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기일(忌日)을 적으며 시작하는 마지막 애도

by 이은

새해 달력을 펼쳐 들었다. 아직은 빳빳한 종이의 질감이 낯설고, 숫자로 가득한 칸들은 남의 집 거실에 앉아 있는 듯 어색하기만 하다. 이 어색한 새해를 몸으로 익히려는 나만의 첫 번째 의식은, 잊지 말아야 할 경조사를 하나씩 옮겨 적는 일이다.


1월의 빈칸을 응시하다 한 곳에 멈춰 섰다.

'아버지 기일, 2주기'


2년 전. 병원 중환자실 복도와 장례식장 구석, 그리고 발인 후 내 방 안에서 나는 홀린 듯 써 내려갔다. 슬퍼하기에도 벅찬 시간이었지만 이 비현실적인 순간들이 지나고 나면 희미하게 사라져 버릴까 두려웠다. 정제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감정들, 임종 2분 전 손에 쥐고 있던 편의점 영수증, 장례식장의 소란함 속에 고여 있던 적막 같은 것들을 나는 필사적으로 붙잡아두었다. 그것은 나만의 애도 방식이었다.


그 후로 아버지는 내 꿈에 여러 번 다녀가셨다. 꿈속의 아버지는 늘 살아있었다. 마치 애초에 떠난 적이 없는 사람처럼. 기일이 다가올수록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아버지가 나를 찾아오시는 게 아니라, 내가 아버지를 붙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는 정말 아버지를 보내드려야 할 것 같다. 내 마음속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던 그날의 기록들을 차곡차곡 정리하며, 아버지가 평안히 가실 수 있도록 길을 내어드리려 한다.


이 연재가 아버지를 향한 내 애도의 마침표가 되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