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아바타’의 이미지는 영화 아바타를 제외한다면 싸이월드 시절 아바타다. 당시에도, 사실 지금까지도 본인에게 아바타는 그저 나를 상징하는 캐릭터에 불과하다. 그리고 나를 상징한다고는 하지만,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러던 중, 작년쯤 아이폰에서 출시된아바타(미모지memoji라고도 한다.)가 큰 인기를 끌면서 새삼스럽게 아바타의 인기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했다. 본인은 아이폰 유저가 아니어서 해당 서비스를 사용해보지도 않았기에 왜 그렇게 인기가 많은지 진정으로 궁금했기 때문이다. 미모지 뿐 아니라, 빅히트와 YG 엔터테인먼트에게 120억의 투자를 받은 네이버Z(제페토) 역시 아바타 서비스를 제공중임을 알게되면서 더더욱 관심이 갔다. 특히 본인이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를 운영하던 어린 나이도 아닌(..) 성인들도 열광하는 현상이 너무 신기하기도 했고.
아이폰의 ME+Emoji (미모지)
네이버Z(제페토)는 YG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게서 120억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이러한 아바타의 인기 이유에 대해 내 나름대로 설명해 본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후렌드(Who+Friend) 트렌드. 둘째, 가취관(취향이 맞는 사람과의 가벼운 관계) 현상. 셋째, 부캐 트렌드.
‘후렌드’란 Z세대 및 영밀레니얼세대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온라인 상에서 관계를 맺는 것에 거부감이 덜해 누구와도 쉽게 친구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취관’은 이러한 후렌드와 관련된 용어로, 취향이 맞는 사람들과 가볍게 만나고 헤어지는 관계를 말한다. 후렌드와 가취관 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특정 연예인 등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하는 ‘고독한 00방’ 이 있다. (부캐 트렌드는 생략하겠다.)
하지만 이 글을 쓴 이유는 아바타 인기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레드벨벳 이후 6년만의 걸그룹, NCT 이후 4년만에 선보이는 신인 아이돌 그룹 에스파(aespa) 때문이다. 그냥 신인 걸그룹 한 팀이 데뷔하는 게 뭐? 할 수도 있지만, 이들은 좀 특별하다. '아바타' 라는 유일무이한 컨셉으로 데뷔할 예정이기 때문. 심지어 그냥 영화 아바타의 의상이나 메이크업을 흉내낸 '컨셉'으로 끝나지 않는다. SM엔터테인먼트는 실제로 그들의 또다른 자아라며 '아바타'를 내세운다.
에스파(aespa)
SM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에스파(aespa)는 아바타 X 익스피리언스(Avatar X Experience)’를 표현한 ‘æ’와 양면이라는 뜻의 영단어 ‘aspect’를 결합해 만든 이름으로, ‘자신의 또 다른 자아인 아바타를 만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활동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들은 4인조 걸그룹으로, 각 멤버별로 자신의 또 다른 자아인 아바타를 각자 보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아바타가 공개된 멤버는 윈터와 카리나가 있다. 아래 사진 중 왼쪽은 멤버 윈터와 아바타가 함께 나온(?) 사진, 오른쪽은 멤버 카리나가 그룹 소개 영상에 아바타와 함꼐 나온 부분을 캡쳐한 것이다.
(왼) 멤버 윈터와 그 아바타. (오) 멤버 카리나와 그 아바타.
SM은 왜 '아바타'를 갑자기 아이돌그룹에 끌어들인걸까? 기획에 참여한 이수만 프로듀서에 의하면, '아바타'라는 강력한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한 모든 IP(지식재산권), 비주얼, 퍼포먼스를 활용해 새로운 엔터테인먼트를 경험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본인은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 이수만 프로듀서가 인터뷰에서 직접 언급한 것처럼 IP를 더욱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코로나 19 이슈로 인해 각종 월드투어/콘서트 등 공연 수익을 얻기 힘들어지면서 발단된 것이 아닐까 싶다. 아바타를 활용한다면 시공간이나 팬데믹과 같은 상황에서의 제약이 '전혀' 없을테니 말이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회사에게 큰 타격으로 작용하는 아이돌들의 사생활/인성 논란 등의 리스크도 없을 것이다. 거기다 부가적인 IP 비즈니스로 캐릭터 산업을 육성하고, 굿즈나 애니메이션 등의 사업으로 이어진다면 비용은 초기 투자를 제외하고는 많이 안 들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여전히 의문인 것은, '이러한 컨셉이 아이돌그룹 팬덤에게 먹힐까?' 하는 부분이다.
실제 살아 움직이는 사람이 아닌 그저 가상의 캐릭터에 불과한 아바타가 인기를 끌 수 있을까? 성격이나 외모처럼 회사에서 설정한 기본값이 있겠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그러한 기본값에 매력을 느낄까? 온라인 상에서 타인들과 관계를 형성할 때 '나의 있는 그대로를 노출시키지 않으면서도 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써 '아바타'는 매력적일 수 있지만, 노력을 통해 쌓아온 실력과 친밀감 등 대중이 한 아이돌의 팬이 되도록 하는 인간만이 겪는 과정과 결과, 감정들을 아바타가 느끼게 할 수 있을까? 사실 이 점은 잘 모르겠다.
(1998년 데뷔한 최초 사이버가수 '아담' 역시, 데뷔 당시 최첨단 기술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현재는 희화화의 대상 및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불운의 아이콘이 되었다 - 출처:나무위키)
이처럼 여전히 많은 의문들이 있지만, 향후 어떠한 방향성을 가지게 되더라도 '아이돌 그룹 멤버에게 또 다른 자아'가 있다는 스토리텔링은 대중에게 분명 강력하게 다가올 것 같다. 에스파(aespa)는 11월 17일에 데뷔할 예정이라고 한다. 데뷔 전 티저 영상부터 데뷔 무대와 향후 SM엔터테인먼트에서 IP를 활용하는 방안까지 그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