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약발 떨어지는 한동훈의 선택에 대하여
한동훈은 자신이 그토록 소망했던 기회가 왔는데도 그걸 잡지 못했다. 모든 위기는 기회를 동반한다는 측면을 포착하는데 둔감했다. 계엄 해제 투표에 자당 의원 18명이 참여함으로써 첫 번째 기회가 열리는 듯했으나, 두 번째 기회였던 탄핵 투표에 괴이하고 부실한 논리로 불참하여 기회를 날렸다.
거기다 총리를 끌어들여 법에도 없는 권력 분점을 꿈꾸다 비웃음만 사고 있다. 앞으로 압박은 심해질 것이고 본인의 약발은 떨어진다. 본인의 힘으로 쓸 수 있는 시간을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힘 내에서 자력으로 주도권을 확보하기 어려울 때 그가 그렇게도 소망했던 외력에 의한 기회가 주어졌지 않는가. 그 자신 보수 재편의 시발점이 되느냐 내란 방조범이 되느냐는 종이 한 장 차이다.
탄핵에 동의해 주면 다음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두려움이 있을 거다. 집권 여당의,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의원들의 의식이 고작 이 정도라니, 이런 이유로 내란의 수괴를 단죄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워낙 자신감의 결여 상황인지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그것 때문에 내란의 방조범이 되는 길을 택한다? 어리석은 짓이다. 또한 그 선택은 국민들의 정치감정과 시민의식을 무시하는 처사다. 국민들은 이재명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든' 앞으로 공적 절차가 예측 가능한 상황이 되길 바란다.
지금은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한 저항의 시간이고, 이것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최선이다. 적어도 제도로써 민주주의가 완전하게 정착한 이후 성장한 세대가 바로 2030들이다. 태어나 처음으로 무장한 계엄군이 헌법기관에 들어가는 것을 실시간으로 목도한 그들의 충격은 기성세대의 분노와는 사뭇 다른 결이다. 바로 그 점이 그들만의 방식을 통해 광장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이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는 세력에게 미래는 없다.
집권당의 주류는 경선만 통과하면 당선되는 TK지역과 강남에 기반을 둔 의원들이다. 세상의 변화에 눈과 귀를 닫고 살아서 여전히 사고가 과거에 머물러 있다. 오늘만 생각하면 현재 권력에 딱 붙어 있는 것, 차기 공천받는 길에 뇌세포를 몽땅 동원하는 것이 되겠지만, 지금 국회 앞에 모이고 있는 2030의 선택이 당신들이 마주할 미래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
한동훈의 선택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대차게 즉시 탄핵 동참을 선언하고 보수 재편의 주도권을 잡으라. 전략적으로 보아도 그게 훨씬 이득이다. 꼼수에 꼼수를 더해 알량한 현재 권력 유지에 매몰된다면 다음 기회는 없다. 그게 아니라면 내란 방조를 자임하는 꼴이 된다. 애석하게도 시간은 당신 편이 아닌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