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함께밭 Feb 24. 2019

내가 사랑한 바라나시

인도-바라나시

2018. 3. 4


홀로 떠난 세계여행 중 첫 도시라고 해도 될까. 사실 첫 도시는 아니지만, 첫 도시라고 하고 싶다. 하노이, 콜카타보다 더 강력해서였을까, 내 여행의 첫 도시는 바라나시였다.


처음에는 어떻게 5일 동안 지내지, 너무 오래 있는 건 아닐까, 볼거리도 없는 도시에서 5일이나 있는 건 너무 시간낭비가 아닐까 라는 의문만 들었다.

정말 볼거리도 할 거리도 거의 없는 그곳은, 골목은 복잡하고 더럽고, 사람도 소도 많은데, 정신은 없었다.


갠지스강에서 만난 흰 소
대체 이곳에선 무얼 해야 좋을까.


정처 없이 가트를 걸었다.

갠지스 강을 벗 삼아, 멀리멀리 걸었다. 서로 다른 이름의 가트들은 저마다 다른 모습이라고 한다지만, 내 눈에는 그냥 다 같아 보였다.

구태여 구별하려 애쓰지도 않았다. 그냥, 나는 가트를 걸었다.     

갠지스 강을 따라 형성된 가트


4일 내내 그렇게 가트를 걸었다.      


갠지스 강에서 몸을 씻는 이들,

그 강물로 빨래하는 도비 왈라들,

심지어 그 강물을 마시는 한 할아버지와,

그를 말리며 생수를 건네주는 인도 청년들.

니하오 곤니치와를 외치는 상인들,

보오트를 외치는 보트주들,

헤나를 권하는 눈이 예쁜 인도 여자아이들,

강가에서 연을 날리는 아이들,

강을 바라보며 명상하는 이들,

삼삼오오 모여 즐거워 보이는 여행자들,     


연 날리는 소년들과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던 보트 소년


각기 다른 이들이 그렇게 가트를 채우고 있었다. 그런 사사로운 장면을 관찰하는 따분한 시간이 퍽 즐거웠다. 오후 12~3시 햇볕이 뜨거워 밖에 있지 못할 땐, 숙소에 들어와 일기를 쓰거나 내 손에 헤나를 했다. 낮잠을 잘 때도 있었다. 달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 시간이 좋았다.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도 여행이라는 것을, 구태여 이곳저곳 관광지를 따라 발자국을 남기지 않아도 충분히 여행하고 있음을 배웠다.

이 배움이 내 긴 여행의 지침서가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      



갠지스강의 아침


매거진의 이전글 드디어 인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