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제인
우리 죽지말고 불행하게 오래오래 살아요
가볍게 던지는 제인의 이말이 꽤 오래 머리속을 맴돌았다.
“불행하게 살바엔 죽는게 낳지”
“불행하게 오래 살라니 이건 뭐 놀리는건가”
꼬일데로 꼬인 생각의 끝에는 혼자말처럼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불행”은 뭘까.
사전적 의미는 “ 행복하지 아니함”
그럼 행복은 뭘까.
우리가 미치도록 집착하는 그 단어.
자음 하나라도 부여잡고 살고 싶은
그놈의 행복..
개인적으로 내가 찾아본 행복의 의미 중 가장 맘에 드는 말은 “ 좋은 느낌을 주는 경험의 합” 이다.
햇살이 따듯한 카페에서 늘어지게 잠든 고양이를 바라보는 경험.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은 살랑바람이 부는 저녁
도란도란 술한잔 기울이는 사람들의 사는 소리가 들리는 익숙한 골목길을 걷는 산책
모두 내게는 너무 좋은 느낌을 주는 경험이다.
뭐 거창하고 대단한 삶이 아니여도 내 삶이 행복하다라고 말할수 있는
꽤 괜찮은 정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좀 이상하다.
불행의 사전적 의미가 행복하지 아니함이라면
“ 불행하다”는 것은 좋은 느낌이 아닌 경험을 말한다.
근데 참 사는게 매순간 좋은 느낌일 수는 없지 않은가.
때로는 덤덤하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하고 화가나기도 할텐데
좋은 느낌이 아닌 순간을 모두 “불행”이라고 말하려니
삶의 절반이 불행이다.
뭔가 모순이 있다.
불행..행복의 반대말??
이런 정의는 어떨까.
어떤 이들은 불행을 행복의 반대말이라고 한다.
행복의 반대말?
그럼 행복하지 않으면 불행한걸까?
"반대말" 은 “ 그 뜻이 서로 정반대되는 관계에 있는 말” 을 말한다.
근데 부연설명이 재미있다.반대말이라는건
“ 한쌍의 말 사이에 서로 공통되는 의미요소가 있으면서 다른 한 개의 의미요소가 있어야 한다” 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남자의 반대말이 여자라면 사람이라는 공통요소가 있고 성별이라는 다름의 요소가 있기에
반대말이 부합이 된다는 것이다. “오다”의 반대말이 “가다” 인 것도 역시 방향이 공통요소도 되고 다름요소도 된다.
행복의 반대말이 불행이라면 .
인정하기 싫어도 둘 사이에는 공통요소가 있다는 말이 된다.
극단적으로 다를것이라고 말하는 아니 달라야한다고 믿고 싶은 불행과 행복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굳이 비중을 따지자면 나는 행복과 불행은 감정이라는 공통요소가 더 큰 것 같다.
행복안에 불행이 살고 불행안에 행복이 사는 듯한 느낌이 든다.
같은 알에서 나온 모양이 다른 오리같은 .
불행은 아마 그 오리들 중 미운오리새끼이지 않을까 싶다.
"꿈의 제인" 속 .
제인과 소현의 삶은 불행해 보인다.
그런데 어찌보면 행복해 보이기도 하다.
간절히 바라는 건 꿈이 되기도 하는데 소현은 지금의 자신의 불행을 이겨낼 방법을 찾지 못하다 행복해지고 싶은 간절함에 꿈속에서 제인과의 시시한 행복을 만들어 낸건 아닐까 .
현실이 꿈이고 싶고 꿈이 현실이였음 하는 순간이 있다.깨고 싶지 않을 만큼 행복했고 흐믓했고 심지어 따듯한 순간들 말이다. 어쩌면 우리는 종이한장 차이로 행복과 불행 두 개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비영속성
행복과 불행의 또 다른 공통요소는 비영속성이다.
영원한건 없다. 영원하길 바랄뿐.
영원한다 해도 거기엔 함정이 있다.
왜 가출한 아이들과 같이 사냐는 소현의 질문에 제인이 말한다.
" 이건 내 생각인데.
난 인생이 엄청 시시하다고 생각하거든?
태어날 때부터 불행이 시작돼서,
그 불행이 안 끊기고 쭈우우욱- 이어지는 기분?
근데 행복은, 아주 가끔, 요만큼, 드문드문? 있을까 말까?
이런 불행한 인생 혼자 살아 뭐 하니."
드문드문...
너무 행복하고 싶어서 가짜행복을 만들어내고
작은 불행을 피하고 싶어 큰 불행을 만들어 내는 일
영원할수 있으면 좋지만
불행을 너무 싫어하지 않는 것도
불행을 최소화하는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제인언니가 있는 뉴월드에 가보고 싶다.
퇴근길 제인언니가 “얘” 라고 불러줬으면 싶을 만큼
그리고 내 손목에 “UNHAPPY”도장을 찍어줬으면 좋을 만큼
“행복”이라는 것에 집착하는 지금 우리에게
불행과 외로움을 때론 유쾌하게 그리고 조금은 쓸쓸하게 받아들일수 있게 되는
정말 독특하고 매력적이였던 도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