질할 것이 아니라 이들이 왜 스펙 쌓기에 몰두하고 연봉 높은 대기업 정규직 취직에 열을 올리는지에 대해서 함께 고민해야 한다.(386 세대유감, 38-39쪽)


- 요새 젊은이들이 어떻게든 졸업을 유예하며 취업준비생으로, 공무원 시험 준비행으로, 학원가와 고시촌을 전전하는 나이에 과거 386 세대는 세상을 움직이는 힘을 갖게 됐다. 아니, 그 세상의 중요한 일부가 됐다.... 386 세대가 빨아들인 건 언제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무용담만이 아니다. 투쟁에 나선 일부 대학생 그룹은 권위주의 정권과 맞서다 보니 그에 걸맞은 힘을 과시해야 했고, 결국 그들도 허세가  낀 권위주의가 몸속에 파고드는 것을 맞지 못했다.(같은 책, 43쪽)


이들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 또 위에 열거했던 기사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것 중의 하나는 87년을 경과하면서 탄생한 저항 운동의 세대가 지금은 정치권, 경제계를 비롯하여 대규모 사교육 자본까지 장악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들은 IMF 외환위기 때 살아남았고, 산업화 세대의 퇴직 이후 자원을 독식하고, 후세대에겐 나누려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386 세대의 성공은 운?


이들은 졸업정원제 같은 전두환 정권의 교육개혁 조치로 대학에 '쉽게' 입학하여 민주화 투쟁에 참여했고, 이로 인해 20대부터 확보한 정치적 발언권을 지금도 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386 세대가 졸업했을 땐 호황기여서 가고 싶은 회사를 골라서 취업했으며, 30대엔 신도시 건설과 주택금융규제 완화로 일찌감치 내 집 마련의 기회도 잡았다고 말한다. IMF 당시엔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구조조정의 칼을 피했다. 말하자면 386 세대는 엄청나게 운이 좋은 세대였던 셈이다. 386 세대는 이후 국가의 의사결정권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 각계에서 활약했다. 그런데, 이들이 만든 현재의 대한민국은 비정규직 양산, 취업난, 사교육 폭발, 부동산 공화국이란 말로 대변할 수 있는 '헬조선'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의 저자들은 헬조선의 미필적 고의를 386 세대에게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자신의 가족을 살뜰하게 챙겨 그들이 그토록 반대하는 특목고, 외고, 자사고에 자녀들을 보내 부와 지위의 대물림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혐의는 조국 자녀가 받고 있는 의혹과 맞물리며 크게 증폭하였다. 88만원 세대를 썼던 우석훈은 50대 남성 엘리트 그리고 진보, 이런 사람들이 사실 몇 %도 되지 않는데 '꿀물'을 빨 수 있는 구조가 딱 돼 있다고 하면서 무슨 공을 세워서가 아니라 그냥 사고 치지 않고 있으면 10년을 보낼 수 있는 구조라고 본다. 이는 10~20대가 지켜보기에 불공정한 사회인 것이고, 더 그렇게 될까 걱정이라고 말한다.(2019. 10.5 중앙일보 기사)


저자들은 통계 자료를 분석하여 세대별 대학 졸업장의 가치, 1997년 이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 청년 노동의 상대적 가치, 전세금 상승, 서울시에 아파트를 사는 걸리는 시간, 세대별 여유 자금 등등의 세대별 손익계산서를 제출한다. 이들이 통계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386 세대의 자원 독점', '후세대와 나누려 하지 않는 386'으로 요약된다. 대부분 위에 열거한 기사들이 인용할 때 폭발력이 있는 이슈들이다.

지난 7-10월에 쓰인 기사들은 주로 여기에 주목하여 이 책을 활발하게 인용하였다. 기업 임원의 72%, 국회의원의 44%가 386이므로 대한민국은 결국 386의 나라(2019.9.23 중앙일보 기사)라는 것이다. 기사는 386 세대가 취업할 땐 3저호황이었고 퇴직할 땐 '정년연장'을 말하니 '불로장생 386'이라 쓰고 있다. 아울러 이철승 교수의 <불평등의 세대>를 인용하여 '20대 때 분배정의를 부르짖던 386 세대가 지금은 불평등의 치유자가 아니라 불평등의 생산자이자 수혜자로 등극했다'라고 지적한다. 여기에 조국 전 법무장관,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을 거론하면서 도덕적 권위까지 실추됐다고 말한다.



386 세대와 불평등 구조의 형성 


80년대 학생운동의 지도부는 소련 붕괴 후 대거 정치권으로 진입했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을 등에 엎고 대거 국회에 입성하였으며, 정치권의 발에 맞추어 기업도 386 세대가 강세를 보였다. 그런데 386 세대에 와서 부모와 자녀 소득차가 가장 심화되었으니 386이 자원 독식의 주범이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386 세대는 헬조선 탄생의 가해자임을 인정(2019.7.19 한국일보 기사)하라고 주장한다.

이쯤 되면 현재 '그냥' 50대인 386 세대는 너무 억울할 것 같다. 자신들은 그저 열심히 살려고 노력한 것뿐인데 소수의 기득권 386 세대가 세대를 과잉 대표하면서 자신들까지 헬조선의 주범으로 인식되어야 하냐는 것이다. 물론 자칭 3 86세대 역시 이런 분석이 탐탁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안희정, 조국을 거치면서 생겨난 386의 부정적 담론에 일종의 정치적 노림수가 있지 않은가라는 의혹을 가질 만도 하다. 어떤 자칭 386은 혹시 내년 총선을 앞두고 386 무능론을 광범하게 확산하여 인위적 물갈이를 하려는 시도가 아니냐 하면서 경계할 법도 하다.


이철승의 <불평등의 세대>는 더욱 촘촘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386 세대를 맹공하고 있다. 저자는 특정 세대가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혹은 세대의 기회(운)를 통해 이 위계구조의 상층을 '과잉 점유'하면서 세대와 위계가 얽히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386 세대유감>은 그야말로 386 세대에게 보내는 젊은 세대의 유감 표명이라고 하면, <불평등의 세대>는 실증적 자료를 통한 정당화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 책은 '세대론'의 프리즘을 통해, 그리고 '한국형 위계 구조'라는 틀을 통해 한국 사회의 '계층과 과정' 및 '불평등 구조'를 해부하는 프로젝트다. (불평등의 세대, 28쪽)

<불평등의 세대> 이철승 지음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386 세대는 '민주주의'의 원리를 체화한 집단이란 의미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게임 원리'에 맞춰 권력 투쟁을 하는 집단이자 세력이며, 동아시아 최초의 '절차적 제도주의자'들이다. 저자는 세대별 정치권력의 분포를 통해 지난 20년 동안 386 세대가 어떻게 산업화 세대를 대체했고, 그 주변 세대를 압도하며 정치권력을 장악했는지 간명하게 드러낸다. '민주주의 게임 원리'라는 말을 자칭 386 세대는 모욕적으로 듣겠지만, '게임'이라는 말은 자원 획득의 합법적 방식을 내포한다.


최근 대학입시 개선을 두고 벌어지는 공교육 정상화냐 선발의 공정성이냐와 같은 대척점들을 설명할 때도 결국 '게임의 룰 정하기'라는 말을 적용할 수 있는데, 이 말은 듣기에 따라 386 세대가 자기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게임의 룰을 정하여 '합법적으로 자원을 독점'하고 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하여 386 세대는 한국 사회에서 '세대 자산의 불균등한 형성'을 통한 불평등 구조를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결국 이러한 한국형 위계 구조의 희생자를 청년과 여성으로  꼽는다.


이 책은 세대와 위계에 대한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아주 간명하게 정리한다. 그것은 386 세대 리더들의 약속 위반 때문이다. 어떤 약속 위반인가? 그들은 산업화 세대가 농촌에서 옮겨온 '촌락형 위계'를 타파하는 대신, 그 위계를 한층 더 교묘하고 착취적인 것으로 대체 혹은 강화하는 데 협조 혹은 방관했다. 청년 세대에게 자신들은 겪어보지도 감당하지도 않았던 노동 유연화의 기제들을 강요하고, 자신들의 고용 보장책, 임금과 복리후생은 끝없이 끌어올렸다. (같은 책 258쪽)


저자는 IMF 금융위기를 거치며 정리해고, 파견제 등의 유연화 기제가 확대되었다고 말한다. 이 새로운 유연화 기제가 일반화되면서 상층 노동시장의 지위는 오히려 공고화된 데 반해, 하층은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상황에서 유연화에 노출되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가 더욱 확대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같은 책 298쪽) 그러나 두 번에 걸친 금융위기는 그 당시 가족을 책임져야 했던 가장들에게 더 무거운 책무성으로 다가왔을 수도 있다. 모든 생물은 생존하기 위해 환경에 적응한다. 386 세대가 특별한 운을 만난 것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들이 세대 네트워크로 묶여 자원을 독점하고 있다는 진단에 대해서는 좀 더 풍부한 토론이 필요하다.



'꼼꼼한' 분석, '간결한' 대안


이 책은 386 세대의 과오를 매우 꼼꼼하게 추적한다. 때로 이것은 좀 과잉이 아닌가? 이 내용은 저자 나름의 결론을 정하고, 그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근거를 제시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위에 적은 신문기사의 제목이 말해주듯, 종종 저자의 이런 문제의식은 정치적 공격의 소재로 변질되기도 한다. 사실상 이 책에서 말하는 386 세대는 청와대를, 국회를, 기업을, 사교육을, 대기업 노조 장악하고 있으면서 자원을 독점하고 후세대에겐 물려줄 생각이 없으며 오로지 자신들의 자녀들에게 증여, 상속할 궁리만 하는 욕망 덩어리와 같이 묘사된다. 책을 읽으면서, 그렇다면 이 문제의식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이라 주장하고 있나 가 궁금해지는 이유이다. 데이터를 동원하여 예리하고 촘촘하게 제시한 근거들이 무색할 정도로 저자가 제안하고 있는 대안은 단순하다.  

저자는 이 상황을 타개할 방책으로 '사회적 자유주의' 전략을 제안한다. 이 전략은 사회적 협의를 통한 임금피크제, 연공제에서 직무 제로의 전환, 386 세대의 자산 증식에서 발생한 이익에 따른 세금을 엄격하게 물리고 이를 청년 세대 주거권 보장을 위해 사용하도록 법제화하는 등의 제안을 담는다.(같은 책 337쪽) 저자는 이 전략을 세대 간 연대의 전략이라고 부르면서 고용과 훈련 안전망의 확대를 추가하고 있다. 즉 국가가 관리하는 취업 및 창업 시장을 확장하는 것이 그 한 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책의 중후반부까지 주장한 내용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전략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 386 세대에게 집중했던 비판과 병행하여 그들에게 '선의에 기초한 양보'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논리적 정합성 면에서 보자면 386이 헬조선을 불렀다는 근거만큼이나 대안도 적극적이어야 했다는 이야기다. 독자의 편에서 보면 역으로, (제시하는 대안에 비추어봐도) '헬조선'의 모든 것을 386 원죄론으로 환원하는 방식의 진단이 다소 과잉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결국 이 책의 이해 방식은 저자의 말대로 '세대론'의 프리즘으로 보는 것이다. 즉 세대 담론의 측면에서 보면 이러 이러한 가설과 그를 입증할만한 증거들이 있다는 정도에서 읽는 것이다. 똑 같은 현상을 '계급론'의 프리즘으로 본다면 다른 결론과 대안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덧> "90년생이 (소비자로서) 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책을 청와대 전 직원에게 선물하였다고 한다. 이 책에서 우리는 젊은 세대를 이해하는 단서들을 포착할 수 있을까. 90년 대생들은 간단, 재미, 정직을 선호하는 세대적 특징을 갖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젊은 세대와 대화하기 힘들어하는 기성세대에게 주는 일종의 '90년대생과 관계 맺기'에 대한 것이다. 90년대생이 공유하는 세대 특징을 소개한 다음 그들이 직원이 되었을 때, 소비자가 되었을 때 이해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만약 <386 세대유감>이나 <불평등의 세대>를 읽은 후 젊은 세대를 이해하기 위하여 이 책을 들었다면 실망이 클 수 있다. 이 책은 90년대생의 발언을 통해 화해의 길을 모색하는 듯 하지만, 결국 그들을 관리의 대상으로, 물건을 팔아야 할 소비자군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세대 담론의 긴장감을 기대하긴 힘들다.



<90년생이 온다> 임홍택 지음


그러고 보니 책 표지에 '간단함, 병맛, 솔직함으로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이란 부제가 있다.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90년대생 직원과 어떻게 관계하고, 관리할 것인지, 또 기업에서 생산을 상품의 소비자로서 90년대생을 어떻게 이해하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기업 운영자에게 권할만하다.


이제 살펴볼 책이 한 권 남았다. '세대 프레임'을 넘어서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전상진의 <세대 게임>이라는 책이다. 이 글에서 못다 한 얘기와 세대 게임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룬다.


<세대 게임> 전상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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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이미지 출처 https://theconversation.com/why-we-keep-playing-the-generation-blame-game-and-why-we-need-to-stop-8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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