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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밖 May 08. 2024

빗속 잡생각

아직 비는 그치지 않았다. ~^^

오월 초에 사흘 연속 내리는 비는 이례적이다. 집구석에만 있기가 답답하여 우산을 들고 나섰다. 빗속 강변을 걷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잣나무 잎 끝에 매달린 빗방울을 보는 것도 오랜만이다. 김민기 노래 전곡을 반복하여 들으면서 걸었다.


잣나무 잎 끝에 매달린 빗방울


뒷것 김민기 3부 본방을 놓쳤다. 방송사 홈피에 가보니 '다시보기'가 있는데 부가세를 포함하여 2천2백 원이면 초고화질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해 놓았다. 재방송이야 하겠지만 '이건 소장각이야'하면서 후딱 결제를 하고 내려 받았다. 그 사이 SNS에는 시청 후기가 많이 올라왔다.


너무 '신화화' 하지는 말자는 글이 눈에 들어온다. 동의.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본인도 원하는 바가 아닐 게다. 요즘 그가 내놓은 앨범의 가사를 모두 분석하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고 있다. 김민기에 대한 많은 영상과 글이 있지만 본격적인 '가사 분석'에 관한 글은 드문 것 같아서. 문학적 분석도 의미가 있겠지만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나는 그가 무슨 어휘를 얼마나 자주, 어떤 맥락에서 쓰는 지 그것이 궁금하다.


그의 노래 가사에서 서정성 넘치는 우리말, 우리글 표현이 남다른데, 그것은 그것대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다만, 이것이 시대 상황과 맞물려 저항의 상징으로 전환되는 계기와 정작 본인은 부담을 느끼고 아예 노래 부르기를 접는 과정까지.


김민기, 드물게 웃는 모습의 시진

1987 년 서울시청 앞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에 모인 백만 명의 시위대가 부른 '아침이슬'을 현장에서 듣고 김민기가 느꼈을 엄청난 중압감이 있었을 것이다. 보통 사람은 더 유명해지는 계기로 삼을 법도 한데 김민기는 오히려 그 반대였다. 단순한 겸손은 아닌 것 같고, 고도의 실존적 자기통제였다고 생각한다. 이것을 이해하는 방식이 곧 김민기의 사유에 다가서는 길이라고 본다.


나아가 그가 공들였던 야학, 농촌생활, 생태지향, 어린이 극 등 내용과 형식에서 종합적인 정리와 분석이 함께 이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3부작 방송 자체도 정리의 큰 몫을 담당했다. 그와 함께 했던 주변 사람들의 증언도 중요하지만, 뭔가 좀 더 객관적인 시선을 모아 집단사고를 통한 정리도 필요하다.


일단 기초 조사 수준에서 김민기가 발표했던 노래를 모아 가사를 살펴보았는데 사용한 빈도가 높은 어휘를 보면 꽃, 길, 바람, 사람, 별, 시간, 그리움, 꿈, 노래, 비, 아이 등이 있다. 어휘 자체만 보면 쉽고 단순하며 서정적이다. 또한 세상 모든 '사소함'과 '소외'에 대한 애정을 한결같이 동반한다. 물론 그가 부른 '금관의 예수', '종이연(혼혈아)', '철망 앞에서', '내 나라 내 겨레' 같은 곡은 좀 더 분명한 메시지가 담겼다. 대체로 의뢰 받은 노래의 경우다.


빗속 걷기, 그리고 잡생각

이런 생각을 하면서 빗속을 두 시간 동안 하염없이 걸었다. 하염없이 걷다 보니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라는 이화경 단편선을 구입해 놓고 읽지 않은 것이 생각났다. 존경하는 페친들께서 당기는 서평으로 추천하시길래 바로 주문을 넣었었다.


저녁에는 이 책에 실린 단편 중 '비누가 우물에 빠진 날'을 읽었다. 아마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패러디한 것일텐데, 제목만 보고도 뭔가 있을 것 같다는 호기심 충만의 상태로 빠져들었다.

이화경 단편선


정미조라는 옛날 가수가 김소월의 시를 노래로 부른 적이 있다. 제목은 개여울.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 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


뭐 이런 가사인데 이화경 작가의 단편에 바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와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라는 제목이 있다. 몰아서 읽어버리고 싶지만 날마다 한 편씩 하염없이 읽어볼 것이다. '내가 무슨 일로 그리하는지는' 궁금해 하지 마시길... 오늘 정말 횡설수설이군...ㅠㅠㅠ


아직 비는 그치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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