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인해 수많은 기업들이 큰 피해를 봤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항공/관광/숙박 업계만큼 피해를 본 곳은 많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여행사들이 폐업 또는 폐업할 위기에 처했고, 대부분의 LCC는 다른 항공사에 인수되거나 직원들에게 무기한 무급휴직을 권고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사람들은 타인과 무언가를 공유하는 것을 꺼리게 되었고, 그 여파로 공유경제 기업들은 더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에어비앤비는 여행/관광 업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숙박 공유' 서비스답게, 큰 위기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2020년 1~3분기 6억 9700만 달러, 한화 7800억원에 해당하는 순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3분기가 종료되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이는 기존 직원의 25%인 1900명을 해고함으로써 얻어낸 긴축의 결과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2020년 11월 에어비앤비는 나스닥에 상장할 것을 공개한다. IPO를 통해 30억 달러를 조달해 반등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 나스닥에 12월 10일 상장한 에어비앤비는 시가총액 100조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아직 코로나 19가 종식되지도 않았고, 당시 미국/유럽은 코로나 19가 재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었음에도 투자자들은 에어비앤비를 희망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백신이 보급되고 있다고는 하나, 당분간은 해외 여행이나 관광이 어려울 것이 뻔한데도 말이다.
그러나, 어쩌면 당연하게도 에어비앤비 외에도 다수의 OTA(Online Travel Agency)는 이러한 상황을 손놓고 바라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새로운 상품과 수익모델을 만들고, 주력 사업을 변경하거나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등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이에 포스트 코로나 혹은 위드 코로나 시대에 새롭게 자리잡을 '뉴노멀' 여행의 모습들을 짧게 공유해보고자 한다.
에어비앤비의 온라인 체험 확장판 '인사이드 케이팝'
에어비앤비는 기존 주력 상품이던 숙박 공유는 잠시 넣어두고, 체험 상품을 언택트 시대에 맞게 리디자인했다. 호스트와 게스트가 줌(zoom)을 매개로 체험을 제공하는 온라인 체험 상품이 주를 이루었고, 최근에는 2021년 1월 25일부터 1월 30일까지 단 6일동안만 체험이 가능한 '인사이드 케이팝'을 런칭했다.
'인사이드 케이팝'은 케이팝 스타들과 함께 실시간으로 체험을 하는 상품들을 모아둔 컬렉션인데, 여기에는 케이팝 스타들의 메이크업/스타일링 클래스 등의 상품들도 포함되어 있다. 케이팝 스타가 직접 진행하는 상품은 몬스타엑스와 더보이즈, 제이미 등 총 5개였는데 2만원대로 60분간 스타를 만날 수 있는 파격적인 상품이었다. 그리고 이 인사이드 케이팝 컬렉션의 모든 상품들은 모두 매진되며 성황리에 종료되었다.
에어비앤비의 '인사이드 케이팝' 상품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아이돌 그룹들의 공연과 팬싸인회 등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zoom을 통해 아이돌을 만나는 것은 아이돌 팬덤에게도 익숙한 일이 되었다. 그렇기에 어쩌면 당연하게도 60분동안의 먹방이나 비즈 팔찌 만들기와 같은 소소한 체험을 (비대면이라도) 함께 하는 것은 수요가 존재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특히 수십에서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팬싸인회에 비해 훨씬 저렴하면서도 색다른 경험인 만큼, 에어비앤비의 주요 타겟인 MZ 세대의 취향을 저격하기에 제격이었다.
단 6일간만 이용이 가능한 파일럿 격의 상품이었지만,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 만큼 추후에도 오픈 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팝을 어떻게 더 활용할 지, 예상 못한 영역에서의 새로운 체험은 어떤 것들이 추가될 지 기대가 된다.
마이리얼트립의 라이브 가이드 투어 '랜선 투어'
코로나 19로 해외 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해외 여행에 대한 잠재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인터파크투어는 롯데홈쇼핑을 통해 베트남 호텔 숙박권을 판매했는데, 5천여개의 객실이 팔리면서 예상 매출액 1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코로나 이후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해외 여행을 떠나는 것이 불투명한 만큼, 그 니즈를 충족하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아쉬움을 달래줄 수 있는 상품으로 혜성같이 나타난(?) '랜선 투어'는 출시 이후 마이리얼트립의 주력 상품으로 자리잡으며 주요 수입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랜선 투어'는 현지 가이드와 영상 PD가 함께 동행하며 라이브로 진행되는 가이드 투어다. 1인 기준 12900원 이면 1시간 30분간의 투어를 신청할 수 있고, 프라이빗한 투어부터 최대 70명까지 동시 참여가 가능하다. 기존에 존재하던, 영상을 혼자 시청하는 방식의 랜선 투어와는 달리 실시간으로 가이드와 양방향 소통을 통해 질의응답도 가능하다.
마이리얼트립의 '랜선 투어' 상품
처음 이 랜선투어 상품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는 실제 여행하는 만큼의 감동(?)을 줄 수 있을지, 사람들이 랜선 투어 상품을 많이 구매할 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라이브로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랜선으로 해외 여행을 한다니.. 하지만 그도 잠시, 90여개의 랜선투어 상품들과 상품당 20~200개가 넘는 후기를 보며 코로나 이후에도 하나의 상품으로 자리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놀자의 솔루션으로 예약하는 아프리카 호텔
아프리카, 인도, 남미 쪽으로 여행을 가 본 사람이라면 해당 지역 다수 숙소들의 예약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지는 지, 객실 관리가 얼마나 열악한 지 알고 있을 것이다. (필자가 묵었던 숙소는 페이스북으로 개인 연락처와 이름을 보내면 예약이 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열악하던 숙소/액티비티 예약이 이전보다 훨씬 편리하게 바뀔 예정이다. 야놀자가 아프리카 지역 5000여개의 호텔과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계약 체결은 단순히 야놀자 플랫폼 내 호텔이 입점하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야놀자는 최근 글로벌 시장에 클라우드 솔루션을 판매하며, 숙박/여가 부문의 디지털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2019년 솔루션 기업 '이지테크노시스'를 인수한 이후, 2021년 1월에도 국내 호텔 솔루션 기업 '산하정보기술'을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B2B 솔루션의 고도화와 사업 확장에 힘을 싣고 있다.
이미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170개국의 2만 7천여개 이상의 고객사를 확보한 상황에서, 야놀자는 아프리카 지역을 집중 공략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19로 아프리카 지역에 디지털 전환이 급격하게 이루어지면서 언택트 예약과 통합 관리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것을 빠르게 포착한 것이다. 이에 아프리카 1위 호텔 디지털 마케팅 기업 '호텔온라인'과의 MOU를 체결하고, 5000곳의 고객사를 확보했다.
'처음으로 여행이 우리를 떠났습니다.'
작년, 릴리즈된 아시아나항공의 TVCF를 보며 위 카피에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일 년 넘게 실내(주로 집, 회사)에만 있다 보니, 어떤 곳으로라도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당분간은 뉴노멀 여행 상품들로 그리움을 달래고, 코로나의 종식 혹은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위드 코로나 시대가 얼른 오기를 기다려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