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러시아 교육부가 채택한 세 가지의 초등교육 프로그램은?
모스크바 국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정막래와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 교수인 아파나시예바가 공저한 <러시아의 기초교육, 2009, 대교출판>에 따르면 오늘날 러시아에는 세 가지 주요한 초등교육 체계가 존재한다. 세 가지 체계는 전통적 교육체계뿐만 아니라 구소련 시절의 교육학자들인 잔코프, 엘코닌, 다비도프 등의 이론에 입각한 것이다.
이 체계들은 모두 피교육자의 지성과 도덕성의 발달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러시아의 학교에서 교육 프로그램으로 사용되고 있다. 1998년 러시아 교육부는 초등학교의 교육에 있어서 다음의 세 가지 교육 프로그램을 공식적으로 채택하였다. 이 교육체계들은 아이가 '어떻게' 지식을 얻게 되는지에 따라 차이가 있다.(러시아의 기초교육, 124-128쪽)
1) 전통적인 교육체계
먼저 전통적인 교육체계에서는 수업이 새로운 주제를 설명하는 것에서 시작되거나 학생들에게 숙제를 다 했는지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교사가 새로운 자료를 예로 들어서 수업 주제를 설명하고 학생들은 문제를 풀거나 적용한다. 즉 아이들에게 지식은 미리 준비된 형태로 전수되고 학생은 과제를 '수행하는' 역할을 하며 시험과 평가는 교사가 하는 방식이다.
2) 잔코프의 프로그램
러시아의 심리학자 잔코프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정리하였다.
(1) 힘들고 높은 수준에서의 교육
(2) 이론적인 지식의 선두적 역할
(3) 빠른 속도의 자료 습득
(4) 학습 과정 자체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5) 모든 학생의 발달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
이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에게 전수되는 지식은 미리 준비된 형태가 아니다. 아이들은 실제적인 과제를 풀고 비교하고 분류하면서 어떠한 결론을 이끌어낸다. 그다음 단계는 전통적 체계와 비슷하다. 학습과제의 제시, 시험 부과, 평가와 피드백으로 이루어진다.
3) 엘코닌과 다비도프의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의 수업 시간은 지식 자체가 아니라 이 지식을 얻기 위한 수단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학생은 단어를 쓰거나 문제를 풀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만 아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은 그 단어가 '왜' 하필이면 그렇게 쓰여야 하는지, 그 문제에서 '왜' 하필이면 그런 답이 나오는지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엘코닌과 다비도프의 프로그램에는 특성상 점수로 매기는 평가가 없다.
4) 그 외
초등 교사들은 주로 위 세 가지 프로그램을 '공식적으로' 사용하며 이외에서 자신이 선호하는 방법을 선택하여 적용할 수 있다. 샤탈로프는 구소련 시절부터 천재적인 교사로 알려졌으며 1970년대 초반 초등학생의 교육과 양육에 대한 독창적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샤탈로프는 반복 학습을 강조했고, 지식에 대한 검사, 평가, 과제 해결 방법, 중심 개요와 체육활동을 강조했다. 샤탈로프는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으면 계속 재시험을 부과했다고 알려진다. 따라서 샤탈로프의 방법론을 적용한 교실에서는 낙제생이나 부진아가 없었다고 한다.
러시아의 초등학교 수업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구소련 시절에 도입됐던 무상교육, 의무교육 원칙도 지속되고 있다. 1917년 혁명 후 전국의 열정 교사들이 모여 전인교육에 대한 선언을 하고 이듬해 교육법까지 만들어졌다. 이 체제는 페레스트로이카, 글라스노스트까지 이어지다가 소련 붕괴 후에도 상당 부분이 현대 러시아 교육의 근간을 이룬다.
우리가 러시아 교육을 떠올릴 때 흔히 크룹스카야, 마카렌코, 비고츠키, 수호믈린스키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교실 층위에서 방법론으로 주로 사용됐던, 심지어 공식 방법론으로는 위 세 가지가 적용됐다. 이번에 <아이들은 한 명 한 명 빛나야 한다>를 옮기고 고쳐 쓰면서 러시아 교육사를 공부했는데, 새로운 내용을 많이 확인하였다. 사실상 현재 러시아의 교육체제는 사회주의 소련의 교육체제에 근간을 두고 있고, 당시 적용했던 강력한 국가 책임과, 복지, 전인교육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 책 정보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아쉽게도 이 책은 2017년 절판이 되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291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