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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정훈 Jan 07. 2018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 성심당

좋은 브랜드는 선한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가진 선한 의도와 그것에 입각한 행동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 브랜드를 좋아하게 만듭니다. 저에게는 성심당이 그렇습니다. 구성원과 지역을 먼저 생각하는 성심당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크진 않지만, 가장 사랑스러운 빵집입니다.


성심당이 매력적인 이유는 그들이 오랜 기간 지역사회에 빵을 기부해왔고, 매년 영업이익의 15%를 직원들과 나눈다는 점도 있지만, '대전을 대표하는 빵집'이라는 본질을 지키기 위해 '대전에서만 영업하는 것'입니다. 동네빵집에 대한 관심은 많은 가게를 서울로 불러왔고 흔히 접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대구의 삼송빵집은 거의 모든 백화점과 쇼핑몰에서 볼 수 있으며(너무 많다 싶을 정도죠), 군산의 이성당과 부산 옵스도 각각 잠실과 롯데백화점 본점에 자리 잡았습니다. 성심당은 이들과 다르게 여전히 대전에서만 영업을 하고 있는데, 지역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고 지역 시민이 자랑스러워하는 빵집으로 남고 싶기 때문입니다. 


"대전에서 벗어나 서울에 자리 잡은 성심당을 과연 성심당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물론 돈은 지금보다 훨씬 많이 벌겠지만 돈을 많이 버는 대신 우리의 본질을 잃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어요. 대전 사람들이 외지에서 온 손님들에게 성심당을 소개하고, 빵을 선물하며 대전에 성심당이라는 역사를 지닌 로컬 기업이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끼는 모습을 보면서 대전에 와야만 만날 수 있는 빵집으로 그 가치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사랑한 빵집 - 성심당 중)"


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성심당은 어려운 시기를 보냅니다. 프랜차이즈 빵집의 확대와 건강빵의 열풍(성심당의 대표 메뉴인 튀김소보로는 건강빵 트렌드와는 대척점에 있었습니다), 동생이 마음대로 시작한 성심당 프랜차이즈의 실패, 그리고 2005년 화재는 사업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자신들의 일터를 위해 스스로 제빵기계를 고치고, 집기를 닦고, 불탄 매장에 칸막이를 설치하는 직원들을 보며 새로운 시작을 다짐합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성심당의 본질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90년대 세련된 빵집이 되기 위해 유럽식 빵을 전면에 내세우고 이름도 '사크레케어'로 바꾸는 등 방향을 잃기도 했던 성심당이, 위기를 계기로 성심당스러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우리는 성심당이 진짜 어떤 곳인지 알게 됐어요. 그전까지 우리는 남들처럼 세련된 빵집을 만들고 싶어 했어요. 유행에 뒤쳐질까 걱정했고요. 잿더미가 된 가게를 보고 함께 가슴 아파해주는 동네 사람들을 보면서 깨달았어요. 성심당은 처음에 투박한 찐빵집으로 시작했거든요. 300개를 만들면 100개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 주는 곳이었고요. 그 사실이 다시 떠올랐어요. '그래, 우리 빵집은 굳이 세련될 필요가 없겠구나. 조금 촌스럽고 투박해도 따뜻함이 넘치는 곳이어야 하겠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됐죠."  (조선일보 WHY 기사 중)


이후 성심당은 시식빵을 아낌없이 내놓고, 어느 곳보다 빵이 큼직한 가게로 돌아갔습니다. 한동안 뒷전이었던 '튀김 소보로'를 다시 전면에 내세우고, 갓 구운 푸짐한 빵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노력이 동네 빵집 트렌드를 만나 2006년 35억 정도였던 매출이 2015년에는 380억으로 열 배 이상 성장하게 됩니다.


2016년은 성심당이 문을 연지 60주년이 되던 해였고, 마침 대전에 갈 일이 있어 그들의 기념 전시를 잠시 들렸습니다. 그곳에서의 전시는 특별하다는 인상을 받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왜 이곳에서 전시를 하게 됐는지'를 설명해주던 직원 분의 말은 기억에 남았습니다. "전시가 진행되는 옛 충남도지사 공관은 1930년대 지어진 건축물이자 대전의 근대건축물로 지정된 의미 있는 장소인데, 시민들은 잘 모릅니다. 더 멋지고 번화한 곳에서 전시를 할 수도 있지만, 대전의 의미 있는 곳을 알리기 위해 이 곳에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대전을 먼저 생각하고, 대전의 자랑거리가 되길 바라는 그들의 선한 마음을 여기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성심당은 튀김 소보로가 가장 유명하지만, 다른 빵들이 더 맛있습니다. 저는 먹물방망이와 크림치즈 화이트번, 우리밀 찹쌀 방망이를 좋아합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다른 빵들도 드셔 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대전역 한 켠에 있는 작은 매장 말고, 본점에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다양한 빵들과 큼직한 시식빵을 접하고 새로 빵이 나왔다는 방송 소리를 들으면 성심당만의 따뜻한 정겨움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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