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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밖 Nov 07. 2024

사람의 몸, 그게 바로 인공지능

순간의 몸의 지각과 작동을 사랑한다

5월에 뇌종양 수술을, 6월에 담낭제거수술을 받았다. 그 사이 담췌관 스텐트 설치 및 제거 시술도 있었다. 살면서 일 년에 다섯 번 입퇴원을 반복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그저 최소한으로 읽고 쓰고 걷는 생활을 한지 일 년이 돼 간다. 와중에 정년을 맞았고 준비없이 맞은 자유와 해방의 시간은 한편으론 회복을 위한 선물이었다.


존재의 의미가 몸의 지각 속에 실존한다는 메를로 퐁티의 말을 신뢰하는 편이지만, 겪을수록 인간의 몸은 신비의 영역이다. 신비하다는 표현이 인간이 알기 힘든 기적의 세계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인위적 시스템보다도 더 정확히, 더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것에서 몸 자체에 대한 경외심을 느낀다고나 할까.


그전까지도 이런 생각은 내 사고의 기저를 흐르고 있었지만 그땐 그저 체험을 제거한 의식 한편에 자리잡은 생각일 뿐이었다. 그래서 올 한 해에 인간적으로도 조금 더 성숙한 느낌이 있다. 무엇인가를 주장하고 설득하는 글쓰기에서 등장인물을 통해 인간 군상의 생각을 담담하게 풀어보겠다는 창작 글쓰기로의 변화도 몸과 의식에 대한 경외에서 비롯한 것이다.  


몸에 잠재한 자연치유 능력이나, 관리자가 소홀히 했을 때 정확히 그 대가를 치르는 것도 이번에 확실히 깨달았다. 먹고 마시고 잠들고 행위하는 일상에서 '절제'는 좋은 능력이지만 누구에게나 유한하고, 수련을 필요로 한다. 평소 절제와 균형, 평온한 인내를 위해 노력한다고 하지만 선언은 빠르고 몸과 인식이 따라가는 것은 힘겹고 더디다.


안 좋을 땐 조심하다가 조금 회복될 때 소홀하면 여지없이 대가를 치른다. 특히 머리와 복부에 탈이 나 있는 상태에서는 당연히 가슴이 기승하기 마련이어서 그로 인해 감정이 앞서지 않을까 늘 경계한다. 지나치게 이성적으로, 또 극단의 감정이 지배하지 않도록 몸과 마음을 통제하려 노력했다. 해방을 갈구하는 자신의 몸을 통제하는 것이 세상 가장 힘든 것이라는 것도 깨달아가고 있다.  


그러나 분명 신체 각부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회복 자각이야 말로 사람 몸이 가진 회복탄력성의 실제적 체험이라는 것을 느낀다. 제아무리 인공지능이 뛰어난 학습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이성과 감정, 연민과 연대, 욕구와 창조를 가진 인간이라는 '몸'의 정교한 시스템에 견줄 수 없다.


왜냐하면 사람의 몸이 바로 인공지능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흉내 낸다. 사람이 인공지능을 따라잡아야 한다고 호들갑을 떠는 것 만큼 웃긴 코미디가 없다. 인공지능 시대에 이러한 휴머니즘 가득한 사고가 인간중심 디지털 세상을 여는데 일말의 자극이 되길 바란다. 대부분의 이파리와 꽃잎이 떨어진 늦가을 나비바늘꽃이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이 순간의 몸의 지각과 작동을 사랑한다.


늦가을 나비바늘꽃, 이파리와 꽃잎은 많이 떨어졌지만 그것 때문에 오히려 발길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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