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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 Sep 16. 2023

우리의 방식

이번 주 남편은 하루는 재택근무, 하루는 하루 휴가를 썼다.


재택근무 중 자리보전하고 앉아서 처리해야 하는 일은 오전 중 빠르게 마무리를 하고, 남편의 제안으로 루피 보아와 함께 제부도에 다녀왔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일단 출발부터 하고 가는 동안 식당을 검색했다. 방문자 리뷰 및 블로그 리뷰를 확인하고 강아지 동반이 가능한지를 전화로 확인하고, 들릴만한 곳이 어디에 있을까를 찾아본 후 동선을 체크했다. 그렇게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케이블카를 타고, 제부도를 산책했다. 구름이 제법 낮게 깔렸지만 덕분에 뜨겁지 않으면서도 선명한 날씨가 얼마나 감사하던지. 


휴가가 아니다 보니(물론 휴가인 날에도 업무는 계속된다) 다니는 동안 차에서 노트북을 열고 전화 통화를 하는 등의 일은 수시로 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 와중에 멀지 않은 곳에 L 언니를 만나러 다녀오기까지 했지. 언니와 남편은 처음 만났지만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눴고 그 모습을 보는 나는 은은한 안정감을 느끼기도 했다. 저녁이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몹시 피곤했지만, 단 한순간도 즐겁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그리고 휴가인 날엔 남편의 지인부부와 함께 골프 라운딩이 계획되어 있었다. 골프는 남편이 좋아하는 운동이지 내가 좋아하는 운동은 아니다. 워낙 본인이 좋아하는 걸 나와 함께 하기를 바라는 사람이라 골프를 시작하기는 했지만, 나의 최선은 이따금 함께 하는 스크린까지라 필드에 나가는 라운딩은 늘 주저하게 된다. 


내 아무리 명랑골퍼이고 공이 잘 뜨고 멀리 나가고 스코어가 잘 나오면 좋은 것은 사실이나 평소에 연습도 하지 않는데 비싼 돈을 주고 필드에 나가는 게 너무 아깝게 느껴졌기 때문에 그동안 번번이 거절해 왔다. 이번에도 역시 거절의 의사를 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번 얘기를 하기에 함께 하기로 했던 거였는데 어이쿠! 마침 비가 와 결국 라운딩이 취소되어 버렸지 뭔가. 비록 필드는 취소되었지만 함께 하기로 했던 부부와 (나의 기꺼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인) 스크린 골프를 치러 가 놀듯이 골프를 치고, 밥을 먹고, 카페에 다녀오는 등 종일 붙어 있는 내내 많이 웃었고 퍽 재미있었다.


생각해 보면, 느닷없는 제부도 나들이는 원치 않는 라운딩을 가기로 한 나를 위한 남편의 배려였을지도 모르겠다. 본인이 좋아하는 것은 내가 함께 하기로 했으니, 그 역시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든 것이 아니었을까.


적당한 배려.

고마워할 줄 아는 마음.

어쩜 이게 우리 부부가 사는 방식인지도 모르겠다.


토요일, 10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남편은 아직 코를 골며 자고 있다. 한 주의 피로를 잠으로 풀고 싶어 하는 그가 혹여 커피 내리는 소리에 깨지 않을까 조용히 차를 마시고, 내 방에 들어와 이 글을 쓰고 있다. 아니, 방금 전까지 코 고는 소리가 여기 내 방까지 들렸는데 일어났다며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눈도 뜨지 못하고 핸드폰을 열어 전화를 걸었을 모습이 그려져 웃음이 난다. 이렇게 우리의 주말이 시작되었다. 




                     

그날의 제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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