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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은우 Feb 26. 2023

스티브 잡스와 래리 페이지

두 영웅의 담화로 보는 조직문화와 인재밀도의 중요성

스티브잡스의 생애를 다룬 책 "스티브잡스"를 읽었다. 스티브 잡스 본인의 요청으로, 타임 편집장이었던 월터 아이작슨이 직접 스티브잡스와 주변인들을 몇 년 동안 가깝게 관찰하고 인터뷰해서 집필한 책이다. 읽어보신 분들을 알겠지만 텍스트양이 상당한 책이다. 900쪽이 넘는다. 스티브잡스라는 희대의 인물의 생애를 정리하려면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그의 인생을 어떻게 간단히 정리할 수 있겠는가? 이 정도의 양으로 정리한 것도 타임 편집장이었으니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책의 볼륨감에 두려워하지 말고 꼭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책은 스티브 잡스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한다. 친부모에게 버림받고 양부모에게 입양되어 자라면서, 그의 (그때 당시) 베스트 프렌드 스티브 워즈니악과 함께 아무것도 없이 무모함과 도전 정신만으로 애플을 창업하는 풋풋하고 혈기왕성한 스티브 잡스를 만나게 된다. 책 중반의 스티브 잡스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자신이 창업한 회사인 애플에서 쫓겨나게 된다. 애플에서 나온 후 픽사를 창업하여 영화 토이 스토리를 성공시키며, 다시 애플의 CEO로 복귀해서 아이맥, 아이팟, 그리고 아이폰과 아이패드까지 출시하며 애플을 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시킨다. 하지만 너무 안타깝게도 스티브 잡스는 암을 진단받고 병과 싸우다가 결국에는 그의 인생도 그리고 책도 마무리가 된다. 열정, 도전 정신, 몰입, 집중, 불타오르는 의지, 슬픔, 안타까움, 그리고 인생의 허무함까지.. 한 명의 인생을 들여다보며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책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900페이지 중 귀하지 않은 페이지가 1쪽도 없지만 그중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스티브 잡스와 래리 페이지의 만남이다. 애플의 창업자와 구글의 창업자의 대화. 궁금하지 않은가? 2011년 스티브 잡스의 건강이 악화되어 공식적으로 그의 병가가 발표됬을쯤에 래리 페이지가 스티브 잡스를 찾아온다. 에릭 슈미트로 부터 다시 회사의 지희권을 넘겨받아 구글의 CEO가 될 거라는 계획을 발표했던 래리 페이지는 스티브 잡스에게 좋은 CEO가 되는 방법을 물어본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 그리고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 이 시대의 두 영웅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는 "집중"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사람을 뽑는 일에 대해서도 얘기했지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어떻게 파악하는지,
믿을 만한 참모진을 어떻게 구축하는지 등등.
나는 회사가 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또는 B급 직원들로 채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어떤 블로킹과 태클 동작들을 취해야 하는지 설명해 주었지요.


스티브 잡스정도 되는 사람이 블로킹과 태클 동작을 취하는 이유가 B급 직원들로 회사가 채워지는 걸 막기 위해서라니.. 그만큼이나 인재밀도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 아닐까? B급 인재들을 견제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B급 인재 개인의 역량이 낮아서가 아니라, B급 인재들로 인해 B급 결과물과 업무 태도가 허용이 되는 조직문화 형성이 문제이다. 이러한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에서 A급 인재는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A급 인재들은 일에서 자아를 찾는 사람들이고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일에 굉장히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일에서 성취감을 얻고 일에서 기쁨을 얻는다. 열심히 일해서 세상에 일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B급 인재들과는 잘 일하기가 어렵다. A급 인재들은 언제나 더 많이, 더 빨리, 더 잘하기 위해 많은 푸시를 하는데 이럴 때 B급 인재들의 일반적인 반응은 불평불만이다. A급 인재들이 오히려 빌런이 되고 욕을 먹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세상에 일을 내기 위해서는 일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B급 인재들은 일에 그만큼 투자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들은 일에서 그만큼의 의미를 찾지 못한다. 이런 문화에서 잘 일할 수 있는 A급 인재는 없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이것을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가 누구보다 특 A급 인재였기 때문일 것이다.


언젠가 우리 위코드의 구성원중 한분이 대표로서의 나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대표로서 여러 가지 역할과 책임이 있지만 그중 가장 책임감을 느끼는 역할은 바로 좋은 조직문화를 지켜나가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나는 스스로를 A급 인재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왜냐면 소명감을 가지고 일하며, 일에서 자아를 찾기 때문이다. 일이 가장 재밌고 일을 축복이라고 여긴다. 당연히 일에 많은 노력과 시간 투자를 한다. 일주일에 100시간을 일하고도 어떻게 하면 더 일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참고로,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일주일에 100시간을 넘기는 건 어렵다. 하루에 14시간씩 7일을 꼬박 일해도 98시간밖에 안된다. 사무실에서 숙박을 해야 100시간을 넘기는 게 가능한 정도다).  그리고 이런 나를 믿고 따르는 A급 인재 동료들이 빌런이 아니라 영웅이 되는 조직문화를 형성하고 지키는 것이 대표로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책임감이다. 누구보다 회사를 위해 많은 희생을 하고 열심히 일하는 그들이 다른 동료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들이 역량을 자유롭게 펼쳐서 세상에 일을 낼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 대표로서 나의 가장 큰 역할과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


일을 사랑하며, 소명감을 가지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A급 인재들이여! 회사에서 당당해지자! 세상은 우리가 바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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