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것을 얻는 말하기 비법
발표 자리에서 원하는 것을 얻는 3가지 말하기 기법
유재석씨가 지금의 유재석이 되기 한참 전에 KBS 연예가중계의 리포터로 활동하던 신인 시절이 있었어요.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유재석씨가 지우고 싶은 흑역사로 기억하는 그때의, 정말 쉬운 단어의 조합인 것 같은데 세번이고 네번이고 버벅거리는 화면 속 유재석씨를 보며 ‘지금이랑 정말 같은 사람이 맞나?’ 싶기도 하죠.
발표를 하거나 사회를 보는 무대 위의 저를 보고 사람들은 어쩜 그렇게 떨지도 않고 말을 잘하냐고 묻는 경우가 있는데요, 사실 저도 엄청 긴장합니다. 그저 떨리는 손과 목소리가 남들보다 티가 덜 날뿐이죠.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요?
사실 무대 위에서 발표를 하고 사회를 보는 건 평상시 유려하게 말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종류의 강점을 활용해야 하는 것 같은데요, 나를 바라보고 있는 몇백, 몇천개의 눈동자에도 끄떡없는 타고난 배짱이 있거나, 무대 아래에 누가 앉아있든 상관없이 마이웨이를 가는 쿨함이 있거나, 연습을 엄청 많이 해서 조금 무덤덤해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배짱이나 쿨함이 없다면 우리에게 남은 방법은 오직 연습 뿐입니다. 하지만 연습을 하고 또 해도 전에 없던 환경에서 해보지 않은 주제로 할 때는 언제나 떨리는 법이죠. 네, 그렇습니다, 천 번을 무대 위에 올라야 발표왕이 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대학원에 다닐 때 2년 내내 한달에 한번 이상은 교수님이나 학생들 앞에서 사업 계획을 발표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아- 아직도 처음 발표하던 그 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너무 긴장되서 외워둔 스크립트도 머릿속에서 이미 다 날아가버리고 그냥 발표 슬라이드에 나오는 이미지와 텍스트를 빠른 시간 안에 조합해 아무말을 연속해서 하는 수밖에 없었죠. 첫번째 발표를 그렇게 망친 다음, 저는 도서관에 가서 어떻게 하면 발표를 잘할 수 있는가에 대해 말하는 책을 모조리 빌렸습니다. (저는 무엇이든 처음 배울 때 책을 읽는 사람이거든요.) 그리고 깨달은 것은 역시나 발표를 잘하려면 연습밖에 없다는 것이었지만, 그래도 오늘 여러분과 나눌 수 있는 몇개의 Tip은 챙길 수 있었어요.
여러분이 앞둔 발표는 최종 입사를 목전에 둔 PT일수도 있고, 중요한 계약을 성사시키기 전의 제안일 수도 있어요. 그 목적과 대상과 환경은 다르겠지만 단 하나 바뀌지 않는 사실은 발표가 끝나고 나서도, 그날 밤 발표를 들은 사람이 여러분의 발표를 다시 떠올릴 때에도 계속 머릿속에 남을 핵심 메시지 하나만 남게 해도 성공적이라는 거에요. 여러분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 그 하나를 잘 전달한 것 이상의 성공이 있을까요?
여러분이 전달하고 싶은 그 메시지를 서론-본론-결론에서 반복해서 전달할지, 천천히 단계적으로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클라이막스에 전해서 전달력을 높일지는 내용과 메시지에 따라 다를거에요. 그래서 발표 자료를 만들 때 파워포인트부터 켜는게 아니라 오래 기억에 남았으면 하는 핵심 메시지가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본 다음, 그걸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그 다음 자료를 만들어야겠죠?
글로벌 리서치 회사 가트너의 마케팅 부회장이자 TEDx 조직원, 토스트마스터즈 인터내셔널의 위원인 제레미 도노반이 TED 강연의 대부분을 직접 분석하고 쓴 책 <TED 프레젠테이션>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캐치프레이즈의 문구를 두 부분으로 구성할 경우, 두번째 문구에는 긍정적인 내용을, 첫번째 문구에는 부정적인 내용을 담아 완벽한 대조를 이뤄야 한다. "사람들은 여러분의 일이나 제품을 구매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그 제품을 만들게 된 이유를 구매합니다¹."
한마디를 전달하더라도 짧지만 대조적으로 구성함으로써 청중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하면서도 입에 맴돌 수 있게 만드는거죠.
사랑에 빠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세요? 연구마다 다른 시간을 말하지만 대개 5~7초 사이에 첫 인상이 결정되고 한번 결정된 첫 인상은 몇십번을 만나도 바뀌기 어렵다고 하죠.
발표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무대에 올라와 인사하고, 발표의 첫 마디를 하면, 오늘 발표하는 사람에 대한 청중의 평가는 이미 어느 정도 결론이 나오게 되는거죠. 대개 발표는 짧으면 5분 길어도 20분 정도인데 그 시간 동안 청중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듣게 만들려면 좋은 첫인상으로 청중과 교감을 형성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럴 때 좋은 기법으로 많은 사람들은 호기심이 생길만한 질문을 던지는 것도 있겠고요, 앞서 말한 책의 저자 제레미 도노반은 ‘3의 법칙'을 제안합니다.
“지금부터 45분 후, 여러분은 행복의 3A를 갖고 이곳을 나가게 될 것입니다."라는 말처럼 3이라는 숫자는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잡아끄는 강력한 흡인력이 있다. 3단계, 3가지 주제, 3가지 전략, 3가지 팁, 3가지 테크닉, 3가지 도구 등 매우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앞으로 발표를 시작할 때 “오늘 이 발표를 듣고 나면 여러분은 ~할 수 있는 3가지 방법을 알게 될겁니다" 로 시작한 다음 그 3가지 방법을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로 만든다면 집중력을 올리는 것에 성공할 뿐만 아니라 핵심 메시지를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데 좋겠죠?
언젠가 지인과 대화를 나누다가 “도대체 전문가는 어떻게 될 수 있는거야? 전문 자격증이 있어야 되는 것 말고 ‘인사 전문가', ‘마케팅 전문가', ‘교육 전문가' 같은 것 말야!” 하며 물었던 게 기억이 납니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라고 자칭 타칭하는 분들은 어디서 그런 자격을 부여받았을까 하면서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꽤 어리석은 질문이었던 것 같아요. 전문가는 누구나 능숙함과 자신감을 가지면 될 수 있는 것이지, 누군가 외부에서 자격을 부여받아야만 비로소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발표도 그런 것 같아요. 누가 잘한다고 해야, 수상을 하거나 사업을 따내야만 잘하는 것은 아닌거죠. 그저 내가 목표로 한 메시지를 청중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동의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수상, 입찰, 협상으로 이어진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해서 발표를 못한 것은 아니니까요. 하루하루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연습하고 이를 통해 탁월함과 자신감을 얻었다면 다음에도 분명 기회가 있을테니 말이죠.
참고문헌
1.<TED 프레젠테이션>. 제레미 도노반. 인사이트앤뷰. 2012.
김미진 | 위커넥트 대표
여성과 일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안하고 더 많은 프로페셔널 여성들이 리더가 되길 욕망합니다. 서로의 일과 삶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느슨한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데 관심이 많고, 언젠가 풀코스 마라톤 완주를 꿈꾸는 러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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