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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밖 Sep 02. 2024

자유와 소외 사이

독립을 구하면서 소속감도 원하는...

읽고 싶은 책을 시간의 제약 없이 마음껏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정년의 가장 좋은 점이다. 퇴임 기념으로 몇 가지 소소한 선물을 받았는데, 마음이 부자가 되는 선물은 역시 책이었다. 쌓아 놓고 바라보기만 해도 교양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앞으로 한 달, 이 책들과 씨름하며 보낼 수 있게 됐다.


읽을 책을 쌓아 두는 것만으로도 교양인 느낌

기분 좋은 날을 기념하기 위해 2차 페친 정리를 하려고 한다. 기준은 페북에 새로 생긴 메뉴인 '교류가 가장 적은 계정'인데 정리하고 일주일 정도 지나니 또 그만큼(약 200명) 생겼다. 온라인 관계는 온라인다워야 한다. 때로 실세계와 혼동하면서 착시를 겪는 분들이 있는데 '관계'는 다 귀한 것이지만 소셜 미디어 지인이라는 것에 대해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 쉽게 맺은 관계이기에  교류의 밀도가 현저하게 떨어지면 정리 또한 쉽게 할 수 있어야 맞다. 여기서 진지해지면 온라인 피로감이 높아진다.


한편 온라인의 속성상 소셜 미디어에선 너 나 할 것 없이 관종이 되며 조금 오버하면 폭주하거나 흑화 할 수도 있다. 누구나 나르시시스트가 될 수 있고, 정신승리도 가능하다. 알고리즘이 관심과 중독을 노리기 때문이다. 인정 욕구가 건강하게 발현되면 창조의 원천이 되지만 임계점을 넘으면 누구나 괴물이 될 수 있는 게 또한 온라인이다. 그러나 이 모든 세태에도 불구하고 어디서나 좋은 글을 만나면 반갑다.


요즘 페북이나 브런치에 글쓰기를 좀 하니 회복이 많이 된 줄 알고 미팅 요청을 하시는 분들이 꽤 있다. 고마운 일이다. 나 역시 내 짧은 말과 거친 글이 누구에겐가 도움이 된다면 마다할 일은 아니라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혼자 시내에 두 번 나가보니 아직은 외출이 조심스럽다. 기다리시면 어느 좋은 날 내가 먼저 만남을 청할지도 모른다.


수술 후 회복에는 운동이 필수다. 매일 서식처 주변을 살살 걷고 있다. 넘어지거나 어디 부딪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가끔 킥보드로 무섭게 돌진하는 초중딩들이 있다. 이놈들은 신기하게도 꼭 내가 피하려는 쪽으로 방향을 틀더군. 그라믄 안 돼.


자유는 좋은 거다. 얼마나 좋은지 어떤 사람은 한 문장에 한 번씩 쓰기도 한다. 나의 자유가 너의 자유와 공존해야 한다는 것은 자유의 가장 기본 원리이다. 나의 자유가 타인에게는 고통이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아시길. 어제 부로 나는 자유를 얻었으나 직업적으로는 쓸모를 다했다. 새로운 소외의 탄생이다. 정년을 맞은 사람들은 이 야릇한 소외의 기분을 잘 이해할 거다. 하긴 인간은 평생 독립을 구하고, 막상 독립하면 소속감을 원하지. 이제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겠다.


바야흐로 회복력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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