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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요일 Nov 09. 2020

홍대에 체험 매장을 낸 SKT의 실험

홍대 T 팩토리 방문기


열흘 전쯤인 10월 31일, SKT는 ‘T 팩토리’를 런칭했다. ‘T팩토리’는 SKT 브랜드를 종합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복합체험공간으로, 홍대에 약 2층짜리 건물로 설계되었다. T 팩토리에서는 SKT의 대표적인 통신 서비스부터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플로(FLO), OTT 서비스인 웨이브(wavve) 등 다양한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다. 또한, 매장 안에는 국내 최초로 애플이 숍인 숍 형태로 입점되어 있어 애플 제품을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고, 각종 AR/VR 및 게임 서비스와 보안 서비스(ADT 캡스)를 경험할 수 있다. 누구나 잠깐 쉴 수 있는 ‘팩토리 가든’도 마련되어 있고, 매장 내 디스플레이에서 11번가 상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도 있다.


비록 필자는 SKT 가입자도 아니고, 스마트폰도 새로 구입하기까지 약정 기간이 좀 남았고,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는 네이버의 바이브를 사용 중이고, 가장 선호하는 OTT는 넷플릭스지만…!  한 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마 SKT에서도 본인과 같은 잠재 고객들이 경험해보도록 하기 위해 체험 매장을 낸 게 아닐까..?)




출처: 이데일리




평일 퇴근 시간대에 도착한 ‘T 팩토리’는 한산했다. 1층에서 체크인용 QR코드를 발급받고,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QR코드로 체크인했다. 각종 게임 서비스와 웨이브, 플로 등을 한 번씩 체험해봤다. 매장의 직원분들이 유료 서비스도 이곳에서는 체험이 가능하다는 것을 안내해주었다. 좀 더 둘러보다가, 1.5층에 있는 팩토리 가든으로 올라갔다. ‘누구나 쉴 수 있도록 마련해 둔 공간’이라는 수식어에 살짝의 기대감을 품고 갔지만, 의자도 몇 개 없고 좁아서 편하게 쉬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물론 실제로 이곳에 쉬러 갈 사람은 없겠지만)


2층으로 올라가니 AR 미러와 애플 숍이 보였다. 하지만 본인에게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스마트폰 액세서리였다. T 팩토리에 비치되어 있는 스마트폰 액세서리는 레트로 열풍에 맞춰 과거 SKT의 브랜드였던 june, TTL, ting, SPEED를 활용한 것으로, 카카오 메이커스와 함께 만들었다. 스티커와 스트랩, 폰케이스 등 굿즈들에서 키치하고 왠지 모르게 힙한(?) 레트로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안내용 로봇과 11번가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방문객들을 반기고 있었다. 하지만 특별히 안내를 받거나 구입할 물건이 없어, 2층을 한 바퀴 더 돌고 내려왔다.


출처: SK텔레콤 웹사이트


기대감이 너무 컸던 탓일까,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았다. 그 이유는 첫째, 체험 공간임에도 '편리하고 즐거운 체험'을 경험하기 어려웠다. T 팩토리에서 플로나 웨이브 등의 서비스를 이용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방문객이 여기에서 해당 서비스들을 실제로 얼마나 사용할지 의문이 들었다. 본인도 여러 서비스들을 체험해보았지만, 이용 시간이 최대 2분을 넘지 않는 ‘그냥 한 번 구경하는 것’에 불과했다.  QR 체크인의 번거로움, 다른 방문객들의 소리와 각종 서비스가 재생되면서 발생하는 소음 등 여러 요인들이 체험의 발목을 잡는 느낌이었다.


둘째, 서비스의 '개요'는 보여줬을지 몰라도 '경험'까지 유인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사실, 방문하기 전부터 11번가 제품을 좀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지니고 있었다. 방문객 중 '굳이 여기까지 와서' 11번가 쇼핑을 할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른 장소에서는 최소 1~2명이 각각의 서비스를 이용해 보고 있었지만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아예 없었다. 서비스의 개요나 '이런 것도 가능하다'를 보여주기 위함이라 한다면 충분했을지도 모르지만, 좀 더 수용자 입장의 서비스를 구상했다면 방문객들이 실제 액션을 취하도록 유인할 수 있지 않았을까?


셋째,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의 장점이 활용되지 않았다. T 팩토리의 장소를 홍대입구역 앞으로 정한 것은 분명 젊은 세대의 유동인구가 많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2층 건물로 설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서비스들을 체험하기에는 장소가 꽤나 협소하게 느껴졌다. AR 미러 같은 경우, 거울을 바라보면 등장하는 AR 스티커(?)들과 함께 인증샷을 찍을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지만, 등 뒤로 여러 사람이 지나가면 인식이 잘 되지 않았다. 자이언트 페이스 역시 공간을 많이 차지하면서 다수의 방문객이 이용하기 어려운 만큼, 방문객이 많을 경우 2층 전반적으로 정체되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차라리 경의선 책거리나 연남동 골목 같은, 홍대입구역 9번 출구보다는 비교적 한산한 곳에 런칭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은, 많은 방문객으로 인한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는 포토존을 좀 더 다양하게 설치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아마 쇼루밍족(오프라인에서 물건을 보고 온라인에서 구입하는 경향)의 높은 비중, 오프라인 매장 내 '체험'의 가치 증가 등은 SKT가 T 팩토리를 런칭한 요인들 중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T 팩토리 입장 시 요구하는 QR 체크인을 통해 (잠재)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고자 하는 것도 런칭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SKT는 향후 고객 반응과 ICT 트렌드에 따라 T 팩토리를 점차 변경해 나갈 계획이라고 하는데,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방문객들에게 더 매력적인 체험 장소로 자리잡기를 기대해 본다. 더불어, 더 매력적이고 편리한 서비스의 출시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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