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지 않는 교장은 학교를 학습조직으로 만들 수 없다
<바실리 수호믈린스키 아이들은 한 명 한 명 빛나야 한다, 앨런 코커릴 지음, 함영기 옮기고 고쳐 씀 >에서 솔로베이치크는 수호믈린스키의 파블리시 학교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학생들의 행복과 복지를 최우선 관심사로 둔다.
2) 자연 속에서 학습하는 동안 집중적으로 질문을 던진다.
3) 교사들은 모든 과목에서 학생들의 언어능력 발달에 중점을 둔다.
4) 학생들이 암기해야 할 학습 자료량을 줄이고, 추론과 이해에 중점을 둔다.
대부분의 암기는 지식을 응용하는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게 한다.
5) 학습을 방해하는 정서적 장애물을 없앤다. 특히 처음 몇 년 동안은
학생들이 섣불리 실패를 경험하지 않도록 조심한다.
6) 지적 활동에 대한 풍부한 배경을 만들고 특별활동에 흥미를 느끼도록 아이들을 격려한다.
그래야 정규수업이 형식적으로 흐르지 않는다.
위와 같은 성공 요인이 함축하는 바는 교사들의 '교수 전문성'과 '동료성'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항은 교사의 전문성과 동료성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큰 동인은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 책을 옮기고 고쳐 쓰면서 내가 느낀 바 중 가장 으뜸은 '학교장의 리더십'이었다.
70년 후의 한국 상황에서도 여전히 '학교장의 리더십'은 학교를 성공시키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교사 대상 연수에서 학교의 문화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을 물었을 때 '교장의 마인드'라고 답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학교장의 철학이 확고하고 전문성이 뛰어날 때는 학교장의 권한이 강력한 것이 상당 부분 긍정적 기제로 작용한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에는 권한이 클수록 학교는 실패를 예약할 수밖에 없다. 물론 학교장의 권한을 교사들에게 대폭 이양하도록 역할 조정을 할 수 있다. 이때도 학교장의 철학과 비전이 제대로 서 있지 못하다면 권한 위임이라는 것은 무책임을 함께 넘겨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 수도 있다. 많은 학교에서 '책임 면하기' 방식의 문화가 형성되는 것 역시 근원은 학교장의 리더십 문제일 수 있다.
수호믈린스키는 자생적 혁신학교라 할 수 있는 파블리시에서 학교장의 역할과 관련하여 몇 가지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진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강력한 메시지이다.
수호믈린스키는 교장과 교사를 겸하면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공부하지 않는 교장은 학교를 학습조직으로 만들 수 없다. 교사들에게 공부하라고 말하려면 적어도 교사들의 관심사, 최신 교육동향 및 학교문화에 대하여 대등한 토론을 할 정도의 준비는 필수이다. 공부는 열심히 하는데 소통하지 않는다면? 독선적 학교 운영을 기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즉 공부는 개인의 인식을 제고할 뿐만 아니라 상호의존적으로 나눌 때 효과적이다.
나아가 공부할 때는 지위를 내려놓고 그야말로 '동료'의 자세에서 수평적 토론이 가능해야 한다. 수호믈린스키가 교사들과 동료성을 유지하기 위해 본인이 먼저 수업을 여러 번 공개한 후, 교사들의 논평을 듣고 교사들도 수업을 공개하여 서로 토론을 했다는 점은 우리에게 강력한 시사점을 준다.
수호믈린스키가 교사를 채용할 때 교사가 갖추어야 할 전문성과 소양 외에 특별히 중시했던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학생들에게 전수해 줄 특별한 '노동기술'이 있는지였다. 말하자면 파블리시는 삶과 노동, 그리고 학습과 기쁨(웰빙)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독자들은 궁금할 것이다. 수호믈린스키가 주로 활동했던 시대는 소비에트 혁명 후 국가주의적 색채가 강하게 드러났던 때였는데 어떻게 그런 실천이 가능했는지 말이다. 심지어 집단보다 개인을 중시하고 공동체성과 개개인성에 동시에 비중을 두면서도 개인이 집단을 위해 희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수호믈린스키가 개인의 감수성 계발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던 그 배경은 무엇인지도 궁금할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소비에트 기초교육을 중심으로 러시아의 교육정책에 대하여 나누어 보겠다.
<아이들은 한 명 한 명 빛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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