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이별의 시작
아버지는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와 내게 7시 20분에 저녁을 먹자고 했다. 그러니 저녁밥을 차리라고 말이다. 저녁 메뉴로 뭐가 좋을까 고민하다 냉장고에 두부가 있다는 게 떠올랐다. 그렇게 저녁 메뉴는 된장찌개로 결정지었다.
식탁 앞에 앉은 아버지는 하늘색 셔츠에 짙은 네이비 색 조끼를 입고 있었다. 일반 사복이 어색할 정도로 평생을 갑옷처럼 입어오신 유니폼, 버스 운전복이었다. 당신에게는 다소 크게 느껴지는 모자를 쓰고 있는 아버지는 몹시 지쳐 보였다. 언제나 얼굴에는 기본값으로 피로가 쌓여있었지만, 유난히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표정이 조금 일그러져 있기도 했고. 얼굴에 패인 주름은 더 깊었고, 어깨는 누가 아래서 잡아당기고 있는 듯 축 처져 있었다.
꿈이었다. 꿈속에서조차 꿈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퇴근한 아버지를 맞이한 집은 지금 살고 있는 내 집이었고, 아버지는 이미 퇴직하신 지 20년이 넘었으니까. 꿈이라는 걸 알았지만, 어색하지 않았다. 딸 집에 오셨던 건 단 한 번뿐이었으나, 내 집 식탁 의자를 빼고 앉는 아버지는 무척 자연스러웠다. 저녁상을 차리기 전 꿈에서 깼고, 꿈을 꾸는 동안에도 꿈이라는 걸 알았던 그 꿈이 생생하게 남아 핸드폰을 열어 메모로 남겨두었다. 2024년 1월 2일 아침이었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들을 수도 없이 만나게 된다. 그리고 우린, 나는 그 앞에서 매 순간 당황한다. 더구나 그렇게 마주한 일이 내가 손쓸 수 없는 영역 밖의 일들이라면, 할 수 있는 거라곤 기도밖에 없다는 사실에 무력감을 느낀다.
2024년 1월 9일 아침이다. 몇 시간 전 새벽. 아버지는, 아빠는 중환자실에 입원하셨다. 꿈을 꾸고 일주일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