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휴식 기간인데 뭘 쓰고 있냐는 친구의 말을 들었다. 쓰는 일을 쉬어가려는데, 쉬면서 쓰기가 좀 이상하려나. 이상하더라도 이렇게 쉰다. 그동안 읽지 못했던 책들도 몰아서 읽고,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의식의 흐름을 글로 옮기면서.
'오늘은 정말 아무것도 쓰지 않을 거야!'라고 마음먹고 노랗고 이쁜 에세이를 가방에 넣으면서 휴대용 블루투스 키보드를 챙겼다. 언젠가 남편이 사준 건데 3단으로 접히는 게 아주 휴대성도 좋고 괜찮아 노트북을 챙기지 않는 날엔 종종 들고나온다. 아, 이런 호랑이. 양반 되기는 글렀네. 남편이 키보드를 사줬다는 얘길 하고 있는데 메시지가 왔다. 다음 주 건강검진에 필요한 약 받아 오라고... 안 그래도 병원도 갈 거거든요.
뭐, 여튼. 결국 키보드를 들고나온 탓에(덕인지 탓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또 끄적끄적...
점심시간의 스타벅스는 굉장히 시끄럽다. 아니 뭐 들고 온 책은 테이블에 꺼내만 놓고 키보드를 꺼낸 이유가 시끄러워서는 아니고, 자리에 앉자마자 흥미로운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두 젊은 남녀가 내 전면에 앉아있다. 3미터도 안되는 거리인데, 작은 테이블 위에 여자의 노트북이 펼쳐있다. 여자는 테이블에 기대앉아있고, 남자는 의자에 붙어앉아있지만 둘의 표정은 웃음이 가득하다. 얼핏 봤을 땐 업무적인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손짓과 눈빛이 다정하다. 참 신기하지. 노이즈 캔슬링으로 음악을 듣고 있는데도 표정이나 작은 손짓에서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니. 주위 다른 손님들은 노이즈 캔슬링을 뚫고 귀로 들어오는 반면, 저 둘의 소리는 귀가 아닌 눈으로 보인다.
아. 남자는 면접을 준비하는 것 같다. 여자 앞에서 자기소개를 연습한다. 여자는 그 모습을 핸드폰으로 촬영한다. 중간중간 웃음이 끊이지 않는 모습에 나도 그만 웃어버리고 말았다. 이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