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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밖 Apr 11. 2024

시간은 덧없이 흐르고 봄날은 간다

서식지 근처에 걷기 좋은 길이 있어서 다행이다. 운동은 해야겠는데, 걷기 외에 내키는 것이 없어 그저 매일 걷고 있다. 버스 타고 조금 나가면 여의도 윤중로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있을 테지만 자유로운 평일이 허락되었음에도 올해는 그곳에 가보지 않았다. 사람 많이 모이는 곳에 가는 것이 불편해서다. 


거친 줄기와 화려한 꽃


그 대신 벚꽃십리길을 비롯한 안양천 벚꽃길과 도림천변을 자주 걸었다. 처음 벚꽃이 피기 시작해서 만개했다가 오늘 아침에는 꽃잎이 꽤 떨어진 것을 보았다. 페친 여러분이 전국 곳곳에 핀 벚꽃을 올리시길래 나도 꼽사리 낀다. 세 번째 사진에서 보는 능수벚꽃도 무리로 피어있으면 볼만하다. 


능수벚꽃


천천히 걸으면 여러 가지 좋은 점이 있다. 계절 따라 풍경을 음미하는 맛도 있고, 꼬리를 무는 잡생각을 이어가기에도 그만이다. 지면과 닿을 때 발바닥에 전해지는 감촉도 좋고, 부드러운 바람도 편안하다. 최근 운동화를 바꾸고 나서 장시간 걸어도 덜 피곤하다. 


젊었을 때 초저녁 서쪽에서 들어오는 빛이 좋았다. 그림자가 길어질 무렵 하늘은 발갛게 물들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면 하루 낮이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마지막 사진은 그런 느낌으로 찍었다. 


그림자가 길어지는 저녁, 서쪽 하늘


순간을 박제해 놓은 사진이 말해주는 것은 별로 없다. 그저 찰나의 그 순간에 세상 모습이 그랬다는 것뿐이다. 사진 한 장 찍어 되지도 않는 의미랍시고 잡글 몇 줄 달아 자기만족해봐야 시간은 덧없이 흐르고 봄날은 간다. 2.jpg934.19 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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