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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말 서재 Sep 19. 2024

늦은 때란 없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길 - 열세번째 이야기 

사람의 인생을 직업이라는 관점에서 구분 지어 보면, 다음과 같이 4단계로 나누어진다고 한다.


1) 성장의 구간 :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 세상에 기여하기 위한 준비를 해가며 성장하는 단계. 보통 대한민국에서는 태어나서 취업 전까지의 구간


2) 본업의 구간: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직업, 혹은 업을 이어갈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 사회에 대한 기여와 자신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여가는 사회생활 구간. 직장인이라면 첫 취업부터 정년까지의 구간


3) 제2 업의 구간: 본업 구간의 정년 이후, 보다 낮은 처우 조건으로 업을 유지하거나 새로운 업으로 전환하여, 몸이 허락하는 일할 수 있는 나이까지 사회적 기여를 유지하는 구간. 보통 2nd 커리어가 펼쳐지는 기간


4) 황혼의 구간: 더 이상 일하기에는 버거운 신체와 나이를 맞이하여, 마지막 남은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구간


사람에 따라서 본업의 구간과 제2 업의 구간이 구분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또 가업을 물려받은 경우 2~4단계가 구분이 없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아마도 대부분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라면 위의 4가지 단계로 구분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본업의 구간이 곧 종료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보통 50을 기점으로 시작된다. 50이 넘은 직장인이라면 아마도 대부분 지금의 직장이 마지막 직장이 될 것이라 여기며 가능한 오래 직장 생활을 하다가 멋진 은퇴를 맞이하고 싶을 것이다.

나 역시 50을 기점으로 본업의 구간이 곧 종료될지도 모른다는 위태로움을 느꼈다. 나의 경우, 51세까지만 해도 여기저기서 오던 이직 제안이, 희한하게도 52세가 되자 눈에 띄게 끊겼다. 그도 그럴 것이, 50세가 넘은 누군가를 새로이 고용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기업 입장에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채용하려는 위치에 있는 사람 역시 그 나이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젊을 가능성이 높다.


단지 이직 기회가 줄은 것 같아 위태로움을 느낀 것만은 아니다. 매년 진행하는 건강검진에서 언제나 ‘추가 진료 요망’이라고 적힌 검진 결과들이 있었지만 늘 무시해왔다. 원래 병원과 검진이라는 것은, 사람이 조금이라도 정상 범위를 벗어나면 추가적인 조치를 하려는 경향이 있는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50이 되어서는 과거처럼 무시할 수만은 없는 검진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건강검진 결과로 인해 정기 치료를 받기 시작했던 것은 동맥경화증 때문이었다. 콜레스테롤 수치는 늘 높은 편이었지만 1년 전까지만 해도 큰 이상 없었던 혈관의 한 부분이 약 50% 정도 막혔다고 판정을 받았다. 집안 내력도 있던 터라, 이번 만큼은 추가 진료를 받은 이후에 지속적으로 정기 진료와 약물 치료를 받고 있다.


그다음은 허리에 이상이 왔다. 젊었을 때 잠깐 삐끗하고 다시 회복되는 그런 통증이 아니었다. COVID19 팬데믹 기간 동안 돌보지 못했던 유럽 사업을 챙기기 위해 갑자기 유럽 출장을 다니면서, 2년간 거의 움직이지 않던 허리를 갑자기 무리해서 써버렸나 보다. 원인은 척추협착증. 통증 치료는 할 수 있어도 근본적인 치료는 바른 자세를 통해 서서히 자연 회복이 되어야 하는데, 나같은 컴퓨터 쟁이가 쉽게 회복 환경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초반 한방 치료를 몇 개월 다녔으나 어마어마한 비용만 들었을 뿐 효과가 미미하여, 지금은 그저 수술 단계가 아니라는 것에 감사하고 조심해서 살아갈 뿐이다.


이렇게 여기저기 아픈 곳이 하나씩 생겨나는 나이 또한 50대이다. 만일 아주 좋은 조건으로 고위직 임원 자리 제안이 온다고 해도, 옛날과 달리 몸을 혹사하며 주어진 역할에 몰입할 수 있을까 걱정이 동시에 밀려들 것 같다. 

과거의 나는 일에 몰입하고 그 안에서 성취감과 보람을 느꼈던 삶을 살았다. 지금은 조금씩 삶의 우선순위가 바뀌는 것 같다. 많은 선배들이 책이나 강연에서 얘기하는 내용 중에, 돈을 더 많이 버는 것보다, 아파서 돈 들어갈 일을 줄이는 게 더 나은 재테크라는 말이 매우 와닿는다.


살아온 날이 많으니 혜안과 지식은 쌓아져 가는데, 이를 활용할 몸과 민첩성은 떨어지는 부조리에서 생기는 내 안의 갈등.

한 동안 이러한 갈등이 나를 괴롭히기도 했는데, 생각해보니 너무 과거에 살아온 방식만을 고집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갈등이었다. 생각의 틀을 벗어나 그 동안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다른 공간에서, 다른 방식으로, 다른 대상에게 기여한다면, 50대에 맞는 조화로운 사회적 기여가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아직은 본업의 구간에서 활발히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부터, 본업의 구간이 종료된 후 더욱 풍요로운 삶으로서 사회적 기여를 지속할 방법에 대해 준비를 시작하려 한다. 


사람의 정신과 신체가 살아있는 한, 우리는 무언가 새롭게 시작함에 있어 너무 늦은 때란 없다. 단지 지금까지와의 내가 아닌, 앞으로의 나에게 조화로운 계획이 필요할 뿐이다.

아마도 지금까지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온 당신은, 현재까지의 삶에 감사하고, 앞으로의 풍요로운 삶을 준비함에 가슴 설레는 순간이 매일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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